인천고마라톤동호회
설탕... 마라토너의 금기식품 아니다
작성자 : 안남헌
작성일 : 2006.06.20 11:34
조회수 :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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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마라토너에게 매우 유용합니다. 특히 피로 회복과 에너지 보충에 좋습니다. 피곤할 때 “목욕을 한 뒤 설탕물을 마시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지요. 그래서인지 마라토너들은 대개 망설임 없이 설탕을 섭취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설탕은 아침에 커피에 넣는 각설탕이나 분말 설탕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지요. 청량음료·가공식품·조미료·시리얼·캔디·아이스크림·초콜릿 등에 든 모든 설탕을 뜻합니다. 각설탕의 주성분인 자당 외에 과일·과일주스에 든 과당, 스포츠 드링크에 든 포도당(덱스트로스), 꿀, HFCS(고과당 옥수수 시럽), 껌·아이스크림에 든 소비톨·자일리톨 등 당 알코올도 포함되지요.
설탕에 대한 일반적인 평판은 “비만을 유발한다, 혈당을 올린다, 심지어는 정신 발작을 일으킨다” 등 부정적입니다. 이런 인식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과장된 것일까요?
첫째로 비만과의 관계를 알아보죠. 설탕은 영양가가 없는 대신 열량을 공급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텅빈 칼로리’(empty calorie) 식품으로 통하지요. 또 설탕을 과다 섭취하면 체내에서 쉽게 지방으로 바뀌는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은 설탕보다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단 음식’보다 ‘기름진 음식’이 비만 유발에 더 많은 기여를 한다는 것은 분명해요. 실제 연구에서도 비만인 사람은 날씬한 사람보다 당분은 적게, 지방은 많이 섭취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둘째로 오랫동안 설탕은 당뇨병의 금기 음식으로 통했어요. 의사들은 설탕이 든 음식을 피하거나 엄격히 제한하라고 환자들에게 경고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금지는 철회됐어요. 미국 당뇨병학회는 설탕이 빵·파스타·감자 등 탄수화물 식품보다 혈당을 더 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설탕은 췌장(인슐린을 분비하는 장기)을 파괴하지 않으며 당뇨병을 유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요.
셋째로 심장병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높으면 심장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올라가는 것도 밝혀졌어요. 그러나 실제 관찰 조사결과에선 과다한 설탕 섭취가 심장병 발생률을 특별히 높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심장협회도 환자들에게 설탕 섭취에 관한 특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요.
그러나 일부 연구에선 설탕 과다 섭취가 좋은 콜레스테롤로 통하는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심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설탕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넷째로 엄마들과 교사들이 생각하듯이 설탕을 즐겨 먹는 어린이는 신경이 예민해지고 짜증을 잘 내는 것일까요? 학자들은 이를 “근거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단 것을 먹으면 뇌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분비돼 신경이 안정된다고 해요. 설탕을 많이 먹어서 아이들이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이 아니라 설탕 등 단것을 많이 먹게 되는 사건(생일 파티 등)이 아이를 흥분시킨다는 것이지요.
다섯째로 설탕은 충치를 유발합니다. 설탕의 실제 위험은 충치뿐이라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설탕이 든 음식을 먹은 뒤엔 불소가 든 치약으로 칫솔질을 열심히 하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이처럼 설탕은 생각보다 괜찮은 식품이지요. 너무 많이 먹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문제는 적당한 양이 얼마이냐인데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을 통한 열량 섭취량이 하루 전체 섭취 열량의 10%를 넘어선 안 된다고 권장하고 있어요.
열량을 많이 써야 하는 마라토너는 설탕 섭취가 중요합니다. 1000kcal를 섭취할 때마다 설탕의 섭취 제한량은 25g 정도가 적당해요. 하루 2200kcal를 섭취하는 여성 마라토너의 경우 13찻숟갈, 2800kcal를 섭취하는 남성 마라토너는 18찻숟갈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소비톨·자일리톨·만니톨 등 당 알코올은 다른 설탕과는 달리 혈당을 올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근육에 쥐가 나고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마라토너들은 꼭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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