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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114회)/변신에 나선 '트랜스포머'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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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오마이스타(22. 1.10)
하재훈-백승현, 변신에 나선 '트랜스포머'들
[KBO리그] 야수로 돌아온 세이브왕과 강속구 투수가 된 백업 내야수
이승엽(SBS 해설위원)과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추신수(SSG랜더스), 나성범(KIA타이거즈)의 공통점은 학창시절 투수로 활약했다가 프로 진출 후 타자로 전향한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타자로 전향해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타자전향시점을 빨리 잡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대진(SSG불펜코치)이나 김광삼(LG불펜코치)처럼 투수로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야수로 변신한 선수들은 그리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는 타자가 투수로 변신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3할 타자에서 현대 유니콘스의 필승조로 변신했던 권준헌 같은 예외도 있지만 황두성(삼성 라이온즈 투수코치)과 김재윤(KT 위즈), 켄리 잰슨처럼 투수 전향에 성공한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 커리어 초기 투수전향을 결심했다. 반면에 심재학(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처럼 타자로서 실적이 있었던 선수는 투수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에도 프로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들이 강한 어깨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또는 학창시절에 보여준 타격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야수에서 투수로, 투수에서 야수로 변신을 시도한다. 그 중에서도 2019년 세이브왕에 오르며 리그를 호령했다가 외야수로 돌아오는 하재훈(SSG)과 강견의 유격수였다가 작년 마운드에서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졌던 백승현(LG 트윈스)의 새해 활약은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9년 세이브왕, 다시 배트를 들다
마산 용마고 출신으로 1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하재훈은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하재훈은 마이너리거 시절이던 2012년 올스타 퓨처스게임에서 국제팀 대표로 출전해 미국팀 대표 게릿 콜(뉴욕 양키스)을 상대로 홈런을 터트리면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재훈은 2013년 트리플A 무대를 밟으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는 듯 했지만 부상과 슬럼프가 겹치며 2015 시즌이 끝난 후 미국생활을 마쳤다.
2016년 일본 프로야구의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계약한 하재훈은 17경기에서 타율 .225 2타점을 기록한 후 1년 만에 야쿠르트와 결별했다. 2017년과 2018년 일본의 독립리그에서 활약한 하재훈은 2018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2라운드 전체16순위로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SK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외야수로 활약했던 하재훈을 투수로 전향시켰고 하재훈은 2019년 5승3패36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1.98로 세이브왕에 올랐다.
하지만 투수 전향 1년 만에 쟁쟁한 마무리 투수들을 제치고 세이브왕에 오른 '투수' 하재훈의 전성기는 길지 못했다. 하재훈은 2020년 15경기에서 1승1패4세이브7.62로 부진하다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작년 시즌에도 18경기에 등판했지만 1승2홀드4.00으로 평범한 성적에 그치며 SSG의 필승조로 활약하지 못했다. 결국 하재훈은 2021 시즌이 끝난 후 3년 간의 투수 외도를 끝내고 내년부터 외야수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재훈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뛰어난 선구안과 평균 이상의 주력,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뛰어난 외야수비를 겸비한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다만 교타자라 하기엔 타율이 썩 높지 않고 중장거리포라 하기엔 홈런이 적고 장타율이 낮아 빅리그 진출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하재훈은 SSG에서도 외야수와 타자로서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SG는 추신수를 비롯해 한유섬, 최지훈, 김강민, 오태곤 등 외야진이 양적으로 결코 부족하지 않다. 특히 작년 31홈런95타점을 기록한 한유섬과 75득점26도루를 기록한 최지훈은 사실상 주전 두 자리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하재훈이 올 시즌 1군에서 생존하려면 스프링캠프를 통해 김원형 감독과 이진영 타격코치에게 투수가 아닌 야수로서 자신의 장점과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백업 내야수에서 시속 154km 강속구 투수로
백승현은 인천고 3학년 때 무릎 수술을 받으며 동기들보다 1년 늦게 프로의 문을 두드렸음에도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3라운드 전체30순위로 LG에 지명됐다. 키움 히어로즈의 송성문(49순위)이나 KT의 배제성(88순위)보다 높은 순번으로 지명됐을 정도로 인정 받는 내야 유망주였다는 뜻이다. 백승현은 LG에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쳤다.
하지만 백승현은 '20대 초반의 군필 내야수'가 된 후에도 1군에서 쉽게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LG의 주전 유격수는 바로 2012년부터 작년까지 10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금강불괴' 오지환이기 때문이다. 결국 백승현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1군에서 55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타율 .213 무홈런4타점5득점으로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던 2020년1월 호주 질롱코리아에서 활약하면서 우연찮은 기회로 마운드에 오른 백승현은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2020시즌 중반부터 조금씩 투수전향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작년 6월 5일 KIA를 상대로 투수 데뷔전을 치른 백승현은 작년 16경기에 등판해 1홀드2.16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16.2이닝을 던지며 볼넷이 단 4개였을 정도로 우려했던 제구불안도 나타나지 않았다.
백승현은 작년 1군에서 16경기에 등판했지만 한 개의 홀드만 기록했을 뿐 아직 투수로 데뷔 첫 승을 따내지 못했다. 이는 백승현이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부와 크게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백승현은 작년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두 차례 마운드에 올랐지만 1차전 1-4, 3차전 2-10으로 뒤진 상황에서 등판했다. 승부를 뒤집기 보다는 경험을 쌓기 위한 등판의 성격이 강했다는 의미다.
작년 1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백승현은 내년 4~5월에 마운드에 복귀할 예정이다. 물론 LG는 마무리 고우석을 비롯해 정우영과 이정용, 김대유로 이어지는 강한 필승조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백승현이 LG불펜에서 의미 있는 보직을 맡기 위해서는 구질도 다양해지고 타자와 더 영리한 승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백업 내야수였던 선수가 LG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중 한 명으로 변신한 것은 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양형석(utopia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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