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윤대경.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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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쉬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잔다. '운이 좋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꿈만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올해 나이 26세, 프로 입단 8년 만의 1군 데뷔에 이어 한화 이글스를 대표하는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그 자리를 지켜내야한다. 윤대경은 "올해 너무 좋은 성적을 냈다. 내년엔 더 잘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무겁다"며 한숨을 쉬었다.
윤대경은 모교인 인천고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중이다. 웨이트와 러닝으로 기본기를 다지고, 30~40m 캐치볼로 공을 다루는 감각도 꾸준히 단련했다. 윤대경은 "(정)은원이도 있고, 후배들과 함께 하니 분위기가 좋다"면서 "훈련 시설이 프로 선수가 트레이닝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고 깨알같은 모교 자랑을 덧붙였다.
윤대경은 6월 3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데뷔 8년만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3타자 상대로 1안타 1삼진. 윤대경은 "너무 떨렸다. 몸을 어떻게 풀고 올라갔는지 기억이 안 난다"면서 "어렵게 잡은 기회인데, 실력 발휘 못하는 건 너무 끔찍한 일이다. 정신차리려고 노력했다"는 심정을 전했다.
의미가 깊어 또렷한 기억도 있다. 데뷔 첫승을 올린 8월 11일이다. 연장 12회 터진 신인 임종찬의 결승타로 승리한 이날, 윤대경은 연장 10~11회를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1사 1,2루의 위기도 맞이했지만, 실점 없이 막아내며 최원호 감독(당시 1군 대행)의 기대에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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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점하면 끝내기였다. 패전조, 추격조만 하다가 타이트한 상황은 거의 처음이었다. '무조건 막자'고 되뇌이면서 던졌다. 끝나고 어머니랑 통화하면서 감격에 젖었다."
아들의 야구인생을 뒷바라지한 부모님의 기쁨만큼 뿌듯한 일이 또 있을까. 윤대경의 부모님은 10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을 통해 1군 마운드에 선 아들을 직관하는 소원을 이뤘다. 윤대경이 등판할 때면 본인보다 더 긴장한채 TV를 지켜본다는 부모님이다.
"올해 연봉이 2800만원이다. 어머니 생신이 겨울인데, 매년 200만원 좀 넘는 월급을 모아 겨울(비활동기간)을 넘기는 신세라 선물을 드려본 적이 없다. 1군에 올라오니까 1군 최저 연봉(5000만원)에 맞춰 추가 수당이 나오더라. 어머니께 명품 지갑, 아버지께 겨울 점퍼를 사드렸다. 태어나서 처음 선물다운 선물을 해드리게 돼 너무 기쁘다."
5승7홀드 평균자책점 1.59. 명실공히 KBO리그 대표 '믿을맨'이다. 하지만 2년전인 2018년 11월만 해도, 윤대경은 전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무적' 선수였다. 가까스로 일본 독립리그 니가타 알비렉스에 입단, 야구선수의 꿈을 이어갔다.
"억장이 무너졌다. 군대도 현역으로 갔는데, 야구할 몸을 어떻게 다시 만드나 싶었다. 그래도 아직 젊은데, 야구를 그만두면 평생 한이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일본 독립리그 트라이아웃에 붙었고, 이후 김남형 코치님이 한화에 다리를 놓아주셨다. 맛있는 밥 꼭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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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윤대경의 변화구는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면 '프로급이 아닌' 커브 뿐이었다. 윤대경은 "변화구는 한화 와서 다 새로 배웠다고 보면 된다. 송진우 정민태 김해님 코치님 덕분"이라며 울컥했다. 각각 현역 시절 체인지업과 포크볼, 커브의 명인들이다.
"좋은 스승님들을 둔게 내겐 큰 복이었다. 코치님들이 퇴근도 늦춰가며 세세하게 피드백을 해주신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 최원호 감독님도 ?惠塚 수 없다. 타자 상성이나 내 구위를 세심하게 체크해가며 기용해주신 덕분에 좋은 기록을 냈다. 등판 간격이나 체력 관리도 철저하게 받았다."
올해 윤대경의 약진은 한화 2군 전체의 의욕을 크게 끌어올렸다. 윤대경은 "평생 2군에만 있던 선수도 1군에서 잘할 수 있다는 걸 봤으니까"라며 웃었다. 하지만 경쟁에서 밀릴 생각은 전혀 없다.
"작년 이맘 때는 쫓기는 마음이 가득했다. 1년씩 생명 연장을 하는 기분이었다. 올해도 여유롭진 않다. 내가 봐도 올해는 운이 따랐다. 내년에도 우리 팀의 성적에 힘을 보태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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