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태연구가가 멸종위기에 처한 '삵'(살쾡이 small-eared cat)을 근접촬영하는데 성공했다.
DMZ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45 아래 사진)은 이달 3일 오전 10시 30분께 곡릉천 하구 습지(경기도 파주시 교하읍)에서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Ⅱ급야생동물인 '삵'을 정면에서 만났다.
차량에 타고 있던 김 소장과 삵과의 거리는 불과 10m. 차 문을 여는 순간 삵이 도망칠 것은 뻔한 상황이었다.
김 소장은 떨리는 손으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20분간 모두 350회 정도를 촬영했다. 삵은 차안에 숨었는 사람을 인지못하고 있다가 인기척이 나는 순간 곧바로 갈대숲으로 흔적을 감췄다.
김 소장은 곡릉천 하구 습지에 삵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2005년 겨울부터 알았다. 이후 거의 매일 관찰을 했지만, 삵과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었다. 따라서 이날 촬영에 성공한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김 소장은 "삵의 서식지를 파악하고 관찰을 시작한지 14개월만에 실제로 삵을 만나게 되면서 온몬에 전율이 흐르고 한동안 숨 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면서 "삵과의 지루하고 힘든 숨박꼭질은 일단락했지만, 앞으로 생태연구에 대한 책무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삵을 비롯해 멸종위기Ⅱ급야생동물인 '개리'(천연기념물 제325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호) 등이 찾아오고 있다.
DMZ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은 "파주시를 비롯한 한수이북지역은 경기도 다른 시군에 비해 생태자원이 풍부한데도 불구, 구체적인 조사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정치인들과 행정기관의 시각이 개발을 통한 경제효과 창출에만 급급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신도시와 도로를 건설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서 자연환경을 고려한 친환경개발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자연생태계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만큼 동식물에 대한 가치를 꼼꼼이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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