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川의 名所
[仁川의 名所] 강화도의 힘, 더리미 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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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힘, 더리미 장어
글-김미희 (본지 편집위원) | 사진-김정식 (자유사진가)
장어 굽는 마을 더리미
초복, 중복, 말복을 지나는 동안 폭염으로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입안은 까칠해져 식욕을 잃은 지 이미 오래. 배불리 먹어보는 호사는 아니더라도 떨어진 입맛을 되찾아 보려거든 강화 더리미 장어마을을 찾아보자. 강화군 선원면에 위치한 더리미 장어마을은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널리 소문난 동네다. 강화를 찾은 여행객들이 우연히 더리미 장어를 맛보게 된다면 없던 식탐도 생길 터.
강화대교를 건너 바로 좌회전해서 차로 5분정도 달리면 더리미 장어마을이 보인다. 1970년대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더리미는 한강 민물과 서해 바닷물이 뒤섞이는 곳이다. 흔히 알고 있듯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 바닷물이 들어올 때 육지를 향해 바람을 몰고 오는 것을 가리켜 풍천이라고 하며 이곳에 서식하는 장어를 풍천장어라 한다. 그래서 이 마을 앞바다인 염하에는 예로부터 먹을거리가 풍부했다. 장어를 비롯해 웅어, 황복 등이 흔히 잡혔다니 귀하디귀한 회유성 어종의 보고였다. 이렇게 해안가를 배경으로 식당이 하나 둘씩 생기면서 지금같은 장어마을을 형성했고 강화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당시 장어는 11월이나 되어야 식당에서 막걸리 한 잔하며 먹을 수 있는 안주였지만 지금은 양식을 통해서 사철 먹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강화도 갯벌에서 자란 장어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양식장에서 부화한 치어를 갯벌에서 일정기간 놓아기른 뱀장어를 말하는데 흙냄새와 비린내가 없고 육질이 쫄깃하며 지방이 적어 소화가 잘된다. 대신 양식과정에서 치사율이 커 일반 장어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하루 네 번 먹어도 또 먹고 싶은 더리미 장어
장어를 뜻하는 한자 ‘만(鰻-뱀장어 만)’자에는 매일(日) 네 번(四) 먹어도 또(又) 먹고 싶은 물고기(魚)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더리미 장어를 두고 생겨난 말인지 먹어도 먹어도 자꾸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우연히라도 장어마을을 지날때면 사철 장어 굽는 냄새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1979년에 문을 연 선창집(932-7628)은 27년째 더리미장어 원조의 맛을 지키고 있다. 더리미 장어마을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강화특산물을 종합선물세트로 한상 받을 수 있다. 어느 집을 들어가나 비슷한 메뉴가 나오는데 애피타이저로 기름에 튀긴 장어뼈가 나오고 밑반찬으로는 강화순무로 맛깔나게 담근 김치, 꿀을 묻힌 강화인삼, 기름진 강화 쌀로 쑨 장어죽 등이 나온다. 잘 구어진 더리미 장어에 강화 칠선주라도 한잔 곁들이게 되면 들어보지도 못한 강화사투리가 툭툭 나올 것 같다.
강화에서 태어난 선창집의 안주인 권영례(63) 씨는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강화의 맛을 전수받았고 그 손맛으로 밑반찬을 직접 준비한다. 선창집에서는 질좋은 장어를 공수해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그때 초벌구이를 해서 낸다. 핏기어린 장어꼬리가 산채로 나오는데 바로 잡은 장어임을 증명해준다. 특히 토막을 내서 초벌구이를 하기 때문에 통째로 3~4번 구워 나오는 것보다 기름이 말끔하게 빠지고 살이 줄지 않아 통통하고 쫄깃한 장어의 속살을 그대로 음미할 수 있다. 더리미에는 장어집 12곳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사이좋게 서로서로를 홍보해 줄만큼 인정이 넘친다.
장어꼬리가 정말 좋아요?
요리를 배우기 위해 참여한 이지순(36, 연수구) 씨는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제과제빵 교육을 받고 요리사 자격증을 2개나 취득할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은 주부다. 소녀같은 외모와는 달리 12년차 주부인 이 씨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묻는다. “장어꼬리가 정력에 좋다고 하잖아요. 장어는 생식기가 꼬리에 있다던데 정말인가요?” “그건 낭설이예요. 꼬리가 다른 부위에 비해 힘이 좋지요. 물에서 헤엄치는 원동력이 꼬리에서 나오고 갯벌로 들어갈 때도 꼬리 힘으로 들어가니까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단백질 스태미나 음식인 장어는 필수 지방산의 함량이 높아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몸의 생기를 왕성하게 하지요. 여성의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도 좋아요.” 적어도 두 달에 한번은 가족과 함께 강화에서 장어를 먹는다는 이 씨가 유난히 피부가 좋고 젊어 보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더리미 장어 만들기
1. 간장에 장어머리와 뼈, 흑설탕, 물엿, 맛술, 생강, 계피, 마늘, 양파즙, 파즙 등을 넣어 6시간 이상 다린다.
2. 다린 간장을 식혀 고추장과 4:6의 비율로 넣고 보름정도 저온에서 숙성시킨다.
3. 준비된 장어의 껍질부분을 밑으로 놓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굽고 양념이 장어에 잘 스며들도록
3번 정도 양념을 발라 굽는다.
장어 고르는 법
1. 몸에 점액이 많고 미끄러울수록 좋다.
2. 등의 빛깔이 진하고 광택이 있는 것이 신선하고 맛이 있다.
3. 산란기 전인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맛이 가장 좋다.
4. 수입 양식장어는 국내산에 비해 눈과 머리가 크고 뭉툭하며 구울 때 살의 수축이 많다.
200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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