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랑
[仁川歷史] 소설가 이원규(65회)의 인천지명考-50 끝/ 청라국제도시(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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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8. 1)
소설가 이원규의 인천 지명考-50 끝
매립으로 사라진 푸른 섬 '청라' 국제도시로 다시 태어나
▲ 청라국제도시의 상징이 된 주운수로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인천일보 자료실
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는 갯벌 매립으로 생긴 인천의 신생 지역이자 이 나라의 국제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1991년 동아건설에서 시행한 간척사업이 준공되어 동아매립지라고 불렀다.
매립 목적대로 농업용지로 가지 않고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며 인천의 총아로 떠올랐다.
지금의 청라지구엔 크고 작은 많은 섬들이 있었다.
청라도(靑蘿島), 사도(蛇島, 뱀섬), 일도(一島), 장도(獐島 노렴), 곰의바위, 자치도(雌雉島 까투렴), 율도(栗島, 밤염) 소염도(小鹽島), 세어도(細於島), 장금도, 목섬, 호도(虎島,범염) 등이다.
서곶의 바다는 경사가 매우 완만하여 밀물과 썰물이 빠르게 드나들었다.
섬들은 밀물 때는 바다에 잠겨 푸른 수평선 끝에 보이기도 하고 썰물 때는 망망한 갯벌의 끝에 얌전히 앉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밀물과 썰물의 시간차를 이용하여 드넓은 갯벌에서 게와 조개를 잡았으며, 썰물을 따라서 섬까지 걸어가 한두 시간 일을 보고 밀물에 앞서 해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청라국제도시가 앉는 갯벌에서 게가 무진장으로 잡혔다.
초여름 썰물의 밤이면 거의 모든 주민이 횃불을 들고 갯벌로 나가 나문재 가지에 암수가 짝을 지어 그네를 타는 게를 잡아 망태에 담았다.
식은 죽 먹기처럼 게 잡기가 쉬워서, 다음날 아침이면 연희동에서만 4t 트럭에 게를 담은 지루가 가득 실렸다.
이 갯벌은 매립으로 거의 모두 사라졌다.
1차로 원창동과 석남동 앞바다가 매립되어 율도와 소염도가 사라졌으며, 2차로 검단 지역 앞바다와 백석동, 검암동, 연희동 앞바다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이 청라매립지에 포함되면서 세어도를 제외한 청라도, 일도, 장도 등 거의 모든 섬들이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청라도는 광대한 갯벌 매립지의 서쪽 끝에 위치한 섬이었다.
해발고도는 67.7m, 면적은 0.79 ㎢였다.
원창동 환자곶 해안에서 3.5㎞, 연희동 용의머리반도 서단에서 2.5㎞ 떨어진 섬이었다.
푸른 넝쿨 관목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필자가 연희동에서 보낸 유년시절, 이 섬을 아이나 어른이나 '파렴'이라고도 불렀다.
'염'이 사멸된 우리말로써 섬을 말하는 것이었으므로 파란 섬이라는 뜻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용의머리반도의 돌출된 곳(돌부리라고 불렀다), 조선 말기 연희돈대가 있던 곳에 서서 파렴으로 출장 가신 아버지가 돌아오시기를 기다렸다.
서곶출장소에 근무하신 아버님은 청라도와 세어도에 출장을 자주 가셨다.
바다 위로 멀리 보이는 그 섬이 유난히 푸른색으로 보였고 아버지가 탄 배는 파렴 앞에서 홀연히 나타나 순풍을 타고 뭍으로 왔다.
청라도는 부평부 모월곶면의 가장 저명한 섬이었다.
옛 지명은 고지도에 靑蘿 또는 靑羅로 실려 있는데 넝쿨 라(蘿)인가 벌일 라(羅)인가 따질 필요는 없다.
유서 깊은 우리말 지명 '파렴'의 음차이기 때문이다.
'파렴'은 1911년 발간 <조선지지자료>에 포구 이름으로 실려 있다.
'청라'가 한자 뜻도 좋고 어감도 좋지만 국제도시 지명을 지을 때 '파렴국제도시'라 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라국제도시 갯벌에 있던 섬들을 기억하자.
사도는 경서동에서 정북쪽 700m, 연희동에서 북서쪽 800m에 자리잡고 있었다.
뱀이 유난히 많아 그런 이름이 붙었고 말뜻 그대로 '뱀섬'이라고도 불렀다.
40~50년 전 그 곳에서 백사(白蛇)가 여러 마리 잡혀, 땅꾼들이 드나들었던 일이 기억난다.
거참도는 경서동 서단에서 서쪽 4㎞,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의 맨끝이었다.
섬의 바로 등뒤(서쪽)는 밀물 때나 썰물 때나 바닷물이 머무는 큰 갯골이 있었다.
사도처럼 썰물 때 뭍에서 걸어 나갈 수 있었다.
장도는 경서동 서단에서 서남서 3㎞, 연희동 서단에서 4㎞ 떨어진 섬으로 '노렴'이라고 불렀다.
노루가 많이 살아'노루염'이란 지명이 붙었다가 '노렴'으로 축약되었고, 한자로 뜻을 살려 장도로 표기했던 곳이다.
꽤 먼 섬이었지만 거참도나 사도처럼 썰물 때 뭍에서 걸어나갈 수 있었다.
자치도는 까투리처럼 생겨 그런 이름이 붙었다.
원창동의 갯말 서쪽 갯벌에 있던 섬이다.
일도는 청라도 등뒤에 숨듯이 앉아 있던 섬이었다.
육지에서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매립되어 한국가스공사 기지와 한국전력공사의 인천복합 화력발전소가 앉아 있다.
위의 장도와 청라도와 더불어 방조제로 연결되어 새로운 해안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원규 webmaster@incheonilbo.com
2014년 08월 01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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