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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부부관계, 대화의 기술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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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기능장애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다보니 부부상담을 병행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얼마 전 병원을 찾은 K씨 역시 그런 예이다. 중년의 여성 K씨는 “남편만 보면 속이 뒤집힌다”고 했다. 학원강사를 하며 받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남편 빚을 갚아야 했고 그래서 무척이나 속상해했다. 사업에 크게 실패한 남편은 현재 직장을 구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남편은 가장 노릇 한번 제대로 못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에 심인성 발기장애를 겪고 있었다. K씨는 “낮일을 못하면 밤일이나 잘하든가…”라며 빈정거렸고, 이 말로 인해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은 남편은 그 날 이후로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병원을 찾은 부부는 갈등의 골이 꽤 깊어 보였다. 치료를 받으러 온 것은 남편의 의지로, 그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남편은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남자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고 했다. 때문에 자신 때문에 아내가 고생하는 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미안하다”는 등의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반해 태어나서 줄곧 서울에서만 살아본 아내는 뭐든 표현해주길 원했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나 때문에 고생하는 거 다 안다. 고맙다”는 말 한 마디뿐이었다. 병원에서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듣게 된 부부는 점차 화를 누그러뜨리고 둘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몇 십 년을 살 부비며 산 부부라 해도 남편이 알지 못하고 아내가 알지 못하는 모습이 있게 마련이다.
부부지만 결혼 전까지 몇 십 년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데다,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행동에서나 생각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대화를 하지 않으면 서로간의 속마음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한 지붕아래 사는 부부지만 공유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는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부부가 겪는 모든 갈등을 대화로 100%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한번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재미가 있든 없든 간에 서로의 몰랐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먼은 말만 하면 싸움이 되는 문제들을 ‘중대한 문제’라고 부르자고 하면서 싸움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라고 한다. 발언권이 없을 경우에는 우선 듣는 사람의 입장이 되고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은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 자신이 발언권을 갖게 되면 그때서야 정리된 나의 감정과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무촌지간인 부부사이, 한없이 가까워야 할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침실을 따로 쓰게 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주겠지’라는 생각은 부부사이를 더 멀게 만들 뿐이다. 부부의 친밀함은 솔직한 대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참고로 한 일간지에서 본 건강한 부부싸움을 위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싸움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기. ‘의제’를 하나만 설정한다 ▲지난 일은 들추지 않는다. 24시간 경과한 사안은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다 ▲상대의 약점을 찌르지 마라.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된다 ▲상대방의 가족 등 제 3자는 거론하지 않는다 ▲아이들 앞에선 싸우지 않는다 ▲시간도 중요하다. 식사 전이나 식사 중, 늦은 밤이나 출근 전은 피하고 주말 오후 둘만 있는 시간을 활용한다 ▲폭력 쓰지 않기, 물건 부수지 않기는 두말하면 잔소리 ▲“내가 다 잘했다는 건 아냐” “당신 힘들다는 것 알아” 같은 말을 아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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