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어제 또 들이부었군요. 겨울 햇살이 이토록 따사로운데, 그대는 인상만 찡그리고 있네요. 머리는 지끈거리고, 속은 메슥거리고, 당장 어디 가서 눕고만 싶겠지요. 지금 당신은 ‘점심때 뭘 먹으면 속이 괜찮아질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을 겁니다. 이미 출근할 때 술 깨는 약을 샀을지도 모르죠.
그대, 숙취가 왜 생기는지 알고 있나요? 술을 마시면 알코올 때문에 우리 몸은 오줌과 땀으로 많은 수분을 배출해요. 수분이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대도 알고 있겠죠. 우리 몸의 70%는 물로 이뤄져 있잖아요. 그야말로 우리는 걸어다니는 물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몸속의 물이 1~2%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을 느낀답니다. 그러니 어젯밤 과음했다면 당장 물을 마셔요. 많이. 물을 먹으면 혈중 알코올 농도도 낮춰주고, 알코올 배설도 빨라질 겁니다. 맹물이 싫다면 달다한 꿀물이나 과일주스도 괜찮아요. 당분과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알코올 대사가 빨라지거든요. 유준현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일 중에선 토마토를 강력 추천하시더군요. 토마토에는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주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숙취 해소에는 딱이라고 합니다. 전해질이 들어 있는 이온음료도 나쁘지 않아요. 술을 마시면 수분과 함께 전해질도 우리 몸속에서 많이 빠져나가거든요. 전해질이 부족하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사람이 무기력해진답니다. 그렇다고 콜라나 사이다를 마시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죠? 칼로리 높고 영양가 없는 청량음료는 숙취 해소에 별 도움이 안 된답니다.
그대, 물 종류 말고 뜨뜻한 국물이 간절하다고요? 배도 고프다고요? 맞아요. 이상하게 술을 마신 다음날이면, 속은 쓰려도 밥맛이 좋아질 때가 있죠. 이것은 알코올이 포도당 합성을 방해해서 혈당 수치가 일시적으로 낮아져 그런 거랍니다. 그럴 땐 시원한 콩나물해장국이나 북엇국에 밥을 먹는 게 최고예요.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과 비타민C, 북어의 글루타티온 성분은 모두 알코올 분해효소 생성을 도와주거든요. 조개국물에 많은 타우린과 베타인은 술을 마신 뒤의 간장을 보호해준답니다. 밥맛이 좋다고 꾸역꾸역 많이 먹지는 않겠죠?
김형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전날 먹은 술로 위도 간도 힘들어 죽겠는데, 음식을 먹어 숙취를 해소하겠다는 생각을 버려라”라고 주문하셨습니다. 차라리 한 끼 정도는 꿀물이나 과일주스 등으로 수분을 보충하면서 위와 간을 쉬게 해주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답니다. 그러니 가볍게 허기를 해소하는 정도로 국물과 밥을 드세요.
라면이나 육개장, 얼큰한 부대찌개 이런 게 자꾸 눈에 들어온다고요? 또 당신의 취향은 특별해서 술 마신 다음날은 피자나 파스타, 자장면이나 짬뽕을 먹어야 한다고요? 그대는 언제 철이 들까요. 당신이 먹고 싶은 것이 꼭 당신 몸에 좋은 것은 아니랍니다. 라면은 염분이 많고 자극적이에요. 육개장이나 부대찌개도 술 때문에 손상된 위벽이나 장에 자극을 더할 뿐이죠. 한마디로 상처 부위에 소금 뿌리는 격입니다. 피자나 파스타, 자장면은 지방이 많아 좋을 리 없겠죠. 제발 당신의 오장육부를 학대하지 마세요.
당신의 간은 어젯밤 당신을 위해 참 많은 일을 했어요. 이제 좀 쉬게 해주세요. 적어도 이틀에서 삼일은 간을 쉬게 해주세요. 술은 술로 풀어야 한다며 해장술을 권하는 동료가 있다면 혼자 드시라고 하세요. 김준명 해우소한의원 원장은 만일 당신이 쉬지 않고 술을 마시면 지방간에서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군요.
연말입니다. 한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당신, 충분히 연말을 즐길 자격 있습니다. 그러나 숙취로 고생하는 당신 몸을 학대할 자격은 없답니다. 오늘밤은 일찍 집에 들어가 푹 주무세요. 잠을 푹 자는 것, 몸을 쉬어주는 것, 그것만큼 좋은 숙취 해소제는 없답니다.
글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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