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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없는 사랑? 그건 그냥 불륜!
본문
“약혼자랑 헤어져. 날 사랑한다며!”
전부터 불륜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의 파국은 늘 세컨드라 불리는 바람 상대자들이 본래의 상대를 버리고 내게 오라고 하면서 시작된다. 남이야 피눈물을 흘리던 말던 자신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맞아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담 없이 즐기고 싶은 실속파(?)에게 이런 상황은 오히려 새드(sad)엔딩이다.
즐기긴 하되, 얽매이긴 싫다?
“사랑한단 말 잘해?”
“아니 별로.”
“잘됐네. 나한테도 하지 마.”
영화 <어깨 너머의 연인>에서 자유연애주의자인 정완(이미연)이 만나고 있는 유부남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즐기긴 하되, 얽매이긴 싫다는 것.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원래 연애 상대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참신함을 느끼면서 원래 애인하고 헤어지지 않아도 되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부담 없다는 점에서 플러스 50점은 먹고 들어가는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유부남(녀)는 ‘유난히 부담 없는 남(여)자’나 ‘유사시 부를 수 있는 남(여)자’라 매력적인 존재다. 문제는 양쪽 모두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어야 한다는 것. 한 쪽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상황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술집 여자 연아(장진영 분) 역시 처음에 약혼녀가 있는 남자인 영운(김승우 분)에게 접근할 때는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만나면서 마음을 준 것이 화근이 됐다.
약혼녀와 결혼한다며 헤어지자는 그에게 “첩년도 좋고, 세컨드도 좋으니 버리지 말아달라”고 매달리다가 결국 발차기에 어퍼컷까지 아주 그냥 제대로 얻어 맞고 만다. 영운은 자신의 안정된 삶을 버릴 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치졸하고 찌질하지만 어쩌겠나 그 사랑이 고작 그거라는데. 결국 ‘진짜 그 사람이 사랑하는 건 나’라는 생각 속에서 자신만만했던 연아만 바보인 것이다.
- ▲ (좌) 어깨너머의 사랑, (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 이상한 사랑(?)의 공통점은 단지 바람을 피웠다는 것뿐일까? 아니, 이들의 사랑에는 책임이 빠졌다. 생 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잊기 쉬운 진실이라며 “네가 길들인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말한다. 사랑하기는 쉽지만, 사랑을 책임지기는 어렵다. 그리고 책임이 없는 사랑은 결코 불륜 혹은 엔조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영원한 2인자에 만족할 각오가 되어 있다거나 욕을 먹을지언정 진정 내 운명이라고 서로 주장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 어설픈 사랑(?)따위 냉큼 접으시길. 상대는 책임질 마음도 없는 사랑에 미쳐서 엄한 원래 임자들 속 뒤집어놓지 말고. 남의 것을 허락도 없이 공유하는 마당에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도리에 맞지 않겠나. 그게 책임 없는 사랑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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