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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BT 결합 '과학 韓流'가 희망이다.
본문
광복 100년을 향한 한국의 ‘블루오션’
《먼 미래에 대한 예측은 대부분 맞지 않는다. 그래도 예측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미래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현재의 연장선 위에 있기 때문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은 2005년. 빈곤과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과거 성적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경제 규모 세계 11위 국가로 급성장했다.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 사회는 어떻고 한국은 무엇에 기대어 살아갈 것인가.》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
2045년 한국의 모습을 조망하려면 먼저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인류는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정보화 사회는 컴퓨터가 일반에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 시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지금은 산업 사회와 정보화 사회가 중첩돼 있다.
2020년경에는 ‘의식기술(conscious technology)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의식기술 사회에선 말 그대로 인간의 의식과 기술이 결합한다. 칩이나 기계장치가 인간의 의식과 연결돼 개인이 이런 기기를 몸에 달고 다니게 된다. 기기의 도움을 받아 의사 결정을 하는, 1인 결정구조를 가진 1인 기업도 가능하다.
농경 사회에서의 종교, 산업 사회에서의 국가, 정보화 사회에서의 기업이 갖고 있던 권력이 의식기술 사회에선 개인으로 옮아가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미래는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과학자 25명이 공동 저술한 ‘앞으로 50년’은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상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우선 인간 유전자를 해석하는 데 성공해 질병과 상처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달과 화성, 목성 궤도에 기지를 갖게 되고 은하계에 있는 다른 문명의 목소리를 듣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환경과 에너지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유비쿼터스 사회는 중앙 권력이 개인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빅 브러더’의 공포를 낳는다. 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생물학전(戰)의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술예측위원회는 국내 전문가 5000명을 대상으로 미래상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수요는 앞으로 30년간 매년 2.3%씩 증가해 현재 97%인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물은 2011년엔 40억 t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 배출도 계속 증가해 2100년엔 한반도의 기온이 현재보다 2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일과 韓流에서 희망을 찾는다
한국의 연구개발(R&D) 예산은 미국의 13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
핀란드나 스웨덴처럼 인구가 적은 국가는 정보기술(IT)이나 생명공학기술(BT) 같은 특정 분야에 예산을 ‘다걸기(올인)’할 수 있지만 한국은 어렵다. 그나마 적은 예산을 쪼개 모든 기술에 조금씩 발을 걸쳐놓아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만 놓고 보면 2045년에 한국이 여유 있게 남보다 앞설 부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올해 5월 방한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미셸 앤드루 씨는 2050년에 한국과 일본은 인구가 감소해 국력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은 4700만 명에서 3000만 명으로, 일본은 1억2000만 명에서 7000만 명으로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고 생산 인구는 감소해 ‘노인국’으로 전락한다는 시나리오다.
묘수가 없을까.
최근 ‘과학기술 예측조사(2005∼2030년)’ 작업을 했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박병원(朴炳垣) 부연구위원은 “통일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한은 2030년까지 낮은 수준의 연방국가가 될 전망이다.
1942년생인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2045년까지 생존할 확률은 낮다. 김 위원장 사후(死後)엔 북한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하고 어떤 형태로든 통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통일이 되면 일본과 대등한 규모의 내수 시장이 확보된다. 물론 통일 비용이 만만찮게 들겠지만 통일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의 ‘블루 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한류(韓流)를 통해 블루 오션을 찾자는 시각도 있다.
‘의식기술 사회’에선 개인이 전면으로 부상한다. 제조업보다 문화적 역량을 발휘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서구화의 물결이 20세기를 지배했다면 반대로 21세기에는 동양적인 것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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