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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든 '건강한 이단아'는 필요치 않나요? (펌)
작성자 : 안태문
작성일 : 2005.09.28 10:20
조회수 :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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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든 '건강한 이단아'는 필요치 않나요? |
[오마이뉴스 2005.09.22 09:21:05] |
[오마이뉴스 이정구 기자] “제가 서민입니다. 반갑습니다.”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의 저자 서민(39) 교수를 그의 연구실(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에서 만났다. 그의 책이 보통의 서민들 편에서 세태를 꼬집는 내용으로 서술한 탓일까. 자신을 '서민'이라고 소개한 서 교수의 첫 인상이 낯설지 않았다.
“사실 이 곳에서 근무를 시작한 99년부터 7년 간 단 한 번도 세탁한 기억이 없어요. 매년 그 자리에 방치돼 있다가 예비군 소집 때나 한 번씩 꺼내 입었죠.” 과연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을 할 만한 사람이라는 감이 왔다. 외향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의사면허 소지자에 의과대학 교수며 박사라는 직책이 왠지 차갑고, 깔끔하고, 절제됐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서 교수는 정반대의 푸근한 인상만을 안겨줬다. 그의 손때 묻은 서재도 들쭉날쭉 키 높이가 일정하지 않았으며, 거꾸로 꽂혀있는 책도 심심찮게 보였다. 한쪽 벽면 모서리엔 수북이 쌓인 책들이 놓여 있었다. 책의 저자들이 보내온 책이란다. 어떤 책을 주로 보느냐는 질문에 서 교수는 거침없이 “잡식성”이라고 답한다. 소설부터 시집, 에세이, 고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본다는 것. 특히 언론 관련 책은 거의 빠뜨리지 않고 탐독한다고. “사실 책을 많이 읽어야 할 때 그러지 못했어요. 학창시절 책 읽은 기억이 거의 없으니까요. 본격적으로 책에 몰입하기 시작한 것은 9년 전입니다. 그 전에 살아온 30년의 시간보다 책과 함께 지낸 최근 9년이 몇 배 더 값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 교수는 계간으로 출간된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 시리즈를 보며,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강준만의 사상에 매료돼 세상을 다시 배웠다고 한다. 그 후엔 3개월마다 그 책을 기다리며 살았다고 한다. 올해 종간 된 34권까지 본 것이 자신의 가장 값진 기억이 될 것이라고.
그는 서울에서 천안까지 왕복 2시간을 전철과 버스로 출퇴근한다. 그 2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황금독서 시간이다. 때론 그 시간에 글을 쓰기도 한다. 평균 이틀에 한 권의 책을 본다는 서 교수는 습관적으로 하루에 두 편의 글을 쓴다고 한다. 이미 5권의 책도 발간했다. “적당히 무식할 때 책을 내라는 진중권 선생님의 충고를 받아들였죠. 완벽을 기하려 한다면 평생 책을 못 내고 말 것이라고 하더군요.” “길은 많다. 의사만 고집하지 말라” “의사가 필요한 곳이 병원뿐이겠습니까. 우리 나라 식약청을 한 번 보시죠.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업무를 보아야 하는 그 곳에 의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절대비교대상은 아니지만 미국 식약청엔 400명의 의사가 포진됐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병원 이외에서 해야 할 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말을 이었다. “의사 출신 법조인도 배출돼야 합니다. 동업자 정신으로 똘똘 뭉친 의료계의 잘못된 관행을 환자의 입장에서 명쾌하게 해결해 줄 정의가 필요하죠.” 의대 시절 교수님으로부터 강의 시간에 들은 이야기를 전해줬다. “한 의사가 조그만 가위가 환자 몸 속에 있는 걸 모른 채 꿰맸다고 합니다. 환자는 계속 통증을 호소하다 다른 병원을 찾았답니다. 그곳 의사는 방사선으로 가위의 존재를 확인하고 환자에게 수술 부위가 곪았다고 하면서 전 의사의 과실을 덮어주고 재수술로 몰래 가위를 꺼내 주었다고 합니다. 이 어찌 건강한 사회겠습니까.”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본문에 있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서 교수는 의과대학 인기과의 명암을 조명하고 있다. 인기과의 판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바로 돈이며, 의사들 역시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한 의료계의 현황과 미래도 특유의 설득력 있는 논조로 조망하고 있다.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에 매료되는 이유
일찍이 의과대학 교수가 대학병원을 이처럼 호되게 매질한 일이 있을까. “나는 윌을 먹는다. 헬리코박터를 없애준다는 음료 말이다. 이유는 그 음료가 위염과 위궤양, 위암까지 일으키는 악의 온상인 헬리코박터를 없애준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말 뒤에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80%가 헬리코박터 보균자지만 위암발생율은 한국의 10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물을 제시한다. 또한 헬리코박터가 아이들의 설사병을 억제하고 위궤양의 원인인 위산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덧붙인다. 엉터리 의학지식, 잘못된 의료계의 관행 등에 대해 유쾌한 항변과 함께 유익한 정보를 가득 담은 도서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이 화제를 낳는 이유다. 이 책은 지난 8월 출간과 함께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현대 의학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수록된 내용 하나 하나가 어쩌면 의료계의 감추고 싶은 치부일 수 있는데도, 서 교수는 스스럼없이 유머까지 곁들여가며 일관된 목소리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대학병원의 순기능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물론 아니다. 다만 그 속에 감춰진 불합리한 점들을 들춰냄으로써 개선점을 찾자는 내용이다. 의대 재학 시절부터 의사면허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의과대학 강단에서, 또 다시 의학도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생생하게 체험하고 고민한 내용들을 진솔하게 털어놓은 이 책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신선한 충격과 함께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서 교수는 상업적 목적에 의해 제약회사가 공포를 조장하고, 그들의 지원을 받은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의도 대로 연구성과물을 만들며, 광고수주를 위해 언론까지 가세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야유한다. 또한 헬리코박터뿐만 아니라 세포의 필수성분인 콜레스테롤을 악의 축으로 인식시키고, 육식은 요절의 지름길이며, 암 예방에 좋다는 음식이 난무하고, 비타민은 안 먹으면 큰일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이비 건강상식을 송두리째 흔든다. 그는 책에서는 고인이 된 아버지도 종종 등장한다. 한 달 입원비만 600만 원이던 병상을 3년이나 지키다 가신 아버지와 가족들의 고통도 보인다. 2남2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많은 무게도 있었을 터. 아버지를 보내기 전 ‘내가 드린 100만 원짜리 수표가 아버지 일주일분 병원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나 아버지를 보내고 ‘더 계셨더라면 우리 집까지 팔아야 할 뻔했다’는 내용을 담으며 큰 병 앞에 무기력한 의료보험의 현실을 냉철하게 꼬집는다. 서 교수는 “환자도, 임상의사도 아닌 기초의학 전공자로서 의료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진정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다”며 “책을 낸 것은 세상에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고, 이 책으로 인해 단지 몇 명의 독자라도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면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넘쳐나는 각종 사이비 건강상식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그것보다 더 좋은 건강법은 없다는 게 일관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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