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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알의 콩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 - 콩 많이 드세요
본문
콩 한 알에 우주가 들어있다. 울타리에 강낭콩이라도 심어서 콩 껍질을 까본 사람은 안다. 도톰한 껍질 속에 숨어있는 우주를….
콩 꼬투리를 까다 보면 못난 것도 나오고 꼬투리 양쪽을 받치고 마치 그 틀을 유지 해주기 위해 아주 작은, 그저 콩 모양만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희생으로 다른 콩들이 버젓이 잘난 콩 행세를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이 작은 콩들을 보면 사뭇 경건해진다. 사람 사는 일도 그럴 것이다. 잘나고 강한 사람들이 마음껏 활개치고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마 자연의 이치대로라면 약하고 어린 사람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아직도, 암만 생각해도, 나는 정말 모르겠고, 풀리지 않는, 각자 모양대로 사람이 나고 사는 이유를 내 맘대로 이렇게 생각한다. 콩 꼬투리 끝에 붙어 있는 작은 콩알을 보면서….
콩은 심을 때부터 우주 이치를 생각해서 심는다. 비를 뿌려주고 햇빛을 비추어 하늘이 도와주니 하늘에 나는 새가 먹으라고 한 알, 따뜻하게 품어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고 땅속 밭을 갈아 숨구멍을 트이게 해주니 땅속 벌레가 먹으라고 한 알, 심고 가꾸고 애쓴 사람이 먹으라고 또 한 알 이렇게 해서 모두 세알씩을 심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벌레가 먹지 말라고 농약을 뿌려대니 그 벌레로 배를 채우던 새들이 아예 콩으로 배를 채우려 들고, 여기에 한 술 더 뜬 요즘 사람은 아예 심을 때부터 콩알에 농약을 범벅해서 새가 먹으면 죽게 만든다. 이젠 그것도 모자라서 유전자 조작 콩까지…. 아, 정말 이것은 보이지 않는 소리 없는 우주전쟁이다.
그래도 콩 먹는 재미를 포기할 수는 없다. 완두콩을 하얀 쌀밥에 놓아 먹으면 맛도 맛이지만 모양이 그 만큼 이쁜 밥이 없다. 또 강낭콩을 몇 종류 심으면 그 콩 먹는 재미가 어딘데…. 붉은 것부터 얼룩얼룩한 것, 아예 껍질이 하얀 것, 요즘은 강낭콩 종류도 얼마나 많은지 셀 수 없다.
콩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우리가 흔히 메주콩이라고 부르는 흰콩이다. 우리 음식 가운데는 이 콩이 안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다. 두부, 된장, 청국장, 간장….
이렇게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잡곡이 흰콩인데 요즘은 무농약 콩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벌써 여러 사람에게 부탁을 해놨는데 겨우 한말을 구했다. 흰콩이 두 말은 있어야 겨우내 우거지 넣고 콩비지도 해먹고, 가끔씩 콩죽도 쑤어 먹고, 청국장도 띄우고 하는데 무농약 콩은 커녕 국산 콩 구하기도 쉽지 않다.
장날 집에서 가져 왔다고 쭈그리고 앉아서 파는 할머니들 콩도 못 믿을 세상이니까, 이 시골에서도 뉘 집 농사 지은 것 보고 사야 된다. 그나마 무농약으로 짓는 사람들은 자기 먹을 것 정도로 짓거나 된장을 담가서 팔려고 잘 팔지 않는다. 갑자기 콩 때문에 우울해졌다. 내년엔 돌 틈에라도 흰콩을 심어야 하나보다.
저녁엔 콩을 갈아 콩비지를 먹을까 하고 어렵게 구한 귀한 콩을 불려 놓았다. 불린 콩이 얼마나 보오얗고 예쁜지 모르겠다. 마치 우주가 팽창하듯 지금 내 그릇 속에서 무농약 국산 콩들이 움직인다. 입속으로 들어가는 모든 먹을거리마저 믿지 못하는 세상에 지금 우리가 먹고 살겠다고 바둥거리며 서 있다. 물을 머금고 몸뚱이를 두 배나 불린 콩처럼 아직도 변화를 꿈꾸며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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