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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은 한국라면이 탄생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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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9월 15일은 한국라면이 탄생한 날이다. 삼양식품(주) 전중윤 회장은 당시 서울 남대문시장을 지나가다 배고픈 사람들이 한 그릇에 5원 하는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보게 된다. 안타까운 마음에 전 회장은 일본에서 기술을 들여와 ‘치킨라면’을 만들었고 이것이 한국 최초의 라면이다. 당시 가격은 10원으로 김치찌개·된장찌개가 30원, 커피 한 잔이 35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처음 라면을 접한 사람들은 생소한 탓인지 맛을 보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광고를 해도 판매가 되지 않자 삼양식품 직원들은 시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시식회를 열었다. 이런 가운데 암울한 식량 사정을 타개하기 위해 65년 박정희 정부에서 혼분식 장려정책을 펼치면서 한 끼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라면은 주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지금이야 가벼운 한 끼 식사나 간식으로 라면을 먹지만, 오랜 시간 배고픔에 허덕이던 당시의 서민들에겐 너무도 고마운 음식이었다. 86년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 선수가 “라면만 먹고 뛰었다”고 말한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영화 ‘넘버3’에서 불사파 두목 송강호가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현정화는 라면만 먹고 금메달을 3개씩이나 땄어”라고 엉뚱하게 말하지만….)
라면 탄생 후 꼭 43년이 흐른 지금, 우리에게 라면은 어떤 의미일까. 라면 하면 연상되는 주제를 가지고 ‘라면 이야기’를 풀어본다.
◇주침야활 면식수행(晝寢夜活 麵食修行)=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며, 라면을 세끼 주식으로 해결한다는 뜻의 이 코믹한 사자성어는 인터넷 폐인들이 하는 득도의 한 방법이다. 디시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 가면 ‘컴퓨터 모니터와 함께 널브러진 라면 밥상’ 사진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누리꾼들과 라면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과연 한 해에 소비되는 라면의 양은 어느 정도 일까.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 국민들은 1인당 75개, 연간 36억 개의 라면을 소비했다. 이걸 모두 세워서 쌓으면 에베레스트산 8만 1374개를 합한 높이다. 브랜드별로는 신라면(농심), 안성탕면(농심), 삼양라면(삼양라면), 짜파게티(농심), 진라면(오뚜기)가 제일 잘 팔렸다.
우리의 ‘면식수행’ 정신은 세계 속으로도 뻗어가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라면과 사발면 등은 미국 시장에서 일본 닛신(日淸)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린다. 한국야쿠르트의 도시락 라면은 러시아 최고의 인기 상품이다. 중국에서 ‘매운맛을 먹지 못하면 사나이 대장부가 아니다’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신라면은 고가 고품질 정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라면은 구공탄(연탄)에 끓여야 제 맛?=어린시절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를 본 사람들이라면 마이콜의 밴드 ‘핵폭탄과 유도탄들’이 부른 ‘라면과 구공탄’을 기억할 것이다. ‘라면은 구공탄에 끓여야 맛있어.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좋은 라면(코러스 : 가루가루 고춧가루)’ 라는 이 추억의 노래는 80~90년대 어린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곡이었다.
하지만 불어터진 라면을 먹고 싶지 않다면 연탄에 끓이는 것은 말리고 싶다. 라면의 맛은 ‘화력’이 결정하기 때문. 분식집 라면이 맛있는 이유도 일반 가정의 가스레인지보다 훨씬 강한 화력으로 순식간에 라면을 끓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KBS2TV 예능프로그램 ‘스펀지’에서는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열전도율이 높은 냄비(양은 냄비)에 라면봉지에 적혀 있는 양의 물을 넣은 후 가장 센 불에서 팔팔 끓인 다음 면과 스프를 동시에 넣어 2분30초가량 끓이고 라면이 살짝 풀어졌을 때 면발을 건져 들었다 놨다하면서 산소와 만나게 하면 쫄깃쫄깃하고 맛있는 라면을 끓일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입맛대로 신 김치, 계란, 치즈, 청량고추, 콩나물 등을 넣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라면에 마요네즈나 커피, 콜라, 우유를 넣어 맛있게 먹었다는 엽기 취향도 전설처럼 가끔 들려오지만….
◇라면의 변신은 무죄=골뱅이라면무침, 김치볶음라면, 라면스파게티, 라면냉채, 라면그라탕, 라면전골, 라면깐풍기, 라면크로켓 등등 인터넷의 음식 블로그나 게시판을 뒤져보면 라면을 이용해서 만든 수많은 음식의 조리비법을 접할 수 있다.
그중 라면 카페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치볶음라면, 라면스파게티의 조리비법(참고 ‘119가지 라면요리 모음’)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김치볶음라면은 △신 김치를 잘게 썰어서 프라이팬에 볶다가 △참기름이나 깨소금 파 마늘을 첨가하고 △볶은 김치에 물을 자작자작하게 부은 후 라면 스프를 1/4만 넣고 끓인다 △볶은 김치물이 끓을 때 면을 넣고 서서히 볶고 △물이 줄면 불을 줄여서 라면이 불지 않도록 쫄깃쫄깃하게 볶으면 된다.
라면스파게티는 △계란과 마카로니를 식성대로 미리 삶아 둔다 △냄비에 정량의 2/3가량 물을 넣고 라면을 삶는다 △면이 다 익기 전에 양념스프와 야채스프, 케찹을 넣고 국자로 저어 준다 △마카로니 익은 것을 접시에 담아 후추를 뿌려 두고 끓인 라면을 담는다 △ 삶은 계란을 반으로 갈라 위에 얹으면 매콤하고 달콤한 라면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다.
직접 끓여 먹는 것도 귀찮다면 라면 전문점에 가도 좋다. 너무나 매운 맛에 두세 젓가락 먹다보면 땀이 삐질삐질 나오는 ‘틈새라면’, 해물이 들어간 ‘잡놈’, 게가 들어간 ‘게놈’, 짜장라면인 ‘떼놈’, 이름도 재밌는 ‘그놈이라면’, 군대 반합에 라면을 끓여 내오는 ‘오다리’ 등이 유명하다.
◇라면과 다이어트·웰빙=비록 인스턴트 라면의 창시자인 안도 모모후쿠(97) 닛신식품 회장이 “내 건강의 비결은 매일 먹는 라면”이라고 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라면은 건강의 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100g 중량의 라면은 400~500kcal의 열량과 65g의 탄수화물, 9g의 단백질, 14g의 지방, 그리고 칼슘 등이 들어있다. 라면 먹을 때 계란, 김치를 넣어 먹는 건 모자란 영양을 보충하려는 것인 셈.
일부 여성들은 칼로리를 줄이기 위해 면을 살짝 삶은 뒤 물에 헹궈내고 다시 스프와 함께 끓이기도 한다. 튀긴 면발에 있는 기름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라면 업계에서는 이 방법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농심라면 홍보실 관계자는 “라면 면발에 국물이 속속 배어들어야 맛있지, 그건 라면을 잘 이해하지 못한 조리법”이라며 “라면의 열량은 성인 한 끼 당 권장 열량 700~800kcal에 못 미친다. 라면에 밥 한 공기를 말아 먹으면 모를까, 라면만 먹는다면 칼로리는 크게 문제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칼로리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문제 삼는 건 L-글루타민산나트륨인 MSG다. 라면의 감칠맛을 내는 MSG의 과다섭취는 단백질 합성, 항체, 호르몬 같은 생리작용에 필요한 비타민 B6의 결핍을 가져와 무력감, 두통, 천식 같은 질환을 유발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신경전달물질생성, 인슐린 합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경우 우울증, 과잉행동증, 면역력저하를 동반할 수 있다.
또한 라면 1봉지에 들어있는 나트륨 함량이 국제보건기구(WHO) 1일 섭취 기준치(1968㎎)를 최고 1.4배까지 웃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웰빙이 화두가 되면서 라면 업계는 타격을 입고 있다. 2003년 6.5%, 2004년 7.3%의 성장률이 2005년에는 1.3%에 그친 것. 위기 타계를 위해 라면업계는 저염도 라면을 출시하거나 기름에 안 튀긴 면과 유기농 원료 등을 쓰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라면 심리테스트
Q. 라면을 먹을 때 무엇부터 먹으세요?
1. 면발 2. 국물 3. 버섯 4. 계란 5. 다시마/어묵
-면발부터 먹는 당신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모조리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
-국물부터 먹는다면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해주길 기다리는 사람
-버섯부터 먹으면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는 타입
-계란부터 먹는 당신은 상대가 좋아지면 고백할 생각부터 하는 사람
-다시마나 어묵에 먼저 손이 간다면 자존심이 세서 먼저 쉽게 고백하지 않는 타입.
(이 테스트는 한국심리학회의 검증을 전혀 거치지 않은 것임을 밝혀둡니다. ^_^)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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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님의 댓글
글치요 짜장면과 라면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좋은 먹거리입니다... 제가 러시아 출장 다닐땐 라면아님 먹을게 별로 없던 때입니다...러시아에서 먹던 팔도 도시락면(사각)의 맛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