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포리 선착장에서 도착하니 우리를 가장 먼저 맞아준 것은 비릿한 내음의 새우젓을 비롯한 젓갈을 숙성하는 커다란 드럼통이었습니다.
비닐로 덮어높은 드럼통에는 맛있는 젓갈이 익어(?)가는 중.
잠시 한눈을 팔 사이도 없이,
배가 곧 떠나니 빨리 표를 끊어가지고 오라는 말에 허둥지둥 매표소로 들어갔습니다.
외포리에서 석모도까지 배의 운임입니다.
위의 표에 적힌 요금은 편도요금입니다. 때문에 곱하기 2를 하여야 합니다.
(석모도에 사신다면 몰라도.)
대부분 단체 여행을 오신 분들입니다.
혼자 여행온 사람은 달랑 저 혼자인듯.
배를 구입한 사람들이 배를 타기 위해 늘어선 모습입니다.
이곳에 서 계신 분들은 저처럼 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분들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신 분들이지요.
십년 전,
제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운전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따로 줄을 서서 배를 타야만 했지요.
그래서 잠시 이산가족이 되어야했었지요.
지금은 차를 가지고 온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차에 타 배에 오릅니다.
길게 줄지어 서있는 차들 보이시지요?
차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가득.
모두가 즐겁고 들뜬 표정입니다.
드디어 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갈매기 떼!
아마 석모도에 한번이라도 다녀가신 분이시라면
이곳을 떠올린 때 가장 먼저 갈매기 떼가 생각날 것입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역시 차를 가지고 오지 않으니 너무나 편리합니다.
배 안쪽으로 들어가 이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시원한 해풍과 함께 유유히 떠있는 두어 척의 배.
갈매기를 사진으로만 본 사람은 갈매기를 보는 순간 조금은 놀랐것입니다.
갈매기가 예상외로 크기 때문에 말입니다.
갈매기가 날개를 펼쳤을 때 전체 길이가 대략 50~60센치는 넘을 것입니다.
배의 움직임과 함께 서서히 배 주위를 선회하는 갈매기 떼!
배가 출발을 하여
포말을 일으키며 서서히 앞을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바닷물을 향해 갈매기들을 위해 무엇가를 하나 힘껏 날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세 마리의 갈매기가 날렵하고 민첩하게 움직입니다.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니 꼭 어름 위 같지요?
하지만,
여기는 강화 앞바다
지금은 갈매기들의 치열한 먹이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입니다.
바닷물 위에 떨어진 먹이를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가로채는 모습입니다.
저들의 솜씨,
경탄해 마지 않습니다.
배는 육지에서 점점 멀어지고
갈매기들의 움직임도 적극적이 됩니다.
사람들의 머리 위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곳까지 과감하게 스치듯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모두 이 갈매기떼에게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선실 안은 텅 비어있네요.
사람들은 이 갈매기 떼들의 재롱을 그냥 지나쳐보기에는 무언가가 서운한듯
카메라 샷더를 누르느라 분주합니다.
모두가 멋진 작품 사진을 찍으러 온 사진작가들 같지요?
그러나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저 역시 허둥거리며 찍기를 거듭하지만 꼬리가 찍혔는가 싶으면,
이번에는 빈 바다 뿐입니다.
그러나,
밖의 소란스러움과는 너무나도 판이한 모습으로 선실을 지키는 사람들이 계십니다.
새들이 나는 모습은 우아하기 그지없습니다.
멀리서 볼 때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새들은 절대로 맹목적으로 나는 법은 없는 듯 싶습니다.
갈매기들로 더 없이 즐거워진 사람들,
하나같이 웃고 있습니다.
꼬마가 들고있는 과자가 바로 새우깡!
갈매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자랍니다.
(혹시 아닐 지도 모르겠네요.)
갈매기를 찍었다느니, 못찍었다느니,
디카로 찍어 바로 되돌려 볼 수 있어 생긴 일이지요.
이 아가씨는 자못 아쉬운지 빈 새우깡 봉지를 들고있습니다.
어느덧 절정을 이룬 듯
갈매기 때는 배꽁무니 흰포말에 휩싸여 장관을 이루고,
잠시 상념에 젖어봅니다.
10여 년전 그날,
그날도 저는 이렇게 뱃머리에 서서 저 갈매기 떼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암담하고, 처연한 기분으로....
여전히 10여년 전 그 날처럼,
갈매기 떼는 배 꽁무니를 쫒아 선회를 거듭하고 있지만
내 마음속에선 아무런 감회도 없습니다.
일정하게 줄을 서서
솟구치는 파도도 멋이 있지만,
이렇듯 제 멋대로 부서지는 물살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 사진만 본 사람은,
참 멋진 바닷가의 풍경이라고 생각하겠지요.
넘실대는 바닷물 위로 한가롭게 갈매가 나르고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새우깡 하나를 서로 차지 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 중이라는 사실을...
이 친절한 아저씨는 저를 위해 모델을 자청해 주셨습니다.
새우깡을 자신이 들고있을 테니 갈매기가 채어 가는 순간을 찍으라고.
하지만,
세 번이나 새우깡은 그 주인을 달리했지만,
저는 그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드디어 배는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엔진소리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영리한 갈매기도 훌쩍 뱃전에서 사라져버리고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몇 마리만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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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수님의 댓글
1년에 한번정도 석모도에 가는데 그때 배탄 기분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