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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똑똑하게 받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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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장 백모(46)씨는 10년 이상 회사에서 실시하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 왔지만 늘 불안하다. 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던 직장 선후배 동료 중 벌써 세 명이나 암으로 사망했고, 현재도 한 명이 대장암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필요 없는 검사까지 잡다하게 포함돼 있고 정작 필요한 검사는 빠져 있어 매년 검진을 받아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며“내 건강 상태에 꼭 맞는 '맞춤 검진'을 받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검진 상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기 검진 ‘확실히’ 효과 있다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직장인 10명 중 7명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연례행사처럼 된 건강검진이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조기 진단해낼 수 있을 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확실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이 1992년부터 2004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270여 만 명을 대상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수검자)은 받지 않은 사람(미수검자)보다 의료비, 입원일수, 당뇨병이나 심·뇌혈관 질환 발생률 등에서 확실하게 혜택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검진에서 암을 발견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건강검진센터에 따르면 위암, 대장암 등 13가지 암의 발견율이 2002년 0.53%에서 2003년 0.63%, 2004년 0.74%, 2005년 0.79% 등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종합검진 왜, 어떤 병을 많이 놓치나
종합검진을 받고도 암이나 뇌졸중 등에 걸린 사례가 적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흔한 이유가 검진 항목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주로 받는 20만~30만원대 종합검진에는 대부분 대장내시경 검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또 폐암의 조기 발견에 효과적인 폐 CT도 웬만한 종합검진에는 들어 있지 않다. 매년 꼬박꼬박 종합검진을 받고도 대장암이나 폐암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검사 장비의 노후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검진하는 데 따른 관리 소홀도 검진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종합검진은 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병은 비교적 정확하게 찾아내지만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심장의 관상동맥이나 뇌 혈관의 문제점은 발견하기 어렵다. 암 중에선 대장암이나 췌장암, 전립선암 등을 놓치기 쉽다.
건강검진 똑똑하게 받으려면
먼저 건강검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병원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검사해줄 것으로만 맡기지 말고, 자신의 병력이나 생활습관, 질병의 가족력 등을 고려해 적합한 검진상품을 찾아야 한다.
또 작년에 받은 검진 결과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각 병원 인터넷 사이트 검색해 적합한 검진 상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1999년부터 매년 종합검진을 받아온 이모(57)씨. 종합검진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껴 2003년엔 뇌 MRI를 추가했다. 천만 다행으로 그 때 뇌에서 3㎝ 크기의 혹이 발견돼, 2006년 종양 제거수술을 받고 깨끗이 완치됐다.
이씨처럼 추가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검사 1~2개를 추가하는 ‘선택검진’이 종합검진의 허점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신뢰할만한 병원 한 곳을 정해 1~2년에 한번씩 꾸준히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말한다. 그래야 건강 지표의 변화를 파악하기 쉽다. 더 좋은 것은 ‘가정주치의’를 두고 건강검진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 것. 선택검진 항목을 뭘로 정할 것인지도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 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jhsim@chosun.com
/ 도움말=김주영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교수,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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