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는 오랜 역사의 재미있는 게임이다. 세상사람 치고 가위-바위-보 한번 안해본 이가 있을까. 허나 가위-바위-보를 누구한테 어떻게 배웠는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까마득해서 잘 모를 일이다. 지나고 보면 아이들 하는 놀음으로 우습다지만, 한때는 매우 중요한 결정을 가위-바위-보로 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이렇게 간단한 게임, 가위-바위-보에 얼굴을 붉히며 몰두 한 적도 있었다. 진료실에서 성기능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과 부부면담을 해 보면 부부관계가 바로 가위-바위-보와 같은 게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린애가 가위-바위-보에서 무엇을 낼 지 결정할 때 진지하게 고민해 보듯, 성생활에 노심초사하는 사람, 부인은 보자기를 내는데 자기는 한 번 쉬어보는 사람. 부인이 가위를 늦게 내었기 때문에 이번 가위- 바위-보의 승패는 무효라고 주장하는 사람. 부부지간에 한 게임을 가지고 한번 졌다고 비탄에 빠진 사람, 한번도 빼지 않고 이기지 않으면 분을 삭이지 못하고 부부싸움까지 가서는 기어코 주먹을 내고야 마는 사람, 이 친구, 저 친구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다 이겨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괴짜들... 그 중에 제일 안타까운 이들이 가위-바위-보에서 서로 이기려고 침묻혀 가며 이리저리 재보는 사람들인데, 부부가 서로 그러고 앉았는 경우가 더욱 안타깝다. 아이들놀음을 뭐 나이 들어서 하냐고 초월해 있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내가 아직 이럴 때가 아닌데...' 하면서 가위-바위-보 없는 세상을 살맛이 무어냐고 부친뻘 되는 노인장들이 무릎을 다가세우실 때 는 맞장구를 치는 수 밖에.
많은 남성들이 오십견으로 가위-바위-보를 위한 어깨 들어올림이 힘들어짐을 느꼈을 때 놀라고 당황하는가 보다. 이제 간단히 경구 복용하는 약으로 가위-바위- 보를 위한 어깨 들어올리기를 도와드릴 수 있다지만, 성의학을 전공해온 입장에서 보면 가위-바위-보는 꼭 어깨를 들어올리지 않아도 정다운 눈길로 혹은 손짓만으로도 승부도 가르고, 비겼다고 웃을 수도 있고, 때때로 지기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것이다. 나는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가위-바위-보가 지겨우면 한 차원 높여 서로 리드해 가면서 목소리도 내보는 묵-찌-빠를 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신당부하는 것은 꼭 이기려고 하지 말고 가능하면 비겨가면서 해보라는 부탁을 빠뜨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위-바위-보'든 '묵-찌-빠'든 비겨야 자꾸자꾸 재미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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