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BEING!
과민, 난폭, 과다 성욕은 집안 내력?
본문
과민, 난폭, 과다 성욕은 집안 내력?
-
결혼 전 양가 부모들이 상대 집안 내력을 꼼꼼히 살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결혼 당사자들이 연애기간 서로에 대해 파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 두 셋을 낳은 후 남편 혹은 부인의 ‘이상한 성격’이 뒤늦게 드러난다면 앞이 캄캄해질 것이다. 갑자기 난폭해지고 의심이 많아지는 등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는 ‘양극성 장애’는 다른 장애에 비해 유전성이 높다.
양극성 장애는 사람의 기분을 조정하는 뇌의 생화학 물질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생긴다. 기분이 들떠있고 자신이 최고라는 과대망상에 빠져있다. 점잖게 있다가 갑자기 돌변해 추태를 부리거나 갑자기 흥분해 말을 많이 한다. 갑자기 화를 내거나 의심하고, 성(性)에 과도하게 집착해 문제를 일으킨다.
부모 중 한 명이 양극성 장애 환자면 자녀 4명 중 1명은 양극성 장애를 지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모두 양극성 장애 환자면 적게는 자녀 2명 중 1명이, 많게는 자녀 3명 중 2명이 양극성 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양극성 장애 환자면 다른 한 명도 30%~90% 발병한다. 이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환자면 다른 한 명도 5~25% 발병한다. 경희의료원 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학자들이 최근 양극성 장애에 걸리게 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며 “자신의 가족 중에 양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 병에 걸릴 확률이 일반사람의 10배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양극성 장애를 발견하고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사업을 과도하게 확장하다 부도를 내거나 직장에서 난동을 부리다 해고되기도 한다. 성에 대한 환상에 빠져 여러 사람들과 닥치는 대로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서울대학병원 신경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여성 양극성 장애 환자가 오면 먼저 임신 검사부터 시킨다”며 “정숙한 집 처녀가 수많은 남자들과 성관계를 맺어 뱃속의 아기가 어떤 남자의 아이인지 모른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주변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있다면 주의 깊게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양극성 장애 환자는 술을 먹어도 잘 취하지 않는다. 쉬지 않고 마셔 탈진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한 두 시간만 자도 쌩쌩하다. 언뜻 보면 명랑하고 말을 잘하며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이지만 돌변하면 통제가 불가능하다. 18세기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 모짜르트 등이 대표적인 양극성 장애 환자로 알려져 있다. 직접 칼을 사용해 피 흘리기를 일삼았던 과거 전쟁 영웅들도 양극성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학자들은 전체 인구의 1%가 양극성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극성 장애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순환성 기분장애’ 환자는 전체 인구의 5~15%를 차지하고 있다. 시골보다는 스트레스와 계약적 인간관계가 많은 대도시에 환자가 많다. 환경이 급변하는 군대에도 양극성 장애 환자가 많다. 계절적으로는 일조량이 증가하는 봄철에 환자가 가장 많아진다.
양극성 장애의 원인은 집중력과 의욕을 높여주는 도파민(dopamine), 감정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serotonin), 활력에 관여하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거나 불규칙적으로 분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화학물질의 균형을 잡아주는 약물로 치료한다. 전체 치료의 70%~80%가 약물, 20%~30%가 상담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는 “꾸준히 치료하면 1년 내에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치료를 게을리 해 재발하면 2~3년 이상 장기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