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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처럼 먹는 비타민 내 몸에 보약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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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을 하는 김형식(50)씨는 3년 전부터 매일 비타민C 1000㎎짜리 세 알을 복용하고 있다. 6개월쯤 전 제약회사에 다니는 약사 친구가 "술을 많이 마시니 비타민B군(群)이 많은 복합 비타민제와 혈액순환 촉진제를 먹어보라"고 해서 그때부터 그것들도 복용하고 있다. 또 얼마 전엔 의사 친구가 "영양 밸런스를 위해 지금 복용하는 것 외에 종합 비타민제 한 알쯤 더 먹을 필요가 있다"고 해서 그때부터 수입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하고 있다. 간장약, 글루코사민, 클로렐라, 오메가3지방산 등도 비슷한 이유로 최근 추가됐다. 그러다 보니 아침 식사 후 약 골라 먹는 데만 한참 걸린다. 김씨는 "필요하다고 해서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어느새 한 움큼씩 먹게 됐다"며 "먹긴 먹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타민제와 영양제, 꼭 먹어야 하나?
대부분의 의사, 식품영양학자, 심지어 약사들도 세 끼 식사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별도로 비타민제나 영양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즉 종합 비타민제에 든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의 양은 대부분 일일 영양 권장량에 해당하는 용량인데, 그 정도는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대부분의 비타민은 필요한 만큼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빠져나가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 비타민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으며, 설혹 편식을 해서 일시적으로 비타민과 무기질이 부족해 지더라도 건강에 바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들은 비타민제를 오랫동안 복용한 사람들이 오히려 특정한 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07년 2월 미국의학협회지에는 비타민A, 비타민E, 베타카로틴 등의 합성 비타민 보충제가 수명연장 효과가 없을 뿐더러 사망 위험까지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옹호론자'들은 다음의 다섯 가지 이유 때문에 영양제 복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 Getty images 멀티비츠
- 첫째, 예전보다 불규칙한 식사를 하거나, 편식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채소를 거의 먹지 않거나, 고기만 너무 많이 먹거나, 밀가루 음식만 먹는 등 '균형식(均衡食)'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한두 가지 영양소가 결핍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소식을 하는 사람도 일부 영양소가 결핍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둘째, 식품 자체에 들어 있는 비타민과 무기질의 양이 과거보다 크게 적어졌다. 미국 오버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브로콜리의 엽산 함유량은 약 20년 전인 1985년에 비해 50%로 줄었고, 콩 속 비타민B6 양은 1/3, 바나나의 B6는 1/10, 사과의 비타민 C는 1/5 줄었다.
셋째, 과거보다 스트레스와 환경오염이 훨씬 심해졌다. 체내에 들어온 환경 오염물질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만들어낸 유해한 활성산소들을 없애려면 비타민과 무기질이 소모되어야 한다. 활성산소 양과 비타민과 무기질 소모량은 비례한다. 따라서 더 많은 비타민과 영양소를 섭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넷째, '최소 요구량'은 결핍증상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극적으로 건강을 증진시키지는 못한다. 피부 미용, 골 밀도 증가, 면역력 강화 등을 위해선 하루 최대 허용량만큼 먹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다섯째, 지금까지 발표된 비타민제가 사망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대부분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이미 특정 질환에 걸려 있거나 건강이 나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또 특정 영양제 하나만 고용량으로 섭취했을 때 문제가 된 연구결과들이 있긴 있지만 그 외 다른 비타민을 같이 복용했을 때는 정 반대의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비타민 복용 시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으며 실제 병원에서도 치료를 목적으로 고용량의 비타민을 처방 했을 때 질환이 호전되는 사례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영양제 복용 찬반론자의 설명을 종합해 보자. 평소 규칙적으로 균형 잡힌 세 끼 식사를 하는 사람은 종합 영양제가 필요 없으나, '특수 목적'을 위해 몇 가지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평소 식사를 잘 거르거나 인스턴트 식품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은 사람은 종합 영양제와 '특수 목적'을 위해 몇몇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를 복용해도 문제가 없을까?
비타민 류를 제외한 다른 영양제(기능식품 포함)는 동시에 복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오메가3지방산, 클로렐라, 글루코사민, 달맞이꽃유, 유산균 등의 건강기능식품은 성분도 다르고, 몸에 흡수돼 각자 다른 부위에서 전혀 다른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타민이나 무기질 등의 영양성분은 서로 상호작용을 해서 역효과를 내기도 하고 반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칼슘 제제와 철분 제제는 같이 먹었을 때 역효과를 내는 대표적인 영양성분이다. 따라서 칼슘이나 철분 성분이 모자라 모두 복용해야 한다면 한 달씩 번갈아 가며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 보충용으로 사용되는 클로렐라, 스피루리나(녹색플랑크톤 식물), 아미노산 제제 등과 칼슘 제제도 같이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단백질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비타민E와 비타민K, 철과 비타민C, 철과 아연 등도 서로 상충 작용을 일으키기 쉬우나 현실적으로 상충작용을 일으킬 만큼 많이 먹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메가3지방산이나 글루코사민 등의 건강기능식품에도 비타민E·C 등이 포함돼 있으나 매우 적은 양이어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고용량 비타민 제제를 2~3개씩 복용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비타민A·E·C, 셀레늄 등 항산화제만 따로 모은 영양제를 복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종합 비타민과 항산화제 제품을 같이 복용할 경우 비타민A가 과용될 수 있기 때문. 비타민A는 다른 영양소에 비해 일일 최대 허용량이 적으며, 이를 초과하면 피부건조, 졸도, 간 독성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하면서 1000~2000㎎의 고용량의 비타민C를 복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식약청 고시 기준 하루 최대 허용치인 2000㎎을 넘기면 사람에 따라 설사, 속 쓰림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편 함께 먹으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영양소들도 있다. 철분이나 비타민E의 흡수율을 높이려면 비타민C를 같이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려면 인과 비타민D를 함께 섭취하면 된다. 오메가3지방산은 기름에 잘 녹는 비타민E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오메가3지방산 제품을 고를 때에는 비타민E가 포함돼 있는 제품을 고르거나 비타민E를 따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세영 경희대 약대 교수, 김초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영양정책지원센터 박사, 좌용진 약사, 여에스더 에스더클리닉 원장, 신동우 식품의약품안전청 영양기능식품기준과 보건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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