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BEING!
[최 환의 한의학 이바구] 혀와 氣
작성자 : 최영창
작성일 : 2012.04.30 10:16
조회수 : 1,718
본문
호주사람들에게는 병원을 무대로 한 TV드라마가 꽤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사고를 당하거나 병마와 싸우는 일은 삶의 또다른 치열한 현장이다. 여기에 나오는 의사들은 하나같이 청진기를 목에 걸고 있다. 청진기는 의사의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곧잘 사용된다. 만약 무대가 한방병원이라면 한의사가 진맥을 하는 장면이 많이 비춰질 것이다. 맥을 짚어서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일은 한의학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진단방법이고, 한의학의 자랑이다. 기계를 통해 증폭되어 울려오는 간접적인 소리를 청취하는 것이 서양식 과학이라면, 세 손가락을 환자의 혈맥위에 얹어놓고, 환자의 기와 혈이 5장6부안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육감으로 느끼는, 인간적이고 종합적이고, 신비스럽기까지한 작업이 바로 진맥이다. 진맥을 하면 기, 혈, 음, 양, 허, 실, 한, 열, 습, 담 등과 같은 한의학적 증상들이 잡힌다. 그래서 환자들은 한의사 앞에 앉자마자 손목부터 내밀고, 진맥을 기다린다. 흔히들 진맥을 해보면 무슨 병에 걸렸는지 다 알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사람들은 GP한테 가서 혈압을 재고, 피를 뽑고, 오줌을 받고, 때로는 괴로운 장검사니 뭐니 하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전문검사 대신에 한의사한테 가서 손목을 내미는 쉬운 방법을 택할 것이다. 사람들이 한의원을 찾는 대신 서양의술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한의에 대한 불신. 진맥을 정확하게 해내는 한의사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한의학적 임상경험으로 보아도 진맥은 만능이 아니다. 진맥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우리몸의 정보는 진맥의 달인이 아니라면 60%정도 이상의 정확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학계의 생각이다. 둘째,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라는 편견. 서양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병에 대한 개념과 분류, 치료방법등에서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차이가 있는데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향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서양의학적인 병명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의사가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밝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병명을 알아야 치료방법도 세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병명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병명보다는 사람의 몸안에 음양의 밸런스가 왜 깨졌는지, 몸이 허한지, 실한지, 이런 증상이 몸안의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등에 관심을 둔다. 말하자면, 평소에 자기 몸을 잘 관찰하여 양생에 힘쓰고,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세나 표시가 나타나면, 그 원인을 알아내 큰 병을 미연에 예방하자는 것이 한의학의 존재이유다. 한의학은 한의사만이 연구하고 적용하는 학술이 아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몸을 가지고 있고, 이 몸을 잘 관리할 책임이 있듯이, 사람이면 누구나 한의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한의학을 차라리 생활의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필자의 삼상체질 한의학의 [한]은 중국의 한(漢)나라나 한(韓)국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밝고 크다는 뜻을 갖고 있는 한글의 [한]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밝고, 큰 마음으로 생명을 보살피는 한의학이다. 따라서 [한]의학은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따로 구별하지 않고 둘을 종합한다. 생명을 보살피려면 먼저, 그 생명을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생명체는 시간과 함께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생명체는 존재(存在)하는 것이라기 보다 존변(存變)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다. . 3차원의 세계에서는 이 변화의 시작이 잉태이고, 변화의 끝이 죽음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변화가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다. 변화란 무엇인가. 변화의 주체는 기(氣)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기(氣)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의사가 청진기로 들으려고 하는 소리도 이 氣의 파장이고, 한의사가 진맥을 통해 느끼는 것도 이 氣의 흐름이다. 氣를 관찰하는 방법은 청진기나 진맥 말고도 많다. 우리 몸은 氣의 집합체이므로 氣를 관찰하려면 몸과 마음의 전체를 살펴보아야 한다. 얼굴의 색갈도 기혈의 순환을 알아보는 주요한 단서가 되지만, 얼굴이 마음의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관계로 일시적인 기분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의 경우 화장을 해서 얼굴을 덧칠하면 정확한 관찰이 쉽지 않다. 혀는 우리 몸속의 기의 변화를 눈으로 직접 볼 수있는 명백한 단서다. 혀가 만들어 내는 소리나 말은 그때의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꾸밀수 있다. 혀는 그 몸을 움직여 그 사람의 기분(氣分)을 나타낸다. 그러나 혀 그 자체는 기분이 아니라 氣, 그 자체다. 본질적인 것은 꾸밈이나 화장이 불가능한 것이다. 혀를 알면 건강이 보인다 |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