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BEING!
지긋지긋한 무좀, 겨울에 잡아라
본문
- “무좀, 안 낫죠. 주위 사람 중에 무좀 완치했다는 사람 있으면 데려와 보세요. ”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병에 대한 치료법 얘기가 나오면 솔깃해 하는데 무좀 환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지쳤다는 뜻이다.“병원에 3개월 정도만 다니면 완치된다고 합니다. 먹는 약 바르는 약을 고루 쓰고, 발을 건조하게 해주는 것도 기본이지요. ” 고질병에 시달린 탓인지 무좀 환자들은 대개 ‘전문가’들이다. 그런 탓인지 전문가의 말은 곧잘 무시하고, 비방(秘方) 같은 치료법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식초’에 ‘정로환’을 탄 물에 과감하게 발을 집어넣는다.
그러다 여름이 가고 찬바람이 불면 무좀균이 움츠러들어 가려움의 고통이 줄면서 서서히 잊는다. 그리고 이듬해에 또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반복한다. 대표적 여름병인 무좀과의 전쟁을 겨울에 한번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좀이란=무좀균은 유난히 끈질긴 ‘놈’은 아니다. 곰팡이 중에서 피부 가장 바깥 층에 기생하는 것이 ‘백선균’. 이들이 일으키는 병을 통칭 ‘백선증’이라고 한다. 백선균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 어디에든 들어와 말썽을 피운다. 머리에 침범하면 속칭 기계충으로 알려진 ‘두부백선’이 되고, 얼굴에 생기면 ‘안면백선’, 손에는 ‘수부백선’, 손·발톱에는 ‘조갑백선’, 발에는 ‘족부백선’이 된다. 이 중 족부백선이 무좀이다. 중장년층들은 어릴 때 많이 봤던 기계충이 무좀과 형제란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기계충은 거의 없어졌는데, 왜 무좀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을까.
◆왜 발에 잘 생기나=무좀은 발에 많이 생길 뿐, 발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발에 있던 무좀균은 사타구니 부위 등으로 얼마든지 번질 수 있다.
무좀균의 서식 조건은 세 가지. ▲온도 ▲습도 ▲영양이다. 우리 몸에서 이 세 가지를 갖춘 곳이 바로 발이다. 발은 땀이 많고 양말과 신발을 신는 탓에 통풍이 잘 안돼 습도가 무좀균이 살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집 안팎에서 맨발로 걸어야 할 때가 많고, 이 과정에서 무좀균이 잽싸게 발에 달라붙을 수 있다. 무좀 재발 원인 중 상당수는 재감염이다. 무좀균이 가장 왕성하게 번식할 수 있는 온도는 37도로, 체온 36.5도는 최적이다.
◆잘 낫지 않는 이유들=역설적으로 무좀약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무좀 증세가 나타날 때 약을 한두 번만 바르면 증상이 금방 없어진다. 그러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치료를 중단한다. 하지만 무좀균은 죽지 않고 피부 속에 그대로 숨어있다. ‘다 낫고 난 뒤’에도 2주쯤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발톱 속에 있다. 발톱에 침범한 무좀균은 바르는 약만으로는 안 된다. 먹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무좀약이 독해 간에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으나, 최근의 약들은 간이 나쁜 환자들도 투여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의사의 지시대로 3개월 이상 약도 먹고 바르기도 했는데 낫지 않는 경우이다.
◆치료법을 살펴보자=의사의 치료법은 대개 평균적이다. 하지만 무좀 같은 이른바 ‘고질병’은 환자에 따라 증상이나 예후, 치료결과가 다양할 수 있다. 똑같이 약 먹고, 바르는데도 낫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우선 내 발의 무좀균은 특별한 놈일 가능성은 있을까. 의학계에서 현재 나온 약으로 치료되지 않는 강력한 내성을 가진 무좀균이 나타났다는 보고는 아직 별로 없다.
의사의 처방대로 선택한 약이므로 잘못된 것일 가능성도 낮다. 그렇다면 의사의 지시를 잘 따랐는지를 보자. 의사의 처방은 약효의 지속시간 등을 약리학적으로 고려해 나온 것인데, 3개월간 치료를 받았다고 하지만, 약 바르기나 먹기를 수시로 건너뛴 적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치료법을 임의로 바꾸면 원하는 치료결과를 얻을 수 없다.
치료기간도 마찬가지. 남들이 3개월에 낫는다고 나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6개월이든 1년이든 나을 때까지 치료하겠다는 독한 마음 없이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왜 겨울에 치료해야 하나=무좀이 가장 좋아하는 환경 중 체온과 영양은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습도는 가능하다. 물기를 없애면 무좀은 약해진다. 여름에는 땀이 많아 일부러 건조하게 만들기도 어렵지만, 겨울엔 가능하다. 그래서 땀이 적고 건조한 겨울이 무좀 치료에 최적기라는 것이다.
다만 요즘은 난방이 잘돼 발이 생각보다 건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비법은 없다. 무좀 세력이 왕성한 여름에 실패했던 전쟁을 올겨울, 무좀이 약해져 있을 때 새로 시도해볼 만하다. 적이 강할 때를 피하고 약할 때 공격한다면 승산이 충분하다. 다만 어설프게 치료한 뒤 재발하면 “무좀은 낫지 않는 병”이라고 푸념이나 늘어놓을 사람에겐 여름이든 겨울이든 차이가 없다.◈무좀 ‘예방수칙 10’
1.발을 깨끗이 씻은 후 잘 말린다(필요하면 파우더나 땀띠분을 발라 건조시킨다).
2.비누칠에서 헹구는 것까지 순식간에 발을 씻는 습관은 좋지 않다. 발바닥 각질층에 남아있는 땀의 소금기를 없애기 위해 5분쯤 물에 담갔다 비누칠을 한다.
3.땀을 잘 흡수하는 면양말을 신고 땀에 젖은 양말은 빨리 바꿔 신는다.
4.신발은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벗어둔다.
5.맨발로 샌들이나 신발을 신을 때는 물티슈로 자주 발을 닦는다.
6.구두는 오래 신지 않는 것이 좋으며, 두세 켤레를 번갈아가며 신는다.
7.운동 전후에는 발의 땀을 조절해주는 크림이나 무좀약을 바른다.
8.무좀약은 가급적 얇게 고루 문질러주는 것이 약의 침투력을 높여준다.
9.물집이 맺히거나 가려운 증상이 사라져도 최소 1주일은 계속 무좀약을 발라준다.
10.집안 식구 중 무좀 환자가 있을 경우 양말은 따로 세탁하며 실내화를 함께 쓰지 않는다.〈도움말: 성경제·서울중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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