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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며 눈물 흘리는 남편
작성자 : 최영창
작성일 : 2009.06.10 05:09
조회수 : 1,379
본문
- 40대 중반 이후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털어놓는 걱정거리가 있다. "마누라가 점점 터프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년 여성들도 불만이 많다. 친구끼리 모이면 애처럼 변하는 남편을 성토하곤 한다. 성모(54)씨는 "와이프 없으면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으면서 잔소리는 점점 늘고, 잘 삐친다"고 말한다.
- ▲ Getty Images 멀티비츠
- 나이가 들면서 여자는 남자처럼, 반대로 남자는 여자처럼 변하는 경우가 많다. 50대에 접어들면 남편들은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하는 경우가 많고, 성기능도 예전 같지 않아 의기소침해지기 쉽다. 반면 부인들은 동창회나 계모임 등 이런저런 네트워크를 통한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점점 씩씩해진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비슷하다.
이것이 '황혼이혼'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성의 여성화와 여성의 남성화는 이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 외에 호르몬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예를 들어 여성이 50대가 되면 주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장수·노화 전문가인 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 교수는 "연구결과들을 보면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주량은 증가한다. 여성호르몬이 임신이 가능한 시기에는 모체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술에 약하게 만들었다가, 임신 기회가 사라지면서 그럴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호르몬은 여성이 폐경, 남성이 갱년기를 겪으면서 변화가 생기는데, 문제는 호르몬의 상대적 비율이다. 여성에게 지배적이었던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여성호르몬 대 남성호르몬의 비율이 달라지며, 남성도 마찬가지다. 즉 여성에게는 남성호르몬, 남성에게는 여성호르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박기현 교수는 "호르몬은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중년이 되면 여성은 점점 남성다워지고 남성은 점점 여성다워지는 것이 바로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여성호르몬 양은 배란 주기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40~400pg/mL정도 된다. 하지만 폐경을 지나면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떨어져 10pg/mL(젊을 때의 4분의 1~40분의 1) 이하까지 떨어진다. AG클리닉 권용욱 원장은 "70대 할머니의 여성호르몬 수치가 30대 남성의 여성호르몬 수치보다 낮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의 남성호르몬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떨어진다. 박기현 교수는 "여성의 남성호르몬 정상 수치는 0.1~1ng/mL이었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떨어진다. 여성호르몬은 확 줄지만, 남성호르몬은 상대적으로 적게 줄어 여성호르몬 대 남성호르몬의 비율은 젊을 때와 큰 차이를 보인다.
- 이런 호르몬 비율의 변화가 중년 여성들을 터프한 '아줌마'로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 호르몬 비율의 변화는 겉모습의 변화도 부른다. 중년 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탈모증상도 이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주희 교수는 "여성은 폐경 후 남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여드름이 나거나 심지어 턱수염이 자라는 경우도 있다. 여성은 대머리가 없지만, 폐경 이후 여성의 30% 정도는 호르몬 비율이 달라지면서 머리 가운데가 빠지는 탈모를 겪는다"고 말했다.
한편, 남성의 남성호르몬은 20대 초반을 최고점으로 1년에 1% 정도씩 감소한다. 정확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남성의 여성호르몬도 이와 비슷한 속도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남성의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감소 비율은 비슷하지만, 절대 양에서는 남성호르몬이 훨씬 많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호르몬 비율의 변화는 중년 남성의 성격변화와 관련이 깊다. 권용욱 원장은 "남성들은 중년이 되면 잔소리가 많아지고 성격이 소심해지며 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다. 젊을 때에는 터프하던 남성이 중년이 넘으면서 TV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우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호르몬 변화는 중년 남성의 외모도 바꾼다. 권 원장은 "나이든 남성들이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생기지 않고, 여성처럼 가슴이 출렁거리거나 처지는 것은 여성호르몬이 남성호르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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