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BEING!
돈 많고 사지 튼튼한 남편감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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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띠 처녀 종희씨의 바람은 이렇듯 작고 소박했었다. 마음만 통하면 되지 그깟 외모가 대수냐, 큰소리 땅땅 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서른을 넘기고 마흔, 거기서도 두 해가 더 지나자 똥줄이 탄 그녀의 모친이 기별도 없이 집 앞 대나무통밥집에 마련한 맞선 자리. 백운대 정상에 올라 식어빠진 김밥을 꾸역꾸역 집어먹다 말고 급히 하산한 종희 씨는 밥집에 들어서는 순간 입을 딱 벌렸다. "머리는 벗겨졌지, 눈은 양방향으로 찢어졌지. 키는 작은데 떡대는 또 어찌나 벌어졌는지, 소도 때려잡게 생겼더라구."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얼굴이 벌게져서는 늙은 엄마를 다그쳤다. "하나밖에 없는 딸 껌 값에 치우려고 안달이 났어, 안달이." 그렇다고 물러설 그녀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생긴 게 밥 멕여주냐. 대학 나왔제, 직장 있제, 뭣보담 총각이제. 글고 네 나이가 작냐? 곧 폐경기다 이것아."
토끼띠 그 남자를 두 번째 만나던 날엔 얼굴 보기 괴로워 종일 영화만 봤다. 세 번째 만남 땐 '시간 낭비 말고 각자의 길을 가자' 선언할 참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 비장의 카드를 들이댔다. "제가 이래봬도 땅이 조금 있습니다. 헬기로 비료 뿌릴 정도는 아니지만 집 짓고 텃밭 일굴 만큼은 됩니다." 쌍수를 들고 반색한 이, 당연 어머니다. "모름지기 남편이란 돈 많고 사지 튼튼한 머슴형이 최고이니라."
외모만 접고 보면 그런 대로 귀여운 맛도 있었다. 그래도 결혼까진 아니었다. "암만 생각해도 안 되겠어. 대화가 안 통해. 내가 배낭 메고 도보 여행하는 게 취미랬더니 '발바닥 벗거지게 뭐더러요?' 그래. 치앙마이의 다랑이논이 참 좋더라 했더니, 서울서 한발짝만 나가도 논밭이 숱한데 뭣하러 돈 주고 그걸 구경 가녜."
그러자 관록의 어머니, 결정타를 날렸다. "죽고 못사는 사이라야 결혼하는 거 아니다. 닮은 데 천지여도 시시콜콜 싸우더라. 너 좋다는 남자 있을 때 못 이기는 척 비끄러매란 말이시."
엄마와의 1년여 사투 끝에 토끼띠 남자와 백년가약을 맺은 종희씨. 얼마 전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과 함께 남편의 근황을 전했다. "심지는 다 빠지구 옆머리만 펄렁대는 게 꼭 부리부리박사 같애. 근데 그 인간, 얼마 전 고해성사를 하더라구. 땅 말이야. 울 엄마랑 짜고 친 고스톱이었대. 우리 딸 잡고프면 돈으로 꼬셔야 한다 그러더래."
부리부리박사의 고백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날 밥집에서 내빼고 싶었던 건 자기도 마찬가지였다더군. 똥자루만한 키에 등산화를 신고는 땀내 풀풀 내며 걸어 들어오는데 절망이 고동치더라나? 애프터는 꿈도 안 꾸고 있는데 그날 저녁 울 엄마 비장한 목소리로 전화했더래. '첫눈에 반하는 여자 찾다간 자네 총각귀신으로 늙어 죽네. 삼세 번은 만나야지?' 마피아, 마피아 엄마 덕에 내가 시집을 갔단 말이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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