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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강지광 허정협'제2의 박병호 서건창'을 꿈꾼다.(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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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지난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넥센 히어로즈에는 유난히 사연 많은 선수들이 많다. 오랜기간 2군 유망주에만 머물다 넥센 이적 후 홈런왕으로 거듭난 박병호, 신고선수 신화를 쓰며 시즌 MVP(최우수선수)로 우뚝 선 서건창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무명선수 강지광(25)과 허정협(26)이 ‘제2의 박병호’, ‘제2의 서건창’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캠프에서 손에 못이 박히도록 방망이와 씨름하고 있다.
강지광은 지난해 전지훈련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홈런포를 펑펑 터뜨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선수다. 2009년 LG에 2차 3번으로 입단할 정도로 전도 유망한 투수지망생이던 강지광은 부상과 수술로 꽃을 피우지 못하다 타자로 전향한 케이스다. 2013년 11월 2차드래프트에서 넥센의 지명을 받아 둥지를 옮긴 후 염경엽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거포 자질을 만개하는 듯했다. 그러나 5월 22일 1군으로 올라와 한화전에 나섰으나 외야수비 도중 이택근과 충돌하며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고 한시즌을 꼬박 쉬었다. 재활에만 매진하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처음으로 방망이를 잡았다.
강지광은 “지난해 부상 순간은 생각하기도 싫어요. 어쩌다 이런 시련이 나에게 닥치게 됐는지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어요. LG에 있을 때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할 때도 이런 정도의 상실감은 아니었어요”라고 재활기간을 회상하며 “여기서 처음 방망이를 잡았지만 느낌은 좋다. 다시 기회가 올 지 모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투지를 불살랐다.
인천고-디지털서울문화대를 졸업한 허정협은 지난해 10월 테스트를 통해 신고선수로 입단한 철저한 무명이다. 고교와 대학 재학시절 언더핸드 투수였지만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타자로 전향했다. 지난해 마무리 전지훈련캠프에서 염경엽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명단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넥센 역사상 신고선수로 뽑히자마자 해외 전지훈련캠프에 참가한 경우는 서건창이 유일했는데 허정협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타자로 전향한지 얼마 안돼 타격과 외야수비 연습 등 배워야할 것들이 많지만 염 감독이 직접 지도에 나서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허정협은 “신고선수로 입단하자마자 캠프에 오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것을 잘 안다. 더욱 열심히 해 감독님의 기대에 꼭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아직은 거친 원석과 같다. 염 감독은 “강지광은 지난해 후반기부터는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덜컥 부상을 입었다. 이제 겨우 방망이를 잡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숨은 재능을 꽃 피울 수 있느냐 마느냐가 달려 있다”고 말해 기대감과 함께 분발을 촉구했다.
허정협에 대해서는 “마무리훈련 캠프에서 그의 눈빛을 봤다. 아직은 모든 게 부족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선수다.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성장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장타력도 있고 스윙 메커니즘 등 모든 면에서 괜찮다. 마무리캠프에서 지적한 부분이 있는데 본인이 많은 연습을 통해 고친 것 같다”며 배우는 자세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보였다.
넥센 타선은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공백이 생겼지만 여전히 막강하다. 강지광과 허정협 같은 무명선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하지만 염 감독은 세세하게 시즌 구상을 하고 선수 개개인에 대한 미션을 부여하기로 유명하다. 쓰지 않을 선수를 캠프에 데려가 훈련시킬 리가 없다. 단내 나는 훈련속에 담금질된 이들이 박병호 서건창의 성공신화 계보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환범 선임기자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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