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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투수 재도전 강지광(108회), '이거 운명이 맞겠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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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네이버스포츠(18. 3. 9)
[홍기자의 가고시마 인터뷰]
10년만에 투수 재도전 강지광, '이거 운명이 맞겠죠?'
프로야구 홍윤우 1만 시간의 법칙을 믿으십니까? 꿈을 향해 질주하는 주변인의 이야기입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SK 퓨처스 선수단엔 13명의 투수가 있다.
원래 10 명이었으나 김택형, 최진호, 허웅이 1군 1차 전훈지 플로리다에서 넘어 오면서 인원이 3명 더 늘었다.
이 중에 소속팀, 포지션 둘 다 낯선 선수가 있다. 바로 강지광(28.우완)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SK의 부름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염경엽 (SK)단장은 투수로 영입한다는 깜짝 발표를 해 화제가 됐다.
소식을 접한 이들도 놀랐는데 본인은 오죽했으랴.
강지광은 드래프트 직후 많은 취재 요청을 미루고 말을 아꼈다. 일단 SK구단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선이었으리라.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18시즌 개막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가고시마 SK 2군 캠프에서 강지광을 만났다. 비룡군단의 붉은 유니폼이 아직은 어색했으나 순박하고 화통한 미소만큼은 여전했다. (이하 인터뷰 전문)
- 본인을 만나려고 일본까지 날아왔다(웃음). 드래프트 이후 연락이 닿질 않았고 강화로 가려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 그래서 이렇게 왔다. 잘 지내고 있나?
“드래프트 이후 여기저기에서 문자도 많이 오고 전화도 불이 나서 미처 확인을 못했던 것 같다. 죄송하다. 당시 진짜 정신이 없었고 또 누구에게 이야기를 할 상황도 아니었다. 뭐 할 말이 있겠나? 내 스스로 정한 것도 아니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염단장님과 1대 1 면담을 하고 나서야 현실을 인정하고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진짜 날 보러 온 것인가? 영광이다(웃음). 10년 만에 다시 투수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웃음) 마치 초등학교 때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설레더라.”
- 2차 드래프트에서 자신이 지명될 것을 예감했나? 또 외야수가 아닌 투수로 불렸을 때 어땠나?
“작년엔 거의 2군에만 있었고 1군 경기에 딱 한 번 나갔다. 40명 명단에 내가 그 주변 언저리에 있을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구단 사이에서도 소문이 돌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다. 그런데 SK였다. 워낙 좋은 외야수들이 많은데 이상하다 싶었는데 투수로 뽑았다는 걸 기사로 접했다. 기존의 투수들도 많은데 검증되지 않은 나를 왜?이유가 궁금했다. 단장님께서는 인천고 시절 마운드에서 던지던 모습을 인상 깊게 보셨고 넥센에 계셨을 때도 전향을 생각했었다고 털어놓으셨다. 그러면서 내 의사를 묻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자고 하셨다. 면담을 하면서 나를 위해서 이런 판단을 하셨다는 걸 느꼈다. 별 볼일 없는 나를 기억하고 챙겨 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는 것이 너무 감동이었고 고마웠다. 현실적으로 SK 외야는 내가 낄 틈이 없다. 그렇다고 불펜 투수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굳이 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온전히 나를 위해서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마음을 열게 됐다.”
- 타자도 병행한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인가?
" 그렇다. 적은 나이도 아니고 투수를 관둔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앞이 막막했다. 건방지지만 조건을 내걸었다. 타자도 계속 하겠다고. 투수로 승부를 걸기엔 좀 무리다 싶었고 방망이를 놓기엔 아쉬웠다. 하나에만 올인 하는 것이 맞지만 늦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뭔가 차선책을 마련해 놔야 할 것 같았다. 타격이야 지금까지 해왔기 때문에 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연습을 하겠다고 했다. 단장님이 그럼 두 가지다 해보라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투수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봐주시고 뽑아주신 만큼 힘닿는 한 열심히 하는 것이 내가 할 도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8대 2 정도로 투수 보직에 더 집중하고 있다.
- 남들보다 2배 아니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생계가 걸린 일은 ?기는 느낌도 들고 버거울 수 있다. 내게 타자는 생계였다. 이제 직업을 잃을 걱정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둘 다 잘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하나라도 잘 하면 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줄었다. 물론 둘 다 못할 수 도 있겠지만(웃음). 고등학교 때 투수도 하고 타자를 할 때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았다. 투수로서 타자를 대하는 것, 타석에서 투수를 대하는 것. 결국 같은 연장선이라 생각한다. 상대의 수를 읽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등학교 때 투타를 다 했던 선수들 보면 한 쪽 페이스가 좋으면 저절로 나머지도 자연스레 잘 하게 되더라."
-인천고 시절 투타를 병행할 때 타격 연습을 따로 했었나?
"투타 다 하는 경우엔 거의 타격 쪽은 신경을 쓰지 못한다. 몇 번 방망이를 휘둘러보는 정도? 그래도 그땐 상대 볼을 받아 놓고 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 편하게 욕심 없이 타석에 섰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타구가 나왔던 거 같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으면 이도저도 안 된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그때 그 시절을 요즘 자주 떠올려보곤 한다.“
-지역 대회긴 했지만 2학년이던 2007년 미추홀기 우승을 이끌었다.
그때 MVP도 수상하고 타점상, 최다안타 등 3관왕을 차지했다. 1차 지명도 받았을 만했는데....
"전라중학교에서 전학을 와 SK 1차 지명에서 제외가 됐다(웃음) 투수로 LG 3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수술과 재활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다타자로 전향했다. 솔직히 부상 트라우마가 있었다. 또 아프면 어떻게 하나 싶어 스스로 투수를 포기했다. 그런데 이렇게 돌고 돌아 다시 하게 되다니 자기 갈 길은 다 정해져 있는 거 같기도 하고(웃음) 참 신기하다."
-인천고 시절 최고구속이 148km/h 이었다. 나라면 다시 투수를 했을 거 같다. 140 언저리에 있는 투수들도 많은데
“자기 몸은 자신이 제일 잘 알지 않나? 부상 재발에 두려움이 컸다. 중간에 공익을 다녀와 공백이 컸다. 투수로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 타자는 크게 다칠 일이 없지 않나? 생각해 보면 야구를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한편으론 타격이나 외야 수비를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 LG에서 넥센으로 이적 할 때도 2차 드래프트였다. 벌써 5년 전이다. 시간 참 빠르다.
“넥센은 내게 고마운 팀이다. 당시 기록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2013년 2군 성적 2할3푼1리 1홈런 2타점 2도루) LG에서 보여준 것 없이 갔는데 기회를 주신 것이다. 처음엔 나름 잘했다. 그런데 무릎 수술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다려 준 시간이 길었음에도 내가 못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넥센 1군 통산성적은 55경기 출장 타율 0.207 1홈런 13타점 1도루였으며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는 65경기 0.350 15홈런 58타점 11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사진제공 : 넥센 히어로즈
- LG-넥센 그리고 SK까지 각각 팀 컬러가 다르지 않나?
“그렇다. 조금씩 다르다. 넥센에 있을 땐 야수조에 있어 투수 쪽 분위기가 어떤 지 잘 모르겠는데 여기 와보니 투수 한 명을 끌어올리는데 정말 많은 분들의 손을 거치게 된다는 걸 알았다. 코치님 뿐 만아니라 트레이너 코치님들까지 한 명 한 명의 선수에게 정성을 다하고 신경을 많이 쓰는 것 보고 깜짝 놀랐다.”
-진짜 투수조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던데
“맞다. 제춘모 코치님은 정말 에너지가 넘치신다. 선수들에게 편하게 다가오시고 유쾌하시다. 한마디로 분위기 메이커다. 김경태 코치님도 참 좋으시다. 어린 선수들에게 정말 친형처럼 대해주시고 작은 것 소소한 것 까지 챙기신다. 당연히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현재 다른 투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하고 있는 건가? 팬들이 많이 궁금해 한다.
"그렇다. 하지만 연습게임은 나가지 않고 있다. 서두르거나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감독님, 코치님들의 생각이다. 웨이트를 하면서 이틀에 하루 캐치볼을 하고 있다. 일단 직구 위주로 던지는 걸 주문하셔서 그렇게 하고 있다. 캠프 마치고 나서는 변화구도 던질 예정이고 세트 플레이 연습도 해야 한다. 그동안 외야만 했기 때문에 땅볼 타구에 취약하다. 투수는 제 5의 내야수가 아닌가?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정말 할 게 많다.“
-이제 부상 트라우마는 사라졌나? 현재 팔이나 어깨 상태는?
"전력 피칭을 하면 누구나 다음 날 뭉치는 느낌도 받고 뻐근하다. 나도 그렇다. 팔꿈치 수술 이후 한동안 재발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다. 분명 아프지 않은데 몸 속 어딘가에 그 기억이 남아 있는 듯 했다. 10년 전의 일이지만 나 역시 잊지 않았다. 그래서 더 신경 쓰고 지켜보고 있다. 투수와 타자의 메카니즘은 다르다. 그동안 썼던 근육이 아닌 다른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 트레이너 코치님들이 알아서 챙겨 주시고 매일매일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큰 문제는 없다.“
-언제쯤 마운드에서 볼 수 있을까?
"당장은 아니고 6월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빨라질 수 도 있고 솔직히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치 않다. 팀에서는 서두르지 않는다. 내게 원하는 것이 선발이 아니질 않나? 중간에서 1이닝 정도 전력 피칭을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요즘 야구 추세가 중간의 역할이 커졌다. 불펜이 많으면 많을수록 팀은 강해진다. 내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구속은 어느 정도 나오고 있나?
“확인하지 않고 있다. 코치님들이 체크는 하는 거 같은데 알려주시진 않는다. 괜히 스피드에 연연하다보면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무너지고 만다. 140대 초반 정도인 것 같다. 물론 구속이 중요하지만 컨트롤이 잡혀야 하지 않나? 정말 행운인 것이 투수 코치님들이 포인트를 잘 잡아 주셔서 제구는 괜찮은 편이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면 될 거 같다.”
영상 제공 : SK 와이번스
- 1군 마운드에 선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
“급하게 하고 싶지 않다. 제대로 단계를 밟아 기회를 노리겠다. 작년에 의도치 않게 화제가 됐다. 이제 외야수가 아닌 투수 강지광으로 변신, 아니 도전한다. 앞으로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잠깐의 이슈가 아닌 오랫동안 기억되는 선수가 되겠다.”
10년 만에 그는 다시 마운드에 선다. 스스로 피했던 그 자리로 돌아왔다. 어쩌면 ‘투수’ 강지광이 그의 운명이 아닐까?
결과는 알 수 없으나 도전 그 자체를 응원하며 좋은 소식을 기다려보자.
<일본 가고시마 = 홍윤우 기자>
기사제공 홍기자 칼럼
2018.03.09 오전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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