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석
겁 없는 ‘아기 독수리’ 정은원(117회)(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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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국민일보(18. 5.11)
알 깨자마자 비상… 겁 없는 ‘아기 독수리’ 정은원
데뷔 무대 첫 안타를 홈런으로… 한화 고졸 신인 정은원의 활약
한화 이글스의 고졸 신인 정은원이 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정규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9회초 대타로 나서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 타석에서 정은원은 데뷔 첫 안타를 2점 홈런으로 장식하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한화 이글스 제공
9회 대타로 ‘투런 홈런’ 대형사고 韓 야구 2000년대생 최초 홈런
“홈런치던 날이 바로 어버이날… 부모님도 ‘최고 효도 선물’ 칭찬”
수비 탄탄하나 왜소한 체격 약점… 수준급 이상 타격감도 길러야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네요. 본격적인 프로 생활은 이제 시작입니다.”
최근 한화 이글스 더그아웃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단순히 리그 3위를 달리는 호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기 독수리’ 정은원(18)의 활약을 지켜보는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의 얼굴엔 절로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정은원은 2018 신인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고졸(인천고) 신인이다. 2000년 1월 17일생인 그는 프로 무대에서 막 걸음마를 뗀 애송이다. 시즌 초반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니다. 정은원은 주로 대수비나 대주자 요원으로 나와 궂은일을 하며 팀에 적응 중이었다.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 9회초 대타로 나선 정은원은 홈런을 데뷔 첫 안타로 만드는 대형 사고를 쳤다. 넥센 마무리 투수 조상우의 시속 152㎞짜리 공을 받아쳐 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2000년대 생이 만든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홈런이자 8-9로 따라붙는 한화의 추격포였다. 이후 한화는 김태균의 동점타, 이성열의 역전타로 10대 9 승리를 거뒀다.
이튿날 만난 정은원은 “대타 홈런 이후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보내주셨다. 잠자리에 들기까지 수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았는데 모두 답장하지 못하고 잠들었다”며 쑥스러워했다. “공이 너무 잘 맞아서 짜릿했는데 사실 넘어갈 줄은 몰랐다. 경기를 마친 뒤 홈런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다”고 소감도 전했다.
정은원의 곁에 몰려든 취재진도 부쩍 늘었다. 쏟아지는 질문에 그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지만 하나씩 차분하게 답했다. 정은원은 “어버이날이었는데 집에서 ‘최고의 효도 선물을 해줬다’고 하셨다. 1군에 온 뒤 부모님이 야구장을 찾아 응원해 주시곤 했는데, 그럴 때면 경기에 많이 나서게 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9일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출장했다. 9번 2루수로 나선 그는 6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그림 같은 수비로 박수를 받았다. 1, 2루 사이를 지나는 넥센 송성문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경기 전 “정은원의 홈런 한 방이 우리 고참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다”며 껄껄 웃던 한용덕 한화 감독은 “어제 홈런에 이어 오늘은 호수비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정은원은 고교 시절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갔다. 그는 “유격수와 2루수는 팀 수비의 중심이고,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포지션”이라며 “수비는 자신 있는데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미세한 부분들을 보완해 수비가 탄탄한 선수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정은원은 10일 경기에도 선발 출장해 9회까지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팀의 3대 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수비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보완할 부분도 있다. 정은원은 총 10경기에서 15타수 1안타(1홈런)를 기록했다. 결국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꾸준한 타격이 필요하다. 정은원은 “어렸을 때부터 체격이 왜소했고, 고교 시절까지 마른 체형이었다. 살을 찌우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해 연습 배팅 때 억지로 담장을 넘기려고 강한 스윙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정은원은 젊은 선수 중심의 ‘육성’ 기조를 내세운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프로 무대를 높게만 쳐다봤지만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열심히 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입력 : 2018-05-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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