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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민호(109회) 이색 생존 미션(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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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OSEN(18.11.20)
"안 되면 귀국 없다" SK 박민호의 이색 생존 미션 [캠프 리포트]
[OSEN=가고시마, 김태우 기자]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참가 중인 박민호(26·SK)의 방에는 재밌는 문구가 붙어 있다. 벽에 자신의 캠프 목표를 아예 큼지막하게 썼다. 목표는 “직구와 체인지업의 팔 스윙을 똑같이 하자”는 것이다.
그 밑에는 “안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사뭇 비장한 각오도 같이 붙어있다. 이 문구에서 박민호가 이번 캠프에 임하는 목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것저것 다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체인지업이라는 한 우물을 파겠다는 각오로 왔다. 자신이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기라는 생각이다.
사이드암인 박민호는 좋은 패스트볼 구위를 자랑하는 선수다. 공이 빠르지는 않지만 타자들이 느끼는 묵직함이 다른 대표적인 유형의 선수다. 다만 이와 짝을 이루는 변화구가 아쉬웠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지기는 했지만, 커브는 위력과는 별개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2년간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도 박민호의 머릿속에는 항상 변화구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했다.
제대 후 시즌 막판 1군에 올라왔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도 절실함을 키웠다. 큰 기대치와는 달랐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박민호는 “마음이 부푼 것도 없었고, ‘당연히 잘 하겠지’라는 생각도 안 했다. 오히려 너무 차분해져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면서 “계속 안타를 맞는데 ‘2년간 도대체 무엇을 했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곱씹었다.
스스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고 군에서의 성적도 좋았다. 그러나 냉철한 현실은 박민호를 향해 ‘너는 아직 더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생각이 깊은 선수로도 호평이 자자한 박민호는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박민호는 “군에 가기 전까지는 선발과 롱릴리프로도 준비를 했지만, 지금은 1이닝을 던지는 불펜 투수가 내 임무”라면서 “다양한 변화구보다는 확실한 변화구 하나를 준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분석부터 철저히 했다. 박민호는 “내가 체인지업을 던지는 영상을 봤는데 팔 스윙이 패스트볼과 완전히 다르더라. 나도 ‘이렇게 달랐나’ 싶어 놀랐다. 팔이 나올 때부터 상대 타자는 내가 패스트볼을 던지는지, 체인지업을 던지는지 다 알고 있었던 셈”이라고 스스로를 분석한 뒤 “군은 아무래도 프로처럼 장비가 없다 보니 잘 안 되고 부족한 것들이 있었다. 영상을 보면서 계속 보완하고 있고, 이제는 조금씩 비슷해지는 게 보이는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박민호는 “어쨌든 안 되면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될 때까지 여기서 훈련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다만 제때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 것 같다. 박민호의 각오를 잘 알고 있는 김경태 SK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는 “두 번째 턴부터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거의 같다. 체인지업의 각도 좋아졌다. 최상덕 코치님도 캠프 합류 후 놀라셨을 정도”라고 웃었다.
SK는 사이드암인 김주한과 백인식이 수술을 받았다. 내년 개막에 맞춰 100% 상태를 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박민호가 옆구리 전력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박민호는 “막연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부족한 것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일은 추억으로 생각하겠다”면서 “내년에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꼭 마운드의 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호가 무난히 귀국행 비행기를 탄다면, 그 관문 중 하나는 통과하는 셈이다.
김태우 입력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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