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석
고교야구 또 ‘개악’, 주말리그 무력화·전국대회 권위 추락(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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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엠스플뉴스(19. 1.14)
[엠스플 이슈]
고교야구 또 ‘개악’, 주말리그 무력화·전국대회 권위 추락
-고교 감독자 회의, 2019년 고교야구 주말리그·전국대회 방식 변경 확정
-전·후기 주말리그 연속 개최, 이후 5개 전국대회 연속 개최한다
-주말리그 승패, 전국대회 출전과 거의 무관…‘기록 만들어주기’ 위한 리그 됐다
-주말리그 무력화·전국대회도 권위 하락 불가피
2019년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부산]
2019년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가능한 모든 팀이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끔 제도 변경이 이뤄졌지만, 주말리그의 취지가 퇴색하고 전국대회의 위상이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월 9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 감독자 회의. 이날 회의에선 투구 수 제한 완화와 함께 주말리그 권역 재편성, 대회 일정 조정, 대회 방식 변화 등의 안건이 확정됐다.
주말리그 권역 재편성 결과, 기존 서울권 A와 B 외에 서울 일부 팀과 인천 고교팀을 합한 서울·인천권이 신설됐다. 또 기존 경상권 소속이던 제주를 부산권에 합한 부산·제주권, 경기지역 일부 팀과 강원권을 합친 경기·강원권이 새로 생겼다. 기존 한 권역이던 전라권은 전라권 A와 B로 나뉘었다.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방식 변경…5개 전국대회 연속 개최
2019년 고교야구 주말리그 권역 구성(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말리그 왕중왕전을 겸한 전국대회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우선 전기 주말리그 권역별 1위 팀은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와 청룡기 대회에 모두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대신 두 대회는 전년도 우승팀 자동출전 혜택을 없앴다.
전기 주말리그 권역별 2위부터 최하위까지는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두 대회 가운데 한 대회만 나갈 수 있다. 가령 서울권 A를 예로 들면 1위 팀과 2, 4, 6, 8위 팀은 황금사자기에 출전하고, 청룡기 때는 1위 팀과 3위, 5위, 7위 팀이 출전하는 식이다.
황금사자기와 청룡기를 제외한 나머지 전국대회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편성했다. 대통령배 전국대회는 황금사자기, 청룡기 16강 이상 진출팀과 전년도 대회 우승팀, 여기에 주최사 초청팀까지 총 40여 팀이 출전한다.
‘주최사 초청팀’은 주말리그 전반기 우수 성적팀을 우선 배정한 뒤, 16강 이상 진출팀이 없는 시도에서 초청하는 방식으로 선정한다. 한 서울권 고교 감독은 “대통령배 대회 개최지역 팀을 배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올해 대통령배는 대전·충청권 소속인 청주에서 열린다.
한편 협회장기 전국대회는 대통령배에 출전하지 못한 팀들에게 출전권이 주어진다. 황사기, 청룡기 16강에도 못 들고 전기 주말리그 우수 성적도 못 낸 약체 팀 위주의 대회가 될 전망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주최하는 전국대회 가운데 ‘협회장기’의 수준이 제일 떨어지는 아이러니다.
대회 일정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까지는 전기 주말리그를 치른 뒤 황금사자기 대회를 하고, 후기 주말리그를 치른 뒤 청룡기 대회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올해는 전기 주말리그와 후기 주말리그를 4월부터 5월까지 잇달아 치른다. 이후 6월부터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협회장기, 봉황대기 등 5개 전국대회를 몰아서 해치우는 식이 됐다.
승패 무의미한 주말리그, ‘기록 만들어주기’ 위한 경기로 전락
전국 고교야구 대회가 열리는 목동야구장(사진=엠스플뉴스)
이번에 변경된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방식은 현장 지도자들과 학부모 의견을 대폭 수용한 결과다. 한 고교 감독은 “이번 결정으로 모든 고교 팀이 최소 3개 이상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반면 자력으로 5개 대회 출전이 가능한 고교 강팀의 경우엔 많아야 4개 대회만 출전할 수 있게 돼, 출전 기회 면에선 다소 손해를 보게 됐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주말리그의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기 주말리그의 경우 권역 1위를 하지 못하면 2위나 조 최하위나 전국대회 출전 기회엔 큰 차이가 없다. 순위와 관계없이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중에 한 대회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 우수성적 팀이 대통령배에 우선 배정된다고 하지만, 여기서 제외돼도 자동으로 협회장기 출전이 보장되기 때문에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
후기 주말리그는 더 심하다. 주말리그 승패가 전국대회 출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승패를 정하고 순위를 따지는 ‘리그’로서 의미가 사라졌다. 고교 지도자 출신의 한 구단 관계자는 “대학 입시를 위한 개인 기록 만들기 위주의 경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년에도 일부 주말리그 순위가 확정된 팀들이, 잔여경기에서 주력 선수들을 빼고 후보 선수들 위주로 ‘져주기’ 경기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후기 주말리그 내내, 경우에 따라선 전기 주말리그 막판에도 비슷한 경기 양상이 펼쳐질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노골적인 ‘기록 만들어주기’ 양상을 띨 가능성도 있다. 모 대학 감독은 “고교 기록만 갖고 선수 선발을 하다 보니, 신체조건이나 야구 재능 면에서 한참 떨어지는 선수가 ‘만들어진 기록’을 앞세워 입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약체팀이나 2진급 투수 상대로 ‘만들어진’ 고교 3할 타자들이 대학야구에 올라오다 보니, 갈수록 대학야구 경기력이 떨어지고 프로의 외면을 받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원래 주말리그 도입 당시엔, 기존에 난립하는 전국대회를 주말리그에 통합해 리그 중심의 운영을 할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갈수록 주말리그의 힘이 빠지고 의미가 퇴색하는 쪽으로 개악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승패에 아무런 의미가 없고, 후보 선수들 기록 만들기를 위해 열리는 경기를 과연 야구 경기라고 할 수 있을지. 이런 경기에 야구팬들이 관심이나 가질지 의문”이라며 “주말리그가 원래 의도했던 궤적에서 완전히 이탈해 무력화됐다. 이제는 의미 없는 리그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번 결정으로 권위가 추락한 건 주말리그만이 아니다. 전국 고교야구대회의 권위까지 쇠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학 지도자 출신의 야구 원로는 “일본 고시엔이 갖는 권위는 일 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전국 규모 대회라는 점에서 나온다. 모든 일본 고교 팀이 여름 고시엔 한 대회를 바라보고, 일본 전역의 눈과 귀가 고시엔 한 대회에 집중된다”고 했다.
반면 올해 한국 고교야구는 5개의 크고 작은 전국대회가 잇달아 쉬지 않고 열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회 방식도 최고의 팀들이 모여 진검승부를 펼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황금사자기와 청룡기도 1위 팀을 제외하면 참가팀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약체팀’만 모여 겨루는 협회장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앞의 아마야구 관계자는 “전국대회를 주최하는 신문사들은 서로 자기네 대회가 최고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5개 대회를 줄줄이 치르는 방식에선 어떤 대회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거나 권위를 갖기 어렵게 됐다”며 “결국엔 모든 전국대회가 ‘맥빠진’ 대회가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방식 변경이 겉보기엔 모든 팀에 전국대회 참가 기회를 주고, 많은 선수에게 대학 진학 기회를 주는 ‘기회의 균등’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와 팀이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승패를 정하는 ‘야구’ 본연의 가치에선 오히려 더 멀어졌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바라본 제도 개악이 한국 고교야구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진 않을지 우려가 커진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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