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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km 강속구 투수’ 강지광(108회)이 말한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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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MK스포츠(19. 4. 4)
‘155km 강속구 투수’ 강지광이 말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
[안준철의 휴먼터치]
“별로 한 것도 없는데요.”
SK와이번스 우완투수 강지광(29)은 환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환한 표정과 달리 그의 야구 이력은 우여곡절로 점철돼 있다.
2009년 신인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LG트윈스에 지명된 강지광은 투수로 LG유니폼을 입었지만,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뒤 LG에 복귀해서 다시 타자로 전향했다. 이후 2013년 2차 드래프트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에서는 타자, 촉망받는 거포로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으로 깊은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결국 2017년 다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투수로 전향했다.
3일 롯데와의 홈경기에 앞서 인터뷰 중인 SK 강지광. 사진(인천)=안준철 기자
강지광이 투수에서 타자, 다시 투수로 전향하는 과정과 LG에서 넥센, 그리고 SK 유니폼을 입는 과정에는 염경엽 SK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인천고에 재학 중인 강지광을 눈여겨보고 LG에서 지명했을 당시 염경엽 감독은 LG 스카우트였다. 그리고 넥센으로 데려간 이도 당시 넥센 사령탑이었던 염 감독이었다. 넥센에서 SK로 팀을 옮길 당시 SK 단장도 염 감독이었다.
이제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강지광이 LG에서 타자로 전향한다고 할 때 반대했던 이도 염 감독이었다. 그리고 타자로서 다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인 넥센 시절, 강지광에게 기회를 줬던 사람도 염 감독이었다. SK 유니폼을 입고 다시 마운드에 세운 이도 염 감독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야구를 했어요. 그 때도 투수를 했고, 강한 공을 던지는 선수였죠.” 투타 재능이 모두 뛰어난 강지광이 야구에 입문한 계기는 단순했다. 야구를 너무 잘하고, 야구를 너무 잘하는 이였다.
투수에서 타자, 다시 투수로 전향하는 과정은 여기서부터였다. 강지광은 “치는 것을 압도적으로 좋아했다. 치는 게 즐거운 것보다는 그냥 좋았다. 그리고 투수로 프로야구 선수가 되리라고는 꿈꾸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투수가 됐지만, 강지광은 타자로서의 꿈을 완전 접지 않았다. 그만큼 타격을 좋아하는 선수가 강지광이다. SK에서도 강지광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러 사람이 나섰다.
제춘모 퓨처스 코치가 총대를 메고 설득에 나섰고, 멘탈 코치도 동원했다. 투수훈련을 하면서도 배팅 연습도 병행했다. 타격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라는 의미였다.
마운드에 올라온 강지광은 155km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가 돼 있었다. 2018년 여름, 프로야구 1군 마운드에 처음으로 올랐다. 강지광은 “지금도 타자로서의 욕심이 있다. 완벽하게 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SK 마운드의 필승조로 거듭나있다. 3경기에 등판해 승리도 챙겼다. 실점을 하면서 평균자책점이 6.00으로 높지만, 경기 수와 이닝 수가 늘면 자연스레 낮아지리라는 전망이다.
강지광은 투수의 길에 마음을 열었다. “코칭스태프가 제 의사도 존중해주셨다. SK로 와서 투수를 하라고 했을 때도 얘기를 했다. SK 외야진이 두텁지만, 경쟁할 자신은 있었다. 물론 나도 급했다. 10년 넘게 투수한 선수들도 이제 터지는 마당에 사실 무늬만 투수였다.
작년 4월까지는 마음이 타자 쪽에 더 갔다. 그러나 8월부터는 방망이를 내려놨다. 지금은 타격훈련도 하지 않는다. SK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솔직히 내가 없어도 상위권 전력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코치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일 뿐이다. 작년 8월부터는 마음을 비웠다. 종교에 심취하면서 투수를 해야 하는 건 그 분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들이게 됐다.”
지금은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게 즐겁다. SK라는 팀에도 이젠 적응을 완료했다. 강지광은 “인천이라서 더 좋았다. 고향은 전주지만, 중학교때 인천으로 전학을 왔지만, 인천에 좋은 기억이 많다”며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매 순간에 감사해진다”라고 말했다.
강지광은 올 시즌 목표로 “개인 목표는없다”며 “제가 마운드에서 뿜는 에너지가 우리 팀원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155km에 달하는 강속구 투수로의 변신, 어떻게 보면 늦고 멀리 돌아온 강지광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점을 강지광이 적절하게 일깨운다.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jcan1231@maekyung.com]
기사입력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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