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석
2000년생 정은원(117회)(퍼온글)
본문
퍼온곳: 주간동아(19.05.17) 1189호
베이스볼 비키니
선배, 저는 주민번호 0으로 시작하는데요
1990년대 프로야구 경험자 사라지고, 2000년대생 데뷔
5월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 정은원이 타격을 하고 있다. [동아DB]
21세기가 2000년 1월 1일 시작됐다고 믿는 ‘베이스볼 비키니’ 독자는 아니 계실 터. 21세기의 시작은 2001년 1월 1일입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2000년 1월 1일부터 확실히 바뀐 것이 하나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성별 코드가 3(남성), 4(여성)로 바뀌었습니다. 올해 성년의 날(5월 20일)에는 첫 번째 3, 4세대가 어른이 됩니다.
이를 프로야구 팬 관점에서 말하면 올해 고졸 신인 선수는 대부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3으로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이라는 전제가 붙은 건 학창 시절 유급한 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키움 히어로즈 신인 투수 조영건은 1999년 2월 4일생이라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었던 삼촌 조진호(44·현 삼성 라이온즈 육성군 투수코치)처럼 성별 코드가 1로 시작합니다.
2000년생 정은원, 첫 안타·홈런·타점
거꾸로 한국에는 ‘빠른 생일’ 개념이 있어 지난해 데뷔한 2000년생 선수도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처음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른 건 한화 이글스 내야수 정은원(19)입니다. 인천고를 졸업한 정은원은 SK 와이번스를 불러들여 치른 지난해 4월 1일 안방 경기에서 8회 초 교체 유격수로 출장해 주민등록번호 성별 코드가 3인 첫 번째 1군 선수가 됐습니다.
정은원은 그달 7일 수원 방문 경기 때도 8회 말 2루수 대수비로 투입돼 9회 초 kt 위즈 김재윤(29)을 상대로 1군 데뷔 타석에 섰습니다. 역시 주민등록번호 성별 코드가 3인 선수가 프로야구에서 기록한 첫 타석이었습니다. 정은원은 2루수 실책으로 1루를 밟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정은원, 즉 2000년생 프로야구 선수가 처음 득점을 올린 건 지난해 어린이날(5월 5일)이었습니다. 정은원은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은 이날 대구 방문 경기에서 7회 초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제러드 호잉(30)의 대주자로 경기에 들어갔고, 이어진 무사만루 상황에서 오선진(30)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어버이날(5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팀이 6-9로 끌려가던 9회 초 넥센(현 키움) 마무리 조상우(25)가 던진 시속 152km 빠른 공을 받아쳐 2점 홈런(비거리 125m)을 날렸습니다. 이 홈런으로 정은원은 지난 한 해 데뷔 후 8경기, 6타석 만에 2000년생 첫 안타, 홈런, 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정은원은 당시 “맞는 순간 홈런인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중고교 시절 홈런을 쳐본 적이 없어 홈런일 줄 몰랐다”며 “부모님이 경기장에 오셨는데 큰 효도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은원은 올해 어버이날에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 문승원(30)을 상대로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인천은 정은원이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낸 곳. 지난해 어버이날과 같았던 건 이날도 부모님이 경기장을 찾았다는 점이고, 다른 건 이 홈런이 시즌 4호였다는 점입니다. 이미 지난해에도 홈런 4개를 기록한 상태. 정은원은 어느덧 ‘대전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팀에서 확실하게 자기 자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은원은 4월 4일 안방 경기에서 1-1로 맞선 9회 말 2아웃 주자 1, 3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LG 트윈스 고우석(21)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2000년생 첫 번째 끝내기 안타 주인공으로도 이름을 남겼습니다.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은 “정은원은 김하성(24·키움) 이후 가장 뛰어난 내야수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수·주 모든 면에서 국가대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이르면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도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에게 물어보니 인성도 훌륭하다고 하더라. 충분히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내가 정은원 칭찬을 많이 하다 보니 ‘허은원’이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전해 들었다. 사실 일부러 그러는 거다. 학생 야구 쪽에서 대형 내야수 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강백호(20·kt·외야수)처럼 방망이 잘 치는 선수를 동경하는 고교 선수는 많아도 탄탄한 기본기가 필요한 내야수를 꿈꾸는 선수는 드물다는 뜻이다. 정은원이 잘 성장해 스타 내야수를 꿈꾸는 학생 선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략)
주간동아 2019.05.17 1189호 (p56~58)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