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모든 열정을 땀과 눈물로 쏟아내는 젊음은 진지하고 아름답다. 그들에게 대통령배는 자신이 훗날 프로야구의 스타가 될 것임을 알리는 소중한 기회다. 대통령배는 매년 가장 먼저 막을 올리는 고교야구대회로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대통령배가 스타의 산실로 자리 잡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대통령배 원년'은 고교야구에 '경북고 신화'를 열었다. 67년 1회 대회는 당시 경북고 2학년이었던 왼손잡이 야구천재 임신근(전 쌍방울코치, 작고)을 위한 무대였다. 당시 서영무감독(전 삼성감독, 작고)이 이끌었던 경북고는 조창수(현 경북고 감독), 강문길(단국대감독)을 주축으로 이듬해까지 고교야구를 휩쓸었다. 임신근은 2년 연속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며 고교야구 최고스타로 떠올랐다.
대회개막 10주년을 맞은 76년 10회 대회 때는 김용남(전 군산상고 감독), 김성한(전 기아감독)이 이끄는 군산상고가 김시진(현대 코치), 이만수(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가 버틴 대구상고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오르며 국내프로야구의 주춧돌이 된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13회 대회(79년) 때 선린상고의 왼손 재간둥이 박노준(SBS 해설위원)은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히면서 국내 스포츠 오빠부대의 원조가 됐다.
14회 대회 때는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거목이 대통령배를 통해 배출됐다. 80년 14회 대회에서 광주일고를 우승으로 이끈 여드름투성이의 앳된 얼굴은 바로 '무등산 폭격기'에서 '나고야의 태양', 그리고 '국보'라는 별명까지 얻은 선동열(삼성감독)이었다.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김동수(현대)는 18,19회(84-85년) 2년 연속 최우수선수를 수상한 바 있다. 김동수 이외에 2년 연속 대통령배 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주인공은 임신근, 남우식(당시 경북고), 추신수(부산고) 등 4명뿐이다.
90년 24회 대회에서는 투, 타 만능으로 불렸던 심재학(기아)이 충암고를 정상에 올려놓으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심재학은 프로에서도 타자, 투수, 다시 타자를 오가는 변신을 시도하며 현대와 두산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91년 25회 대회 때는 임선동(현대, 당시 휘문고), 조성민(한화, 당시 신일고), 차명주(한화, 당시 경남상고), 염종석(롯데, 당시 부산고) 등 한때 국내프로야구를 수놓은 쟁쟁한 이름들이 자웅을 겨뤘다. 이들은 90년대 성인야구를 이끄는 주축으로 성장했다.
96년 30회 대회 때 대통령배는 박용택(당시 휘문고)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다. 우투좌타 외야수 박용택은 휘문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그 대회에서 이채로웠던 것은 최다안타상을 수상한 선수. 지금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두개나 갖고 있는 김병현이 당시 광주일고 유니폼을 입고 대회기간 9안타를 때려 최다안타상을 탔다.
34회 대회 때는 이정호(현대, 당시 대구상고)와 추신수(시애틀 매리너스, 당시 부산고)라는 걸출한 투수들이 등장, 고교야구 열기에 불을 지폈다. 추신수는 결승에서 경기고를 상대로 승리, 부산고에 대회 2연패를 안겼다.
지난 35회 대회에서 진흥고에 창단 첫 대통령배 우승을 안겨준 김진우(기아)는 해외진출의 유혹을 뿌리치고 당시로서는 역대 고졸선수 최고액인 7억원에 고향 팀 기아에 입단,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38회 대회(04년)는 인천고의 품에 안기며 프로야구의 희망이 될만한 배터리의 등장을 알렸다. 인천고를 우승으로 이끈 투수 김성훈-포수 이재원 배터리는 서로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는 콤비였다. 그해 인천고에 찬란한 은빛 대통령배를 안긴 두 선수는 나란히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에 지명돼 올해부터 프로야구에서 활약한다.
지난해 39회 대회는 또 한명의 슈퍼스타를 배출했다. 우승을 차지한 광주 동성고의 에이스 한기주는 "이미 고교야구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야구의 내일을 이끌어갈 기대주로 떠올랐다. 대통령배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한기주는 연고팀 기아 타이거즈와 역대 신인 최고액인 10억원에 계약했고 올해부터 프로야구에서 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올해는 고교야구에 대형투수 트리오가 등장하는 '15년 주기'설이 맞물려 더 가슴을 부풀게 하고 있다. 15년 주기설이란 지난 76년 최동원-김시진-김용남이 등장했고 그로부터 15년 뒤인 91년 임선동-조성민-박찬호가 고교야구 화제의 스타가 됐다는 데서 비롯된 얘기다. 그들이 지나간 뒤 15년. 올해다. 올해도 예외 없이 초고교급으로 불리는 투수 3인방이 등장했다. 김광현(안산공고)-장필준(천안북일고)-정영일(진흥고)이 그들이다. 이들과 함께 또 한번 대통령배를 빛내줄 고교 유망주들이 4월17일,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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