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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찬(110회)·이창진(109회)·박진우 ‘건국대 황금멤버’가 뜬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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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엠스플뉴스(19. 5.24)
[엠스플 기획] 문경찬·이창진·박진우 ‘건국대 황금멤버’가 뜬다
-2019시즌 KIA 문경찬과 이창진, SK 노수광, NC 박진우 등 ‘건대 멤버’ 활약
-2012년 전국체전 우승, 2013년 대통령기 우승 이끈 주역들 프로 진출해 활약중
-문경찬은 KIA 마무리, 이창진은 KIA 외야수, 박진우는 NC 선발로 올라서
-건대 ‘황금멤버’들의 소원 “모두 건강하게 오랫동안 함께 야구할 수 있기를”
KIA 타이거즈의 15년지기 문경찬과 이창진(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5월 23일 광주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KIA가 3대 1로 앞선 9회, 승리를 지키러 마무리 투수 문경찬이 올라왔다. 사흘 연속 등판에도 문경찬의 공 끝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삼진 2개 포함 1이닝 퍼펙트로 9회를 막고 팀의 4연승을 완성했다.
승리가 확정된 뒤, 문경찬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선수 중엔 외야수로 교체 출전한 이창진도 있었다. 문경찬과 이창진, 둘은 건국대학교 1년차 선후배 사이다. 건대 ‘황금멤버’가 활약한 2012년 전국체육대회 우승, 2013년 대통령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고 지금도 KIA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창진이형과는 거의 15년을 함께 한 사이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계속 가깝게 지냈어요.” 문경찬의 말이다. “동인천중학교, 인천고, 건국대를 함께 다녔고 상무에서 군 생활도 함께 했죠. 워낙 오래 봐서 그런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에요.”
“경찬이와 중, 고, 대학에 군대까지 함께 다녔죠. 프로까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네요.” 이창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무 오래 붙어있어서 그런지, 이제는 할 얘기가 다 떨어졌어요. 많은 말보다는 서로 조용하게 응원해주는 사이라고나 할까요.”
비슷한 시각 잠실에는 SK 유니폼을 입은 또 다른 건대 멤버가 맹활약을 펼쳤다. SK 리드오프 노수광은 이날 LG 상대로 2안타를 때려내며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오랜만에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시즌 초반 부진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창진보다 한 학번 위인 노수광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건대 야구부에서 활약했다.
하루 전인 22일엔 고척스카이돔 마운드에 오른 NC 박진우도 노수광의 동기다. 박진우는 정교한 제구력과 차분한 경기 운영으로 건대 마운드의 실질적인 살림꾼 역할을 했던 잠수함 투수. 오랜 담금질을 마치고 올 시즌 NC의 어엿한 선발투수로 자리잡아, 매 경기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 이글스에도 건대 멤버가 있다. 올 시즌 프로 데뷔 6년 만에 첫 승리를 거둔 문동욱은 2014 신인 2차 1라운더 출신이다. 동기생 이창진과 ‘발야구 듀오’로 대학야구 내야를 휘저었던 이창열도 잠시 1군을 다녀갔다. 이창열은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295에 출루율 0.409로 성적이 좋아, 시즌 중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을 전망이다.
노수광 “하도 많이 뛰어서 건대 야구부를 ‘육상부’라 불렀다”
SK의 노토바이 노수광은 건대 시절을 떠올리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사진=엠스플뉴스)
“2012년과 2013년 사이가 건국대학교 야구에 좋은 시절이었죠. 야구 잘하는 멤버가 참 많았고, 우승도 두 차례 차지했습니다. 프로에도 여러 명이 진출했어요.” 대학야구를 오랫동안 지켜본 지방구단 스카우트의 말이다.
실제 당시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선 해마다 3, 4명의 건국대학교 선수가 지명을 받았다. 2014 드래프트에선 문동욱, 이창열, 이창진, 김학성이 프로의 부름을 받았고 2015 드래프트에서도 문경찬과 이성복, 정진철이 지명됐다.
2016 드래프트에선 서덕원, 홍창기, 김승현, 조수행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노수광은 2013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해 이듬해 정식 입단했다. 한 대학에서 특정 시기에 이렇게 많은 선수가 프로 지명을 받은 사례는 그리 흔치 않다. 대학야구가 극도의 침체에 빠진 최근 야구계에선 더욱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건대 시절 뛰는 야구를 많이 했던 게 생각나요.” 문경찬의 말이다. “발 빠른 선수가 워낙 많으니까, 수비 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투수 입장에선 너무 좋았죠.”
“선수 중에 발 느린 선수가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노수광의 말이다. “겨울에 워낙 러닝을 많이 한 덕분인가 봅니다. 겨울에는 하도 운동장 트랙을 많이 돌아서, 야구부가 아니라 육상부란 얘기를 들을 정도였어요.”
과장이 아니다. 2012년 건국대학교 야수 중에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만 5명. 이창열(20도루)을 시작으로 조수행(18도루), 이창진(16도루), 노수광(12도루), 홍창기(10도루)가 1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했다. 그해 건국대가 치른 경기 수는 28경기였다.
이창진과 이창열은 대학 시절 최고의 발야구 콤비였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마운드도 탄탄했다. 혼자 7승을 거둔 박진우를 필두로 6승을 챙긴 무서운 신입생 김승현이 2012년 마운드를 이끌었다. 2013년에는 문경찬이 혼자 7승을 따내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고, 문동욱도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앞세워 6승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문경찬은 “대학교에서 야구를 한 게 멘탈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고교 때는 나이도 어리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잖아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해 야구를 하면서, 좀 더 야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노수광은 “후배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즐거웠던 추억이 많다”며 미소를 지었다. “건국대는 야구부 운동장이 경기도 이천에 있어요. 운동 외에는 할 게 마땅치 않거든요. 야구장 옆 축구장에서 축구도 하고, 숏게임도 많이 하고, 후배들과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노수광은 특히 이창진과 이창열을 친하게 지낸 후배로 떠올렸다. “창진이와는 룸메이트도 잠시 했거든요. 이창진, 이창열 이런 야수 후배들과 특히 친하게 지냈어요. 치킨도 먹고, 장난도 많이 치고, 야구 얘기도 많이 나눴구요.”
문경찬과 이창진 “노수광 선배,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성공…노력한 만큼 결과”
건국대학교 시절의 문경찬과 현재의 모습(사진=엠스플뉴스)
문경찬과 이창진에게 ‘대학 시절 프로에 가면 가장 크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선수’가 누군지 꼽아달라고 했다. 문경찬은 두산 조수행을 꼽았다. “수행이가 정말 잘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역시 생각대로 잘하더라구요. 워낙 대학 때부터 야구 센스가 좋은 친구였습니다.” 조수행은 현재 퓨처스 상무 소속으로 타율 0.344에 16도루를 기록하는 맹활약 중이다.
이창진은 한화 문동욱을 꼽았다. “그 때는 동욱이가 제일 잘 될 것 같았어요. 프로에 온 뒤 팔 부상 때문에 아직까지는 날개를 펴지 못한 게 안타까워요. 앞으로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동욱은 오랜 침체기를 거쳐 올 시즌 프로데뷔 첫 승을 거뒀고,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로 등판하며 다음 기회를 바라보고 있다. 7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 2.57로 성적도 좋다.
반대로 대학 시절 생각했던 것보다 프로에서 훨씬 더 크게 성공한 선수로는 이구동성 노수광을 들었다. 문경찬은 “수광이 형이 잘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다. 워낙 열심히 운동하는 형이라 성공한 것 같다"고 했다.
이창진도 “수광이 형은 연습을 정말 많이 한다. 그래서 노력한 만큼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며 “수광이 형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했다.
이런 후배들의 평가에 노수광은 크게 웃으며 “제가 옛날에 야구를 못하긴 했다”고 받아넘겼다. “그때 건대엔 워낙 야구 잘하는 후배가 많았습니다. 몸 관리도 다들 잘하고, 성실하게 야구하는 친구들이었죠. 큰 사고 한번 없이 다들 열심히 야구에 몰두했습니다. 절 지목한 창진이도 KIA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한 거, 제가 알고 있거든요.”
대학 시절 최고의 투수로 각종 상을 휩쓸었던 문동욱(사진=엠스플뉴스)
대학 시절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은 프로에서도 서로 격려와 응원을 주고받으며 힘든 프로 생활을 버텨나간다. 문경찬은 “첫 세이브보다 처음 마무리됐다는 뉴스가 나온 뒤 축하를 많이 받았다”며 “건대 동기들이 프로에서 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창진도 “야구장에서 동기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며 “노수광 형, 박진우 형처럼 야구 잘하는 선배들을 보면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홍창기, 김승현, 박진태 등 앞으로 잘할 선수들도 있다. 동문이 프로에 많다는 게 참 좋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수광은 “후배들이 잘하니까 좋긴 한데, 내가 너무 못하고 있어서 민망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은 뒤 후배들 칭찬을 시작했다.
“후배들이 잘하는 걸 보면 ‘드디어 잘하는구나'란 생각부터 들어요. 하나같이 원래가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인데, 그동안 프로 적응기로 필요하고 워낙 위에 잘하는 선수가 많아서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잖아요. 이제는 프로에 적응했다는 느낌도 받고, 감을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론 신기하죠. 대학 때 같이 야구한 친구들이 1군에 올라와서 다들 잘 하고 있으니까요. 항상 대학 동기들의 기록을 챙겨 봅니다. 얼마나 잘 쳤는지, 얼마나 잘 던졌나 확인해 보곤 해요.”
노수광은 먼저 프로 1군을 경험한 선배로서 당부의 말도 전했다. “항상 만나면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얘기해요. 잘 나갈 때 더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도 말해주죠. 제가 그래도 프로 시즌 경험은 좀 더 많잖아요. 얼마나 힘들지 잘 알거든요. 특히 여름에는 몸 속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힘들 때가 찾아오니까 몸 관리 잘하고, 먹는 것도 신경쓰라고 얘기해 줍니다. 그런 것만 조심하면, 성적은 알아서 따라올 거에요.”
문경찬은 “동기들이 프로에서 다들 잘해서, 건대의 자부심을 높였으면 한다”며 “앞으로 중학생, 고등학생 후배들이 대학 진학할 때 건대 출신 선수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창진도 “지금처럼 1군에서 오랫동안 함께 야구하고 싶다. 다들 좋은 모습 오랫동안 보여줬으면 좋겠다. 나부터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저희 세대 이후로는 건대 출신 프로 선수가 많이 나오질 않은 것 같아요. 대학야구가 침체된 것도 원인일 테구요. 새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서 ‘저 건대 출신입니다, 선배님’하고 인사 받아보는 것, 그게 제 바람입니다.” 건대 야구와 대학야구의 부활을 바라는 ‘건대 황금멤버’ 문경찬의 말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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