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새해를 맞이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국야구는 이러한 새해가 반가울 것이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의 참패로 인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굴욕은 단순한 불쾌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전을 꾀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야구는 여러 가지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 파국의 길을 치닫고 있다. 위태함이 눈에 드러나지는 않으나 위기라는 표현을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이면에는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어느 것이 위기고 모순인지 이번 연재물을 통해 하나씩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충분한 일자리가 없다.
피라미드가 안정감이 있어 보이는 이유는 빈약한 상부에 비해 하부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저변의 중요성을 이만큼 잘 알려주는 것도 없다. 무엇이든 하부(저변)이 빈약할 경우 안정감을 갖기는 어려우며 스포츠 분야는 그 점이 더욱 크게 적용된다.
현재 한국야구에서는 그러한 저변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도 남을 문제다. 아래의 통계에서 볼 수 있듯 등록된 선수 숫자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알 수 있다. 3년 단위의 중고등학교의 선수 수가 비교적 일정한 반면, 6년 단위의 초등학교 선수와 리틀야구 선수는 숫자가 확연히 적은 편이다.
이러한 야구 기피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야구에 대한 전망이 좋은 편이 못되다 보니 야구를 시키는 학부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팀의 해체 또는 선수 수급에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학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래의 통계는 야구가 왜 환영받지 못하는 스포츠인지 더욱 대담하게 말해주고 있다. 현재 야구를 정식 취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프로선수가 되는 길뿐이다. 이러한 방법은 지명이라는 등용문을 통해서 실현된다.
현 시스템에서 1차 지명은 연고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현대 유니콘스를 제외하고 7개 구단에서 2명씩, 총 14명이 지명된다. 2차 지명은 9라운드까지 행사되는 지그재그형 드래프트로 8개 구단에서 9명씩, 총 72명을 지명할 수 있다.
하지만 드래프트의 행사는 9라운드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고, 1차 지명이 늘어나면서 하위 라운드의 중요성이 떨어졌다. 이를테면 취업문이 더욱 좁아진 셈이다.
2007년 프로야구 신인선수 지명에서는 1차 지명자가 총 14명, 2차 지명자가 총 59명이 나왔다. 기지명 선수나 신고선수, 연습생 등을 제외한다면 729명 중 73명이 정식으로 선택받은 것으로 모두 입단한 것은 아니지만 순수 취업률(엄밀히 말하면 정식 취업 가능성)은 약 10%에 불과하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열에 아홉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는 게 현실이다. 고졸 예정자는 대학이라는 도피처가 있긴 해도, 올해 고작 14명만이 지명된 대졸 예정자들의 상황을 볼 때 고3때의 미지명은 실업자가 될 확률을 크게 높여줄 뿐이다.
상식 선에서 생각해보자 열 명 중 한 명만이 정식으로 직업을 갖는 야구가 과연 선수와 학부모들에게 메리트를 가지고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실업야구의 부활이 '유일한' 대안
야구 선수들의 취업난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야구를 향한 패기와 열정, 모두 중요하지만 그것이 냉정한 현실을 가릴 수는 없다. 따라서 이들의 진로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해결책은 바로 선수들의 일자리를 늘려주는 방법밖에 없다.
프로에 진출하는 야구 선수들은 그야 말로 피와 땀이 나는 노력을 하는 선수들이며, 재능도 타고난 경우가 많다. 어쩌면 다른 스포츠를 통틀어 보아도 야구만큼 선천적인 재능이 중요한 운동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계를 절감하는 선수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프로 구단을 한두 개 창단 한다고 한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프로 구단의 창단이 선수들의 취업난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 한국야구위원회는 현대의 연고지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고, 1차 지명권이 추후 세 장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라 새로운 구단 창단의 가능성 자체도 많이 사라져 버렸다. 현재 연고지의 기득권을 선선히 포기할 구단들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현실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실업야구를 부활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물론 좋은 조건 속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지금 당장은 일단 취업문부터 늘려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야구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프로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선수들이 실력이 없거나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야구 하나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이 극도로 한정적인 커트라인 속에 좌절하는 현실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본다. 실업야구는 이러한 현실의 완충지대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업야구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프로 2군 리그와의 결합을 꾀할 필요도 있다. 프로와 선수의 교류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종의 프로야구 팜으로 육성하면 선수들에게 희망을, 한국야구에는 발전을 꾀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저변의 확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야구를 직업으로 선택할 만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실제로 그러했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실업야구의 부활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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