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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부드러운 남자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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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부드러운 남자 변신은 무죄’ | ||
[OSEN 2007-01-12 08:53] | ||
[OSEN=박선양 기자]“예전에는 팀을 새로 맡으면 두 달이면 완전히 내 스타일로 뜯어고쳤지. 그런데 이제는 아냐. 화가 나도 한 번은 더 참게 되네”.
‘스파르타식 훈련 교관의 대명사’였던 김성근(65) 감독이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하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감독의 여유가 묻어나오는 듯하다.
김 감독의 변신은 지난 4일 있었던 8개 구단 감독 간담회에서 확인됐다. 최고령인 김 감독과 함께 했던 후배 감독들은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지셨다. 농담도 많이 하시고 웃음이 많아지셨다”면서 “아마도 SK 전력이 좋아서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에 ‘칼날 같던 모습’에서 ‘부드러운 모습’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김 감독 자신도 이전과는 몇 가지 달라진 점을 인정했다. ‘다른 감독들이 달라지셨다고 한다’는 물음에 김 감독은 “옛날 보다는 참을성이 더 생긴 것 같다. 선수들이나 코치들이 내 마음에 안드는 면이 있으면 옛날에는 그 자리에서 시정 조치했는데 지금은 한 번 더 참는다”면서 “선수단 운영에 개인적 사심인 정(情)이 들어간다. 그러면 안되는데...”라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작년 12월 일본 마무리 훈련 때 일화를 소개했다. 김 감독은 “마무리 훈련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하던 2루수 정경배가 주의를 게을리 하는 바람에 티배팅 타구에 팔뚝을 맞아 다치는 일이 생겼을 때 정말 화가 치밀어 곧바로 귀국시키려고 했다. 예전 같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좀 참자며 지나쳤는데 이틀 후 정경배가 안아프다며 훈련에 합류하더라”면서 웃었다.
김 감독은 “그런데 억지로 웃는 것은 잘 안되더라”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작년 10월 취임하면서 SK 구단의 슬로건인 ‘스포테인먼트’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라도 많이 웃겠다’고 했는데 그게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 감독이 이처럼 달라지고 있는 것은 지난 2년간의 일본야구 경험도 한 몫을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2년간 롯데 지바 마린스에서 코치로 활동할 때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김 감독은 “감독이 나서서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면 코치들이 할 일이 없어진다. 코치들이 처음에는 아이디어도 내고 의욕적으로 일을 하려고 했다가도 감독이 혼자 다하게 되면 코치들은 의욕이 없어진다”면서 “혼자 하기보다는 여럿이 아이디어를 내고 힘을 합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 연장선상에서 SK 취임 후에는 이만수 수석코치에게 훈련 스케줄 등을 맡기면서 코치들이 자율적으로 훈련을 시키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은 뒤에서 지켜보면서 방향만 잡아줄 뿐이라고. 그래서 예전보다 시간이 걸리지만 참으며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변신하고 있는 김 감독이 올 시즌 어떤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sun@ose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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