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석
마이너 리그, 마이 리그(SK 포수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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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는 9일 현재 프로야구 정규시즌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비록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고 7위 현대와의 경기차도 불과 5경기밖에 되지 않지만 감독의 철저한 데이터야구에 끈질긴 승부욕을 '토핑'시킨 SK야구는 올시즌 도래한 '한국야구르네상스'를 이끄는 한축이다. '100년 구도(球都) 인천'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는 SK는 사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밝다. 신구조화가 적절히 이뤄진 1군의 배경에 8개구단 가운데 손꼽히는 2군유망주들을 다수 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유망주 가운데서도 프로 2년차 이재원(19)은 고교야구 최고의 포수이자 강타자 출신으로 SK의 미래를 책임질 '짠물야구'의 적자로 손꼽히고 있다.
▲도원구장의 코흘리개 이재원, 포수를 재발견하다
인천 간석동에서 태어난 이재원은 코흘리개 시절 집근처의 도원야구장을 제집 안방처럼 들락거렸다. 현대적 시설의 문학구장에 밀려 이제는 프로야구팬들의 추억속에 아련한 낡은 도원야구장은 그러나 이재원에게는 여전히 '꿈의 구장'이다.
" 96년 한국시리즈로 기억해요. 선배님이 노희트노런을 달성했던 경기였죠. 도원구장이 흔들릴 것 같던 엄청난 함성, 그때부터 야구에 제대로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
이재원은 압도적인 피칭을 보인 투수 정명원(은퇴, 당시 태평양)에 매료됐지만 정작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면서 자청한 포지션은 포수였다.
" 포수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경기를 속으로 지배하는 것 같아서요. "
야구를 시작하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투수나 유격수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포지션을 꿈꾼다. 야구가 현대화되면서 포수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지만 이재원의 어린시절만 해도 포수는 '제일 야구 못하는 애들이 떠밀리듯 맡는 허드렛일'이란 선입견을 벗지 못하는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어린 이재원은 정명원과 배터리를 이루며 노히트노런을 일궈낸 신인포수 김형남에게 눈길을 더 준 모양이다.
이재원의 선택은 현재까지는 옳다. 1회부터 경기종료때까지 쭈그려 앉아 이런저런 공을 다 받아내고 종종 폭주기관차처럼 쇄도해오는 타자들을 온몸으로 블로킹해야 하는 이 고달픈 포지션은 그러나 '그라운드의 조율사' 또는 '제2의 감독'으로 새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포수는 희소성 탓에 은퇴 이후 다른 포지션에 비해 지도자길도 수월한 편이다.
이재원은 초등학교시절부터 장타력과 빼어난 투수리드를 인정받아 국제대회에 자주 나갔다. 때문에 현재 프로야구마운드를 평정하고 있는 (한화)과 (KIA)의 공도 자주 받아봤다.
" 프로입단동기 현진이, 기주와는 초·중·고등학교때부터 수없이 맞대결을 벌였어요. 특히 현진에게는 제가 거의 '밥' 수준이었어요. "
아마추어 시절 류현진으로부터 " 수도 없이 삼진을 먹었다 " 고 부끄럽게 말하는 이재원은 그러나 프로에 입문해서는 간간히 올라간 1군무대에서 류현진에게 뼈아픈 카운터를 종종 날려 자신의 존재를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올시즌 개막전에서 류현진의 146km짜리 직구를 받아쳐 날린 홈런포가 대표적인 예. 프로데뷔 이래 류현진에게만 9타수6안타의 호성적이다. 이쯤되면 천적얘기가 나올 법하다. 그러나 이재원은 '천적'이란 말에 손사래를 친다.
" 말도 마세요. 현진이한테 홈런치고 나서 '운빨'이니 해서 어찌나 악플러에 시달렸는지……. "
그러나 이재원의 홈런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재원은 고교시절부터 정통파투수의 빠른 공에 강했던 이력을 프로무대에서 고스란히 살리고 있다. 무엇보다 훈련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와 배우려는 열의가 큰 재목을 예감케 한다고 SK 2군코칭스태프들은 입을 모은다.
▲홈플레이트의 고릴라가 되고 싶다
" 선배님들이 절 보고 '고릴라'고 해요. "
" 별명이 뭐냐 " 는 질문에 이재원은 수줍게 대답한다. '고릴라'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나쁜가? 어딘지 모르게 우악스러울 것만 같은 이 동물적 수사(修辭)가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쓸 19세 나이에는 부담스러울만하다. 힘이 좋아서 붙여진 이 별명은 사실 185cm, 100kg의 체구와 큼직큼직한 이목구비, 햇볕을 두려워하지 않아 검게 그을린 피부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고릴라라는 별명은 상대팀에게 공포가 될지도 모른다. 홈플레이트에서 고릴라가 블로킹자세를 갖추고 있다면 과연 어떤 주자가 마음 놓고 홈쇄도를 시도하겠는가. 상대투수들은 또 타석에 선 고릴라를 얼마나 두려워할 것인가. 그래서 이재원은 이 별명을 마땅히 프로생활 동안 명예롭게 달고다녀야하지 않을까.(여담이지만 야구팬들은 허영만의 만화 '제7구단'에 등장했던 '미스터 고(릴라)'의 '포스'를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이재원은 아직까지 풀타임 1군이 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 좋았던 투수리드나 미트질은 좀 더 섬세해져야하고 프로무대 투수들과의 호흡을 일치시키는 것도 향상시켜야 한다. 그런면에서 이재원은 한국포수사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 을 코치와 팀선배로 둔 행운아다.
박경완은 까마득한 후배의 단점을 '조급증'이라고 지적한다.
" 조바심이 있는 것 같아요. 급한 마음이 있어 보이는데, 이것은 포수라는 포지션에 어울리지 않아요. 포수라는 포지션은 투수는 물론 야수들을 다독거릴 줄 아는 안정감이 필수지요. 재원이에게는 지금 침착함을 유지하는 평정심이 필요하다고 봐요. "
그래도 박경완은 무럭무럭 자라는 후배가 기특한 모양이다.
박경완은 " 아직까지 수비는 다소 미흡하지만 경험만 쌓이면 좋아질 것이고, 배팅 자체는 솔직히 나보다도 낫다 " 며 추켜세웠다.
SK타격코치도 이재원의 장타력을 기대하고 있다. 1군무대에 본격적으로 적응하면 매년 30개 이상의 홈런이 가능한 공격형 포수로서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김 코치는 이를 위해 " 손목 힘을 더 키워야 한다 " 고 주문한다. 이재원은 특히 이만수 수석코치의 각별한 신경에 감사하고 있다. 이 수석코치는 이재원이 '제2의 박경완', '제2의 이만수'를 넘어서 장차 인천야구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하길 바라고 있다.
" 이만수 코치님이 아들하고 제가 많이 닮았다고 귀여워해주신다 " 고 이재원은 말하지만 그게 어디 외모때문만이겠는가.
문학구장의 홈플레이트에서 포효하는 '고릴라 포수' 이재원을 미리부터 떠올리면 SK팬들은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은 오랫동안 인천야구의 프랜차이즈스타를 갖지 못했던 아쉬움을 벌충하는 의미로도 다가올듯 싶다.
< 관련사진 있음 >
손대선기자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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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구님의 댓글
이재원 선수...오늘 1군에 복구하자 마자 3번타순에서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을 치면서 SK 1위 복귀의 수훈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