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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야구 이야기 삼미 슈퍼스타즈-미완의 꿈(12) : 불행한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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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6월
마침내 6월. 전기리그 종료까지 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종반전이었다. 그 첫날 유종겸-임호균의 투수전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1-1의 팽팽한 접전으로 이어지다가 9회말에 가서야 1사2루에서 터진 이종도의 끝내기 우전적시타로 결말이 났다.
그러나 삼미에 승리의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1-0으로 뒤지고 있던 삼미의 8회초 공격. 사구 2개와 안타로 만든 2사만루의 찬스에서 최홍석이 좌전적시타를 터뜨렸다. 3루주자 이영구가 생환, 1-1 동점을 만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그러나 2루주자 선웅?홈 플레이트를 통과한 것보다 1루주자 김진우가 3루에서 태그아웃된 것이 시간적으로 빨랐다는 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이 두 주자의 선후관계를 유심히 지켜본 김동앙 구심은 이선웅의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냥 1-1 동점.
김동앙 앞으로 다가간 김진영 감독은 손가락 두 개를 펴보이며 "두 점 아니냐?" 고 웃으면서 물었다. 그러다가 김 감독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다.
김동앙은 티끌만큼도 물러나지 않았다. 두 주자의 움직임을 적절한 위치에서 제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며 그것은 소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김진영 감독의 눈에는 분명히 이선웅의 홈통과가 빨라 보였다. 그것은 그의 소신이었다.
이선웅이 빨랐을 것이다.
아니, 틀림없이 이선웅이 빨랐다.
이 게임마저 지면 곤란하다는 조급증이 김 감독의 소신을 더욱 강하게 벼려 놓았다.
김진우가 3루에서 아웃당하는 통에 추가 득점 기회가 사라진 것도 서러운데 응당 얻어야 할 점수까지 내놓으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감독들은 종종 이런 소신 때문에 심판원과 다른 견해를 갖게 된다. 때로는 선수들도, 심지어 관중들도 어느 쪽을 편드느냐에 따라 종종 심판원의 판정과 다른 견해를 갖게 된다. 이런 것들이 어필 또는 야유라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김진영 감독의 어필은 다소 길어지고 있었다.
이기역 심판위원장이 백스톱 뒤에서 김 감독에게 조속한 게임 속행을 종용했다. 그러자 김진영 감독이 심판위원장을 향해 태권도의 발차기 시범을 보여 주었는데 그 기술은 속칭 '두발당성' 이었다. 다행히도 김 감독의 스파이크가 백스톱의 그물에 걸리는 통에 김 감독은 약간 보기 민망하게 쓰러졌고 백스톱 반대편에 있던 이기역 심판장은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다.
삼미는 2일 부산에서 롯데를 4-2로 격파, 22승째를 올렸으나 게임이 끝난 뒤 서울지검 김시수 판사가 발부한 구속영장에 따라 김진영 감독은 덕아웃에서 곧바로 연행돼 서울로 압송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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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제님의 댓글
비극의 씨앗이군요. 누구나 당시는 모르지만 지나고나면 참을걸 그랬지 합니다.
지민구님의 댓글
이 경기이후 광주 해태와의 3연전에서 김성한 선발 1차전을 비롯하여 3연패...2.5게임차 선두에서 2위로...결국 이후게임에서 우승을 내주고마는 인천 연고 구단 최악의 게임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