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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스스로 납득 못하면 그만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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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강필주 기자] "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 " .
SK 내야수 정경배(35)에게 올 시즌을 맞는 각오에는 한마디로 비장함이 서렸다.
2008시즌 팀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며 명문구단이라는 목표에 또 한 발 나아갔다. 동료들도 정상의 기쁨을 만끽하며 환상에 젖었다. 그러나 정경배에게 작년은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 좌절과 인고의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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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3월 8일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첫 시범경기에 앞서 오른 허벅지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난 정경배는 3개월만인 5월 복귀했다. 그러나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겨우 33경기에 나와 2할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는 시즌이 채 막을 내리지도 않은 9월 30일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그런데 정작 수술을 받은 것은 허벅지가 아니라 오른 어깨였다. 지난 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재활 중이던 그는 " 어깨가 더 심각했다. 많이 참아보고 버텨봤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결단을 내렸다 " 며 " 사실 어깨는 4년 전부터 조금씩 아팠다. 그런데 2007시즌 여름에 슬라이딩을 한 후 증세가 더 심해졌다. 그 해는 정말 통증 때문에 어떻게 시즌을 보냈는지 모를 정도였다 " 고 털어놓았다. 2007시즌 정경배는 116경기를 뛰면서 2할2푼5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통증은 작년에도 여전했다. 정상급 수비 실력을 보여주던 정경배였지만 평범한 송구 실책을 연발, 어린 후배들로부터도 농담 섞인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진통제를 맞아 가며 경기에 나서길 반복했다.
"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었다 " 고 작년을 돌아본 그는 " 계약 마지막 해였고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해뒀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다 " 며 " 왜 수술을 빨리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드는 것이 사실 " 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경배는 지난 2005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3년간 총액 16억 원의 계약을 맺고 잔류했다. 작년이 3년의 마지막 해였다. 그러나 FA로서 성적에 대한 부담감, FA 계약 후 압박감 때문에 섣불리 수술을 결정하지 못했다.
정경배는 수술 후 현재 상태를 설명하며 만족감과 재기를 다졌다. " 아직 통증은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재활에서 오는 당연한 통증이고 견딜만 하다 " 면서 " 전에는 생활하는데도 지장이 있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난 뒤 뒤로 팔을 돌리지 못했다던 LG 박명환의 말이 공감이 될 정도였다 " 고 밝혔다.
오는 16일 시작하는 팀의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서 하루라도 있고 싶다는 목표를 내건 정경배는 우선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한창 좋았던 20대 중반의 몸무게인 80~81kg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는 83kg과 84kg 사이로 작년에 비해 4~5kg를 감량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 10월 회복기. 11월부터 본격 재활에 나선 그는 12월 중순부터 앉아서 볼을 던지다 올해 1월 중순부터 일어나서 던지고 있다.
" 지금은 30m 캐치볼 중이다. 꾸준하게 50m를 던지면 완전하게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이 되는 것 " 이라는 그는 " 일주일 전부터 티배팅을 치기 시작했다. 수비나 공격 다 당장 정상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을 것 " 이라면서도 " 쉬었던 시간보다 야구를 한 시간이 더 많다. 쉽게 돌아오진 않겠지만 이겨낼 것이다 " 는 말로 부활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또 " 작년부터 올해 겨울까지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느낀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FA 3년 동안 성적이 안좋았다. 바꿔야 할 부분은 과감하게 바꿀 것 " 이라며 "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그만 둘 것이다 " 고 모든 것을 바닥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 워낙 선수층이 두껍지만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 며 " 지난 3년 동안 좋지 않았던 모습을 최대한 없애고 싶다 " 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고향 연고팀 SK팬들에게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홍익대를 거쳐 지난 1996년 삼성에서 데뷔한 그는 " 유종의 미는 고향 인천에서 거두고 싶다 " 며 " FA 계약 맺고 성적이 하락해 할 말이 없다. 많이 못보여줬고 욕도 많이 먹었다. 이제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뛰어야 한다 " 고 강조했다.
이어 " 아직 '3할 타율, 몇개 홈런'라는 식의 목표를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 며 " 많은 경기에 나가서 팬들로 하여금 정경배도 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안되겠다는 것보다 뛸만 하구나 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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