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석
인천 야구 중흥의 기수 유완식옹(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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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3. 9)
“하루 연속 두게임 완투 아직도 공만보면 설레”
[인천人터뷰](5)인천 야구 중흥의 기수 유완식옹
인천야구사를 들여다보면 그 굴곡만큼이나 화려했던 시절도 많았다.
한용단과 인천공보, 영화보고로 이어진 20년대를 거쳐 인천상업이 잇단 전국제패와 갑자원 출전 등으로 30년대를 풍미했다면 해방 직후인 1946년 들어 가장 두드러진 건 사회인야구의 출현이었다.
이와 함께 당시로서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일본의 야구기술이 처음으로 인천에 전해진 시기이기도 했다.
일본 갑자원 출전 경험이 있는 김선웅, 장영식을 비롯해 연희전문 투수 출신의 박현덕, 임복만, 박근식, 심연택, 유인식 등으로 구성된 전인천군. 그 중심에는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7년 간 선수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유완식(91)옹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만 해도 몇 년 후에 펼쳐질 또 다른 인천야구의 전성기를 예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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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야구의 산증인 유완식옹
“스펀지 공에 무명천을 감아 실로 꿰고 동네 뒷산 박달나무를 잘라 다듬어 만든 급조배트. 순무명천으로 만들어져 땀에 젖으면 천근 만근이 되는 유니폼과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유완식옹이 초등학교 시절 처음 경험한 야구 풍경이다.
황해도 백천이 고향인 유옹은 4살 때 인천으로 내려와 인천공립보통학교(현 창영초교)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그땐 야구를 하는 초등학교가 우리밖에 없었어. 그냥 좋아서 시작했지 뭐”
노환 탓에 더듬거리는 말투로 기억을 되살리다가 유옹은 느닷없이 “투수는 어깨가 좋아야 한다.”며 말을 돌린다.
몇 해 전부터 자꾸 빠져나가기 시작하던 기억력이 이젠 장남인 대용(64)씨 없이는 정확하게 떠올릴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생업으로 운영하던 배다리 ‘인천기공사’도 장남 대용씨에게 넘겨주고 가끔씩 찾아오는 지인들을 만나거나 한 달에 서너 번씩 큰아들과 대중목욕탕을 다녀오는게 유일한 낙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유옹은 인천의 야구중흥기와 재건기를 함께 이끌어온 장본인이자 1954년 국가대표 야구팀의 첫 해외원정을 주도한 대표팀 주전투수로 기억돼 있다.
# 스무살에 경험한 일본 프로야구
유옹의 야구인생은 험난했던 근대사와 끈끈한 인천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 특별해 보인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35년. 인천공립보통학교에서 야구를 경험한 유옹은 17살의 나이에 형님이 있는 일본으로 향한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생계를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야간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해 낮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스회사에 근무하던 유옹은 틈나는 대로 사회인 야구를 즐기며 선수의 꿈을 키워왔다.
일본에 진출한지 4년째 되던 1939년. 유옹은 한큐 브레이브스(현 오릭스 버팔로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입단테스트의 기회를 얻어냈고 마침내 자체입단테스트를 통과한다. 유옹이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
이 무렵 일본프로 7개 구단 중에는 한해 먼저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한 같은 동향의 박현명씨(박현식씨 큰형)등 손에 헤아릴 정도의 한국선수가 활약하고 있었다.
한큐에서 포수로 활약하며 주전의 꿈을 키워오던 유옹에게 어느날 타구단에서 주전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
그러나 평소 신의를 인생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온 유옹은 “시작한 곳에서 열심히 해 주전이 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이 소문이 돌아 구단까지 알려지자 어느날 슬며시 월급을 올려줬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얼마 안되는 연봉 때문에 쉽게 고향과도 같은 구단을 등지는 요즘 프로야구판과는 사뭇 다른 시대였다. 이런 유옹의 강직함은 지금도 장남인 대용씨를 통해 집안의 가훈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 ‘구도 인천’ 그 화려했던 봄날
유옹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일본 프로구단에서 활동하던 7년이었다면 전성기는 결혼을 위해 귀국해 인천에서 해방을 맞으면서부터 시작된다.
1945년 3월 일본군부에 의해 프로구단이 전면해산될 때까지 한큐에서 포수로 활약하던 유옹이 투수로 전환하게 된 것도 해방 직후 국내에서 YMCA에 체육인 등록을 마치면서부터다.
이 무렵 배재학교 등에서 함께 연습을 하며 미24군단과 자주 친선경기를 가졌다는데 일본 프로경력이 있는 유옹이 투수를 맡게된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였다.
더욱이 훤칠한 키에 오버핸드, 사이드 암, 언더핸드 등 다양한 투구자세까지 구사하는 유옹은 많은 야구팬들을 몰고 다니기에 충분했다.
“주말마다 미군 애들과 경기를 했지. 처음엔 우리를 호락호락하게 보다가 나중엔 큰 코를 다쳤지. 지금은 다 죽었지만 그땐 좋은 선수들이 많았어.”
유옹은 마침내 인천야구의 1세대 격인 김선웅, 박현덕 등과 사회인야구팀인 전인천군을 꾸려 4대도시(인천 부산 광주 대구)대항 야구대회와 전국체전 등을 휩쓸며 인천야구의 중흥기를 이끌어낸다.
특히 1947년엔 한국야구의 첫 국가대표팀인 하와이원정군 선발을 주도했고 그 후 1954년 필리핀 마닐라 리잘경기장에서 열렸던 제1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주전투수로 활약하며 개인적으로도 전성기를 누렸다.
그 후 유옹은 조선운수(현 대한통운), 해군 촉탁선수 등으로 활동하며 40세까지 투수 생활을 했고 그 때만 해도 하루에 연속 2게임을 완투한 적이 있을 만큼 강한 어깨를 자랑했다.
# 아버지로 살아온 91살의 기억
유옹의 장남 대용씨는 아버지의 마지막 경기를 1955년 인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경기로 기억한다.
하지만 1940년대 도시대항을 휩쓸며 번성했던 인천야구는 이미 본격적인 고교야구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화려했던 멤버들이 하나 둘 지도자의 길로 나서면서 뿌려놓은 결실들이 6·25전쟁 이후 인천의 청룡기 5연패(인천고 2회, 동산고 3회)라는 대위업으로 나타난다.
인천고-김선웅, 동산고-박현덕으로 대변되던 인천야구의 수훈자들 속엔 항상 투수 유완식이라는 이름도 함께했다.
감독이라고 해봐야 월급 한푼 없는 봉사직에 불과했던 그 시절 유옹은 친구였던 김선웅을 도와 인천고에서 투수양성에 나선다. 이러다보니 인천고 출신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었지만 당시엔 동산고 투수가 훈련이 끝난 후 인천고로 넘어와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최고의 투수였던 유옹의 교육은 지금의 특별과외와 같은 것이었다.
“내가 아들 자식이 셋이다 보니까 다 내 아들 같고 그랬어. 인천고나 동산고나 다 내 아들이니까. 난 그렇게 살았어.”
당시 초등학교 시절부터 존경의 대상이었던 서동준과 신인식에게도 이 무렵 유옹의 교육은 새로운 야구를 눈뜨게 하는 출발점이었다.
결국 서동준은 유완식, 박현식 등 대선배들과 함께 1954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최연소 대표로 선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 후 유옹은 대한야구협의회이사, 인천야구협회 부회장 등을 거쳐 1981년 프로야구 발족 후 KBO(한국프로야구위원회) 규칙 위원으로 야구행정에 참여해오다 은퇴했다.
지난 2005년 4월 5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홈 개막전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던 유옹은 아직도 야구공 실밥만 보면 힘이난다. 아흔이 넘도록 지켜온 그의 야구인생에서 매일 손끝으로 감겨오던 견고한 야구공의 실밥 만큼이나 인천의 야구가 더욱 단단해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글=이원구기자 jjlwk@i-today.co.kr 사진=안영우기자 dhsibo@i-today.co.kr
유완식옹은
▲1919년 5월23일 황해도 백천 출생
▲1923년 인천으로 이주
▲1927년 인천공립보통학교(현 창영초등학교) 입학 야구 시작
▲1935년 일본행
▲1937년 오사카상고 졸업
▲1939년 일본 프로야구 한큐 브레이브즈 입단
▲1945년 6월 귀국 후 결혼
▲1947년 첫 국가대표팀 하와이원정군 선발
제2회 4대 도시(인천 부산 광주 대구)대항 야구대회 우승
▲1954년 제1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필리핀 마닐라) 주전투수 출전
▲1955년~조선운수(현 대한통운), 해군 등 촉탁선수
▲1960년대 동아방송 야구해설위원
▲1969년 대한야구협회 이사
▲1975년 경기도야구협회 부회장
▲1981년 프로야구 발족후 KBO(한국프로야구위원회) 규칙위원
▲현 신흥동 현대아이파크 거주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03-08 17: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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