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지용택(56회) 칼럼/京畿 라는 지역(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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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8.12.18)
京畿 라는 지역
지용택 칼럼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경기(京畿)란 임금이 사시는 서울 '경(京)'과 서울로부터 사방 500리를 뜻하는 '기(畿)'의 합성어이다. 그래서 지금도 서울을 제외한 500리 지역을 기전(畿甸), 기내(畿內), 기방(畿邦)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옛날 임금이 직할하던 지역을 말한다. 기전(畿甸) 사람들은 농업경제시대에 힘들게 일하여 서울 사람들을 먹여 살렸고, 또 그것을 위해 만든 제도이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3천여 년 전(B.C. 1122~771) 주(周)나라의 왕도 주위 1,000리 이내의 땅을 기(畿)라고 했다.
서울 경(京)은 권부의 상징이며 수도로서의 명예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의 힘으로 쌓아 만든 언덕', '전공을 나타내기 위하여 적의 시체를 쌓고 그 위에 흙을 높이 덮어 만든 무덤'이라는 잔혹한 해석도 있다. 한 왕조가 창업하고 수성하는 과정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영고성쇠와 잔혹함을 함께 상징하고 있는 의미가 내포된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경경(京京)이라 하면 근심이 좀체 끊이지 않는 곳이란 뜻이 된다. 그래서인가. 예나 지금이나 서울은 조용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이곳은 고려왕조(918~1392) 474년에 이어 조선왕조(1392~1910) 518년이 버티어 온 1,000년 세월 동안 정치, 경제, 문화, 서민 생활의 중심지역이다. 한국의 허리 부분을 지착하고 있는 이곳은 지금 서울, 인천, 경기로 행정구역이 분할되어 지역 행정수반들이 각기 다른 색깔, 다른 기치를 들고 개성 있는 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의 오세훈 시장은 "예쁘게 꾸미는 것이 디자인이 아닙니다. 한 번 더 생각해서 기왕 만든 공간을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디자인 행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서울이 발전해야 한국이 발전한다고 했다. 인천의 안상수 시장은 명품도시를 들고 나왔고 송도신도시가 한국의 추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근래 계속해서 수도권 개발 문제 처리로 배신감을 느낀다고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주장을 들고 나오는 것은 세계 지방화 시대에 걸맞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깃발들의 내용이 시민들의 정서에 얼마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느냐는 것은 별도의 문제이지만, 수도권 내 세 분의 행정수반이 성주 노릇만 할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기치 속에서도 천년의 깊은 태반 속에서 살아온 문화, 정신, 경제의 생활을 새롭게 조망하면서 보다 원대한 사업을 개척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 다음에 문화, 그리고 정치로 이어지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은 베이징과 톈진(天津), 허베이(河北)성을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성의 약칭) 경제공동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과거 우리는 일본이 패망하는 것도 보았고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이 15개의 독립국가연합으로 해체되면서 스스로 자신들의 모순을 천하에 드러내는 것도 보았다.
또 문화혁명으로 전대미문의 대란을 겪은 뒤 새로운 자본주의를 모색하여 중국굴기(中國屈起)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것도 보았고, 세계 경제를 한 손에 쥐고 흔들던 미국 경제가 사실상 붕괴되는 것도 현재 목도하고 있다.
미국 역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당파를 초월한 인재 등용으로 화합의 정치에 나서고 있다.
10년 전 IMF 외환위기를 몸소 겪고 이겨낸 우리들이다. 서울, 경기, 인천의 지도자들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좀 더 느긋하게 그리고 실사구시하면서 지금부터 5년 후, 10년 후 그리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더욱 크고 멋진 설계와 계획을 시민들 앞에 내놓아야 한다. 상호통섭과 열린 마음으로 말이다.
3대 지역의 행정 수반들은 태생적으로 동일 문화, 같은 환경에서 살아온 서울, 경기, 인천의 미래 설계를 위한 협의체 구성이라도 가동시키는 것이 어떨지 당사자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지용택 칼럼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종이신문 : 20081218일자 1판 10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12-17 오후 8: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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