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큰 제방도 개미구멍 하나로 무너진다(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25.11. 6)
큰 제방도 개미구멍 하나로 무너진다
/원현린 주필(主筆)
원문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2610
원현린 주필
형체가 있는 종류 가운데 큰 것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생기고 오래 존속하는 것 중에 많은 것은 반드시 적은 것에서 생긴다. 이를 두고 노자(老子)는 말했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생기고 세상에서 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사물을 제어하려는 자는 그 사소한 것에서부터 한다. 어려운 것은 그 쉬운 것에서부터 도모하고 큰 것은 그 사소한 것에서부터 한다.”
사소한 일을 조심해 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방지(未然防止) 방법을 제시한 한비자(韓非子)를 소환해 본다. 한비는 “천장(千丈)이나 되는 길고 긴 제방도 작디작은 땅강아지와 개미구멍으로 말미암아 무너지고(千丈之隄 以螻蟻之穴潰), 백척(百尺)에 달하는 큰 저택도 굴뚝 틈새 하나의 작은 불티로 인해 타 버린다(百尺之室 以突隙之烟焚). 그러므로 치수(治水)의 명인 백규(白圭-전국시대 사상가)는 둑을 순검(巡檢)할 때 그 구멍을 틀어막았고, 집안 노인들은 불을 조심해 굴뚝의 틈을 흙으로 발랐다. 이들로 인해 백규가 있을 당시에는 수재(水災)가 없었고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화재(火災)가 없었다. 이는 모두 쉬운 일을 삼가함으로써 어려운 일을 피하는 것이요, 사소한 일을 조심함으로써 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라는 경세문(警世文)을 남겼다.
국제공항은 한 나라의 입국 관문(關門)이다. 이러한 공항이 보안에 허술하다는 소식이다. 어느 곳보다 철통 보안이 요구되는 공항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3년 동안 전국의 공항이나 항공사가 위해 물품 검색을 소홀히 하는 등 항공보안법을 위반한 사례가 51건에 달했다.
공항이 뚫린 것이다. 황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경고는 여러 번에 걸쳐 있었다. 다만, 우리의 극에 달한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개선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위반사항을 유형별로 보면 신분확인 실패, 위해물품 적발 실패, 보호구역 출입 통제 실패, 보안 검색 미실시, 상주직원 검색 미실시, 순찰 미흡, 검색장비 이상 보고 미이행 등이 여러 건 있었다. 이처럼 공항 도처 곳곳에서 보안에 허술한 경우가 한 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6월 청주공항 승객 휴대물품 보안 검색에서 공포탄이 미적발되는 사례가 발생했고 같은 해 9월 김포공항에서는 실탄을 적발하지 못하는 허점도 보였다. 국제 테러범이 얼마든지 국내에 잠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근자들어 인천에서는 국제기구 회의도 잦다.
주지하고 있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있다. 하나의 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누차에 걸쳐 반드시 일정한 조짐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미세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이다. 작은 조짐을 간과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일종의 경고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서비스 공항’이라는 영광을 누리고 있는 인천국제공항도 예외가 아니라는 소식에 더욱 허탈감을 느낀다.
1992년 인천국제공항 기공식에 참석했던 필자다. 지금도 “2025년 4단계 완공, 연간 1억 명 수송”이라는 당시 공항 청사진 수치가 떠오르곤 한다.
적발된 항공보안법 위반 사항을 보면 하나같이 부주의, 태만에서 오는 과실이다. 공항 경비의 허술은, 국민의 생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의 중대시설 등이 위협받게 된다. 이처럼 나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공항 보안이다.
너른 벌판도 작은 불씨 하나로 인해 잿더미가 된다. 우리는 흔히 재난을 당한 후 걸핏하면 유비무환(有備無患)을 거론하며 때늦은 후회를 남기곤 한다. 재삼재사 당부한다. 공항 보안에 단 한 치의 허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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