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황성(荒城) 옛터 강화(江華)에 ‘고려박물관’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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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5. 7.3)
황성(荒城) 옛터 강화(江華)에 ‘고려박물관’을
/원현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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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현린 주필
강화(江華)에서는 어느 곳을 파더라도 문화재가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강화를 일러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칭한다. 그만큼 섬 전체가 문화재라 할 만하다는 얘기다.
한때 고려의 수도이기도 했던 강화도에 ‘고려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인천시와 강화군을 비롯한 10개 군·구가 모두 나서 강화에 국립고려박물관을 유치하기로 하고 힘을 모으고 있다. 인천시의회도 강화의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며 고려박물관 건립의 당위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1232년부터 1270년까지 39년간 강화는 몽골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고려가 수도로 정했던 곳이다. 휴전선 남쪽지역 중 고려의 역사와 문화적 흔적이 온전히 남아 있는 곳은 강화가 유일하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 외에 현재 전국에 경주와 부여·공주 등 고도(古都)의 지역 특색을 반영한 지역 국립박물관이 13곳이나 운영되고 있으나 인천에는 역사 관련 국립박물관이 단 한 곳도 없기에 강화의 역사적 위상이나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국립박물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기의 이유만으로도 강화가 고려박물관 건립지로 적합하다 하겠다.
인천시가 강화 국립고려박물관 건립을 추진한 지는 오래다. 시는 2011년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강화에 고려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립박물관 기능 중복 등의 이유로 거절당하곤 했다. 이후로도 박물관 건립은 총선이나 지방선거 시기가 돌아오면 단골 공약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강화 고려박물관 건립을 건의하면서 강화사(史)를 약술해 본다. 강화도에 우리 민족이 정착한 시기는 구석기시대 유물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1만5천 년 전으로 추정한다. 강화라는 지명은 삼국시대에는 혈구군(穴口郡), 갑비고차(甲比古次), 해구군(海口郡)으로 불렸다. 고려 태조에 이르러 강화현(江華縣)으로, 고종 19년 강화군으로 승격돼 지금에 이른다.
13세기 초 동아시아의 거대한 세력으로 흥기한 몽골족이 고려를 침입하자 수도를 강화로 옮겨 39년 동안 항몽(抗蒙) 투쟁을 이어 갔다. 이때가 강도(江都) 시대다. 불심(佛心)으로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강화 선원사에서 고려대장경을 조판하기도 했다. 강화에는 고려의 능(陵)인 석릉(碩陵), 홍릉(洪陵), 곤릉(坤陵), 가릉(嘉陵)이 있다. 이후 조선시대에 진, 보 ,돈대, 포대 등 국방상 방어기지들이 설치됐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왕실의 피난기지가 되기도 했다. 숙종 시기에 12개 진보와 53개의 돈대 설치, 강화산성과 강화외성이 개축됐다.
강화에는 고조선을 세운 국조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마니산 정상에 참성단(塹星壇)과 단군의 세 아들이 축조했다는 삼랑성(三郞城)도 있다.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 수도 서울의 관문이기도 한 강화는 병인양요(丙寅洋擾) 당시 외규장각 도서가 약탈되는 등 우리 역사 수난의 현장이기도 하다.
박물관에 가면 역사가 보인다. 단순한 유물 몇 점이 전부가 아니다. 세월이 담겨 있어야 역사박물관이다. 강화에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흔적마저 사라져 남아 있는 유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도 한 시대 고려 왕조는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역사를 증언한다. 강화에 가면 우리 고래(古來)의 역사가 보인다. 강화에 고려박물관이 건립된다면 그 박물관은 우리 대한 조선의 역사가 통째로 담겨 있는 박물관이 될 것이다.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은 제21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모두의 공약이기도 했다. 인천시민들에게 또다시 "그 공약은 공약(空約)이었나?"라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건 공약은 반드시 지킬 것을 다시 한번 주문한다.
역사의식이 있는 중앙정부, 문화체육관광부라면 한 시대 고려 왕성이었던 옛 강도(江都) 황성(荒城) 강화에 국립강화고려박물관을 건립할 것을 재삼재사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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