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마약의 무서움을 모르는 사회(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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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4.11.14)
마약의 무서움을 모르는 사회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
마약, 계층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무서운 약물이다. 마약은 한번 접하면 투약자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한 가정이 불행에 빠진다. 이는 오래전 필자가 검찰을 출입하면서 취재·목도한 실제 상황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의 신고로 장남이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던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마약 수요와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현재 구조로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진다"고 경고하고 ‘마약청’을 신설, 치유공동체 설립 지원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태국에서는 한 노모가 집에 감방을 만들어 마약 중독자인 아들을 가두려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마약에 중독된 42세 아들을 가두기 위해 노모가 집에 철창방을 설치했다가 적발됐다는 것이다. 상기 두 사건은 모두 가족구성원 중 한 사람이 마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한 가정이 불행에 처하게 되는 사례다.
마약은 나아가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가마저 망하게 한다. 각 나라가 마약과의 전쟁을 멈추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집권 당시 오죽했으면 마약과의 전쟁에서 수사관들에게 총기 사용을 허락하고, 사형 집행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가 마약범죄 소탕 작전을 벌이면서 경찰이 마약 용의자에 총격을 가해 숨진 사망자는 6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지하는 또 한 사례는 중국과 영국 사이에 1840년과 1856년 두 차례에 걸쳐 무역수지 문제로 일어난 아편전쟁(阿片戰爭)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그 넓은 영토가 갈기갈기 찢겨 결딴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마약으로 아픈 역사를 겪은 중국은 마약사범에게 관용은 없다. 지금도 적발되면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최대 사형에 처한다. 이처럼 각국이 연중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시피 하지만 좀처럼 퇴치되지 않는 마약이다.
관세청은 올 들어 9월까지 국경단계에서 총 623건에 574㎏의 마약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정도 규모의 마약이 국경단계에서 적발되지 않고 국내에 밀수돼 유통됐다면 그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상기 적발 양은 일평균 2.1㎏ 상당의 마약 밀수를 차단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 증가한 수치라고 세관당국은 분석한다.
전에는 연예인, 재벌가 등 일부층만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마약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시민 누구나 마약류를 접하기 쉬워졌다. 지금까지는 ‘음주운전’이 문제가 돼 왔지만 이제는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마약운전’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약물’하면 으레 마약을 의미하는 사회가 됐다. 때문에 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음주운전 외에 ‘약물운전’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마약 등 약물을 복용한 채로 운전하다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최근 4년 사이 두 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9년 57명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113명으로 늘어났다. 연령도 20대부터 40대까지 나타났으며, 마약의 종류도 대마초, 엑스터시, 케타민 등 다양성을 보였다는 게 경찰 당국의 설명이다.
문제는 마약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누구보다 엄격히 마약을 관리해야 할 의료기관의 한 병원장이 진료기록부에 제대로 기재도 하지 않은 채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인 프로포폴을 환자들에게 처방, 투약해 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사회에 충격을 준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국내 전체 마약 투약자를 40만530명으로 추정한다. 이 수치는 지난해 32만6천970명보다 22.5% 늘어난 숫자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과의 전쟁은 멈춰서는 안 되는 전쟁이 됐다. 도통 맑은 곳이 없다. 정부는 마약 퇴치에 전 수사력을 경주,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아야 하겠다. 마약의 위험성은 마약의 무서움을 모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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