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급변하는 한반도 안보지형(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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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4.10.23)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지형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
"우리의 유엔 가입을 막아 온 것은 냉전체제였습니다. 그것은 이제 지난 시대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한민족은 남북으로 갈라져 있으나, 우리는 하나의 겨레라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 남북한이 각각 다른 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며, 불완전한 것입니다. 우리 유엔 대표단의 자리가 옵서버석에서 회원석으로 불과 수십 미터 옮겨 오는 데 40년 넘어 걸렸고 동·서독의 두 의석이 하나로 합쳐지는 데는 17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남북한의 두 의석이 하나로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상기 문장은 1991년 9월 제46차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당시 필자가 뉴욕 유엔본부에 특파돼 경청, 취재했던 ‘평화로운 하나의 세계공동체를 향하여’라는 제하에 행한 노태우 대한민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문 중 일부다. 이 얼마나 희망적인 문구들이었던가. 하지만 이제는 한갓 휴지 조각이 돼 버렸다. 남북한 두 의석이 하나가 되고,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했던가!
근자 들어 한반도의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우리 국가정보원과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등은 최근 북한이 1만 명 넘는 북한군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기 위해 러시아에 파견, 동부지역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한 것이다. 북한은 참전 대가로 핵잠수함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 무기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군사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한이 최근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을 개정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는가 하면 동족의식과 통일의식을 털어 버린다는 등 극단적 언사로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끈질기게 이어져 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 버리고 부질없는 동족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 버린 것"이라고 설명까지 덧붙였다. "앞으로 철저한 적국인 한국으로부터 우리의 주권이 침해될 때에는 우리 물리력이 더 이상의 조건 여하에 구애됨이 없이 거침없이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리는 마지막 선고"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해지는 외신 등을 종합해 보면 북·러 간에는 지난 6월 사실상 ‘군사동맹’ 조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유사시에 북한을 도와 러시아도 개입한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라 하겠다.
세계가 우려하는 것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투 양상도 종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더욱 격화되고 있다는 외신이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멈추지 않고 확전으로 치닫는다.
필자는 앞선 칼럼에서 ‘평화를 위한 전쟁은 없다’라는 제하에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는 전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전쟁은 막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쟁은 겉으로는 하나같이 정의와 평화를 내세웠다. 가공할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도 ‘전쟁을 없애기 위한 전쟁’이라 불렸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조약 후폭풍으로 ‘한국 핵무장 불가피론’이 제기되는 등 한반도에 또다시 전운이 감돈다. 어느 때보다 국가의 현명한 외교력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모든 전쟁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발발하고 휴전하고 종전한다. 이는 지나간 전쟁사를 통해 익히 경험한 바다.
이러한 국제 정세를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정치권은 어제도 오늘도 진영 간 소모적인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 정신이 있는가 없는가. 나라는 위난상황에 처했는데 유독 정치권만이 딴 세상인 듯하다. 국민은 정치권 모두를 탄핵하고 싶어 한다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내일은 국제연합의 날(United Nations Day)이다. 유엔의 목적은 국제 평화 및 인류의 안전 유지, 국가 간 선린관계 발전, 경제·사회·문화·인도적 문제 해결 및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존중을 위한 국제적 협력으로 요약된다.
인류를 전쟁의 참화로부터 구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며, 보다 큰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 수준 향상을 이루기 위해 창설된 유엔이기에 침묵보다는 적극적인 행동이 요청되고 있다. 유엔의 날을 맞아 어느 때보다 국제평화기구로서의 제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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