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개헌(改憲)과 헌법정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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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4. 7.16)
개헌(改憲)과 헌법정신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主筆)
만물은 유전한다. 천지만물 중에 변치 않는 것은 없다. 인간사 또한 간단없이 변화를 거듭한다. 그 속에 인간 사회를 규율하는 법규 또한 정치사회 변화에 따라 변한다. 근자 들어 전에 없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헌법(憲法)을 고쳐 다시 정하자는 개헌(改憲) 논의가 빈번히 제기되고 있다. 약술해 본다.
내일은 제헌절(制憲節)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1948년 7월 17일 제정·공포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국가가 제정한 국경일이다. 헌법은 한 국가의 법률 체계상 최상위법이다. 국가 통치 체제에 관련된 기본 원칙과 국민의 기본 권리, 의무 등이 규정돼 있다.
제6공화국 헌법이라 불리는 현행 헌법은 제헌 헌법 이래 아홉 차례 개헌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른다.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꽤 여러 해가 지났다. 상설(上說)과 같이 불변의 영원한 진리는 없다. 때가 되면 고치고 바꿔야 한다. 사회적 환경 변화 또는 국민 생활 필요상 요청되는 경우 법령도 얼마든지 새로 제정되거나 개폐될 수 있다. 헌법도 이 중 하나다. 예외일 수 없다.
우리 헌법은 1948년 제헌 헌법 이후 1952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1차 개헌이 있었다. 발췌개헌(拔萃改憲)이라 불린다. 그 후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3선을 위한 2차 개헌, 이른바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이 그것이다.
1960년 6월, 4·19 혁명 후 정부 형태를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는 3차 개헌. 1960년 11월, 3·15 부정선거 관련자와 반민주행위자 처벌에 관한 부칙조항 삽입을 위한 4차 개헌. 1962년, 5·16 발생 후 대통령 중임제 채택 등의 내용을 담아 개정한 5차 개헌.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 3선 개헌으로도 불리는 6차 개헌. 1972년, 기본권 제한과 대통령 1인의 장기 집권 체제를 가능하게 하는 유신체제 전환을 위한 7차 개헌. 유신헌법(維新憲法)으로 불린다.
1980년, 5·18 이후 신군부 집권에 따른 전두환 정권으로의 전환을 위한 8차 개헌. 유신헌법의 독소조항은 삭제됐으나 대통령 7년 단임제와 간접선거를 골자로 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 발발로 노태우 민정당 대표에게서 6·29 선언이 나왔다. 대통령 직선제가 채택되고 임기를 5년 단임으로 했다.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비상조치권 등이 폐지돼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이 골자인 9차 개헌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상기(上記) 개헌사(改憲史)에서 보듯이 우리의 개헌 역사는 흑역사(黑歷史)의 점철이었다. 10차 개헌을 앞두고 있다. 개헌 운운하는 세력들을 보건대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듯하다. 또다시 강자의 이익으로 자의적으로 개정하려 하는가?
거듭 언급하지만 헌법은 법 체계상 최고의 법이다. 명령 규칙이 법률에 반하면 안 되고, 법률 또한 헌법에 위배되면 무효다. 법률은 헌법에서 정당성과 효력을 찾는다. 이러한 모법으로서의 헌법의 무게는 막중하다.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모든 정치행위 또한 무효이며 정도에 따라 헌법 파괴 행위도 될 수 있다.
법의 이념은 정의(正義), 합목적성(合目的性), 법적 안정성(法的 安定性)에 있다고 한 독일의 법 철학자 구스타프 라트브루흐(Gustav Radbruch)는 저서 「법철학」에서 "모든 법률가에게 일체의 현행의 제정헌법 및 이 헌법이 상위의 권한을 가지는 자에 의하여 변경되는 경우에는 그 변경된 헌법이 항상 최선의 것이어야 한다"는 칸트(Kant)의 표현을 인용, 언급하고 있다. 새겨봐야 할 말이라 사료된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헌법제정권력에 기초해 제정된 민정헌법(民定憲法)이다. 헌법개정권력 또한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 발의로 제안된다(헌법 제128조).
역대 국회 운영을 목도해 온 국민들이다. 과연 개헌을 추진하는 세력들에게서 칸트의 말대로 최선을 택하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 중에서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본인이 속한 정당을 떠나 진정 국민 편에서 행동하려는 의원 그 몇이나 될까. 헌법의 무게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헌법개정권자로서의 국민의 무게를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헌법정신에 입각해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개헌이 돼야 하겠다.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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