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기심(機心)의 측근으로 대권을 쥔다고?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9.25)
나채훈의 중국산책 /
기심(機心)의 측근으로 대권을 쥔다고?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대선 정국이 불붙었다. 유력 후보들의 면모가 드러났고 진검승부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미묘한 문제들은 풀리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 인식,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는 의심 받고 있으며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냉혹한 권력의 세계 한복판에서 버텨줄 ‘권력의지’가 갖춰져 있는지 궁금증이 진행형이다. 그들 가운데서 최종 승자가 어차피 국운(國運) 상승기의 대한민국을 조타해야 할 터인데 소위 측근이라든지 브레인이라고 하는 참모들 모습도 여간 염려스러운 것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라는 거창한 간판 아래 출신지역별·대학별·전공별로 안배했다는 인사를 발탁하고 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지 별 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도 친노 세력의 원한이라는 자양분으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용광로 참모진 형성은 멀어 보인다. 안철수 후보의 주변은 아직도 안개 속이고 드러난 몇몇 인사들을 보면 그저 그렇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인 ‘시대정신’을 자신 있게 뒷받침할 참모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심(機心)의 측근은 보이지만 기심(器心)을 가진 인사들의 면모가 너무 허약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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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측근과 브레인, 그러니까 대권을 가진 권력자의 참모들 문제에 있어 흔히 비유되는 이야기가 있다. 조조·손권·유비가 각축했던 후한(後漢) 말 삼국시대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조위(曹魏)의 최고권력자로 군림한 조상(曹爽)이란 인물의 행태에 대한 사례다. 어린 황제를 대신하여 전권을 행사하는 대장군 지위에 올랐을 때 그는 원로 정치가이자 군부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마의를 어른으로 모시고 대소사를 일일이 상의하여 처리하는 자세를 가졌었다. 그런데 그의 측근에 있는 하안과 정밀이란 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권력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장군께서는 황족이시고 모든 권한을 장악하고 계신데 뭣 하려 늙은 사마의와 상의하십니까. 저희들이 보필할 테니 마음껏 권한을 사용하시고 권력의 나눔이 아니라 집중을 통해 장래를 도모하셔야 합니다”고 속닥거렸다. 조상은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권력을 손에 쥐고 있고, 수많은 측근들이 자신을 보필하고 있는데 망설일 것이 뭐냐 하는 전능감(全能感)에 휩싸인 것이다.
조상은 점차 단독으로 권력을 행사했고, 낌새를 눈치 챈 사마의는 칭병하고 집안에 드러누웠다. 조상은 더욱 신이 나서 측근과 가족들을 요직에 앉히고 권력을 농단했다. 그래도 조금도 꺼림칙했던지 사마의의 동정을 살피곤 했다. 기심(機心)에 능한 인물을 사마의에게 파견해서 병의 상태나 사마의의 본뜻을 탐색하기로 했다. 결국 중병에 걸린 것이 확실하다는 보고를 받자 아무 거리낌없이 행차를 나섰고, 때를 노린 사마의에게 허를 찔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측근이란 자들을 브레인으로 착각한 전형적인 실패의 예가 된 것이다.
지금 유력 후보들의 경우에 딱 들어맞지는 않겠으나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뇌물을 받거나 공천헌금을 받거나 때론 사생활에 문제가 생긴 측근들의 경우 도마뱀 꼬리 자르듯 제명·출당·자진탈당 등으로 미봉하는 여당의 모습도 그렇고, 구태의연한 담합으로 당권을 거머쥐고 아직도 자신들 세상인 양 하고 있는 야당의 모습도 그렇다. 친구 사이의 발언이니 협박이나 하는 공로 다툼도 별로 다르지 않다. 유력 대권 후보의 지근거리에 포진한 수많은 선거꾼(?)들의 모습이 국민에게 정치 불신을 심어준다는 사실, 그것만큼은 역사인식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나 권력의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측근의 비리, 횡포가 역사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는 재론할 여지가 없다. 그야말로 정치사의 절반 가량은 그들의 범죄로 더렵혀져 있지 않은가 말이다.
포장지가 고급이라고 해서 그 속에 든 과자가 맛있을까? 자기 조상이 어떤 인물이고, 누구와 친하며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 우호적인 실력자가 있다는 등 자신의 본질과 상관없이 후광(後光)에 기대면서 전비(前非)가 얼룩진 참모들을 거느리고 미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겠다는 그 달콤하지도 못한 공약을 마치 염불 외우듯 하는 그런 대선이 또다시 벌어질까 염려해서 측근 문제를 재삼 지적하고자 한다.
2012년 09월 25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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