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아메리카노'(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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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 9.17)
조우성의 미추홀 -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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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가봉 랑바레네에서 살았던 슈바이처 박사의 말년 풍모는 누가 봐도 성자(聖者) 그것이었다고 한다. '슈바이처 병원'을 방문했던 인천 출신의 지리학자이자 세계여행가인 김찬삼 선생도 '흑인을 친자식처럼 사랑했던 드높은 인격'에 감동을 받았노라고 술회한 적이 있었다.
▶사상과 이념을 뛰어넘어 묵묵히 인술을 베풀었던 박사의 '트레이드마크'는 큰 키와 옅은 카키색을 띤 '피스 헬멧'이었다. '김찬삼의 세계 여행기'에도 소개되었던 모습이다. 1960년대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를 읽고, 몇몇은 '피스 헬멧'까지 써 보고자 했던 것은 '롤 모델 따라 배우기'의 하나였는데, 한때 저잣거리에서도 유행했었다.
▶그러나 견고하게 만든 '피스 헬멧'은 아프리카에서 반드시 써야 하는 일종의 보호장비이다. 햇볕도 가리지만, 예고없이 떨어지는 소형폭탄 '야자수'에 머리를 강타당할 경우 목숨을 잃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 '피스 헬멧'이 수년 전 5월, 인천의 한 행사장에 느닷없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모 인사가 쓴 것은 '피스 헬멧'이 아니라 그 변형인 진초록색의 '호치민 헬멧'이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은 아니었다.
▶실용성을 떠나 특정모자를 써서 개성이나 생각을 나타내는 예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과거 볼셰비키의 후예들이 '레닌 모'를 애용했던 것이나, 시인 랭보처럼 '베레모'를 써 자신이 예술가임을 드러내놓고 다녔던 것은 지난날의 풍물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먹고, 마시는 것으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모양이다. 생각의 주소가 '머리'에서 '입'으로 형이하학적 전이가 된 것같다. '아메리카노'란 커피를 마셨다가 공박당한 모 정치인은 "이름이 그래서 그렇지 미국하고는 별 관계가 없는 싱거운 물 커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박한 이들의 관점에서라면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는 유도 아닐 터이다. 평양에서도 파는 코카콜라를 마셨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는 판인 것이다. 심리학에선 발달과정상 입으로 사물을 인지하는 시기를 '구순기(口脣期)'라 하는데, 일부 인사들이 아직 구순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성숙되지 못한 별난 '진보 판별식'이다.
/주필
2012년 09월 1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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