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복원(復元)(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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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10.12)
조우성의 미추홀 - 복원(復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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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쿄역은 하루 73만8000여명(2003년 추계)이 이용하는 교통의 심장부다. 1914년에 지은 역사(驛舍) '마루노우치'는 유럽의 궁전이나 귀족이 살던 분위기를 자아내는 르네상스식 양관으로 도쿄권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인정받아 왔다. 완공 이래 건물이 같은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는다. 목조나 벽돌로 지은 큰 건축물 가운데 현역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교토와 나라의 절 등을 제외하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일 5년반의 공사를 마치고 새 얼굴로 문을 연 역사는 금년 5월 웅자를 드러낸 전파탑 '스카이트리(높이 634m)'와 함께 도쿄의 새 명물로 등장했는데 오후 6시가 되면 건물전체에 야간조명이 켜지고, 매일 일몰부터 오후 9시까지는 벽돌벽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LED 불빛이 켜져 경관을 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인이 독자적으로 설계한 건축물이라는 것과 복원에 사용한 빨간 벽돌이 무려 40만개인데 당시의 제조법에 따라 만들었다는 자랑도 대단하다. 복원에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일본식 자부(自負)다. 그에는 "세계 어느 나라나 세칭 '중앙역' 급의 역은 그 나라의 경제와 문화, 민도(民度)를 나타내는 얼굴이다. 예를 들어 필란드의 헬싱키 중앙역은 독립의 상징이라고 말해지고 도쿄역은 명치 시대 이래 근대화의 상징"(越澤 明·北海大 교수)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의 사정은 그에 빗대 이야기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철도의 시발지인 '인천역의 몰골은 가히 역사적 방치물에 가깝다. 퇴락한 간이역 같은 역사에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무엇을 보고 갔을지 상상만 해도 씁쓸하다. 1925년 일제에 의해 건설된 '서울역' 역사가 오늘날까지 '중앙역'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또다른 사념에 젖게 하지만, 작년에 복원사업을 마친 '기억의 창고 서울역'과 '망각의 고도 인천역'은 너무나 상반된 모습이다.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복원은 지역의 개성과 문화 유지에 필요하다. 공공투자를 통해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꾀할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진엽서 몇 장 달랑 가지고 나서는 의욕과잉의 섣부른 '복원 사업'들을 용납하자는 말은 아니다.
2012년 10월 12일 (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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