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우국(憂國) 망령(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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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11.16)
조우성의 미추홀 - 우국(憂國)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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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는 1970년 11월25일 자살했다. 1925년생이니까 45세 때였다. 사무라이들이 전통적인 죽음의 양식으로 알고 있는 '할복(割腹)'을 택했다. 스스로 배를 가르면, 옆에서 다른 이가 목을 쳐 주어 목숨을 끊는 끔찍한 방식이었다.
▶낭인(浪人·주군을 잃은 사무라이) 44명이 숨막히게 벌였던 전형적 할복 이야기 '주신구라(忠臣藏)'는 장막 안에서 행해졌지만, 그의 할복은 도쿄 근처에 있는 육상자위대 본부에서 연극이 연출되듯 벌어져 일본을 패닉 상태에 빠지게 했다.
▶그는 1000여 명의 자위대 대원들에게 '전쟁과 재무장을 금지하는 평화 헌법의 폐기'를 촉구했지만군인들이 그의 말에 냉담하자 그 자리에서 할복을 했던 것이다. '일본 최고의 소설가'라는 그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40여년, 같은 소설가 출신으로 도쿄도 지사를 지내고 있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가 지난해 저서 '신추락론(新墜落論ㆍ新潮社 간)'을 냈다. 그는 거기서 "어리석은 야당 당수를 암살하고 스스로도 자결한 야마구치 오토야(山口二矢)는 신(神)이다."고 했던 미시마 유키오를 회상하고 있다.
▶야마구치 오토야는 극우파 테러리스트였다. 1960년 10월12일 정당 대표 방송 공청회에서 친중파 사회당 당수 아사누마 이네지로를 살해하고 도쿄 소년감호소에서 복역 중 '천황폐하 만세!'를 운운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인물이었다.
▶이를 보면 미시마 유키오와 이시하라 신타로를 야마구치 오토야가 결속시켜 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미시마 유키오는 소설 '우국'에서 천황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할복자살하는 젊은 장교를 존경 어린 어조로 묘사한 바 있었다. 자신의 할복을 암시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망언가 이시하라 신타로가 '태양의 당'이라는 신당을 창당했다. 당명은 대학생 때 쓴 소설 '태양의 계절'에서 따왔는데, '태양'은 '일본'을 상징한다고 한다. 주목할 것은 그가 미시마 유키오와 똑같이 '전쟁과 군대 보유 등을 금지한 평화헌법폐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미시마 유키오 사후 4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국'의 망령을 되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출신 극우파의 횡보가 걱정스럽다.
/주필
2012년 11월 1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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