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정승열(65회) 세상思 /다람쥐공원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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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11. 8)
세상思/
다람쥐공원
/정승열인천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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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주변야산에서 다람쥐가 사라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간간이 보이던 다람쥐들이 작년과 금년 사이 모습을 거의 감추고 있다. 사람살기도 팍팍한 세상에 웬 다람쥐타령이냐고 탓할 분도 있을 법 하지만, 건강을 위해 또는 여가생활로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산에서 만나는 동물들은 여간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전래동화나 민요, 동요에도 다람쥐는 귀여운 동물로 자주 등장하는 친근한 동물이다.
과거 전쟁과 가난을 겪으며 주변야산이 온통 민둥산이 되었던 시절에 사라졌던 다람쥐가 산에 나무가 무성해지며 돌아와 문학산, 계향산, 소래산 등에서 그 모습을 보였을 때 우리는 얼마나 감동했던가. 삼림녹화에 성공한 자부심과 함께 후대에게도 물려줄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에 도취되기도 했다. 그런데 야산의 숲은 더욱 우거지건만 다람쥐가 오히려 사라지고 있다니 가슴이 아프다.
요즈음은 청설모가 더욱 자주 눈에 뜨인다. 일부사람들은 청설모 때문에 다람쥐가 사라지고 있다고, 청설모는 외래종인데 외래종이 토종인 다람쥐 서식처를 빼앗아 다람쥐가 못살게 되는 거라고, 청설모를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특히 어느 방송매체에서 청설모가 다람쥐를 공격해 잡아먹는 장면을 방영한 뒤로는 더욱 청설모를 환경을 교란시키는 악마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학자들에 의하면 청설모도 토종 다람쥐 중의 하나라고 한다. 영어이름도 Korean squirrel 학명도 Sciurus vulgaris coreae로 한국 특산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욱이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먹이가 극도로 고갈되었을 때 일어나는 드문 현상이라고 한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서식환경에 약간 차이가 있다. 청설모는 주로 나무위에서 생활하며 나무에 열린 열매나 과실 벌레등을 먹이로 하고 있다. 반면 다람쥐는 주로 땅위에서 활동하며 떨어진 열매나 과실벌레들을 먹이로 하고 있다. 먹이가 풍부하다면 충분히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사이이며 또 지금까지 수없는 세월을 공존하며 살아 왔다. 겨울나기도 좀 다르다. 다람쥐는 먹이를 저장해 놓고 겨울잠에 들어간다. 그러나 청설모는 겨울잠을 자지 않고 먹이활동을 계속한다. 청설모도 다람쥐처럼 먹이를 여기저기 저장하는 습성이 있다. 문제는 인천의 야산에서 이들의 겨울양식인 열매들이 매우 부족해 졌다는데 있다. 숲은 더욱 우거지고 산마다 도토리나무도 무성한데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거기에 극성맞은 인간들이 개입해 있기 때문이라면 이해가 될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예부터 산에서 도토리, 밤을 주워 겨울양식으로 삼아온 풍습을 가지고 있다. 가을산에서 도토리, 밤을 주워 그것을 모아서 묵도 쑤어먹고 군밤도 만들어 먹고 얼마나 즐거운가. 그러나 산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너도나도 도토리, 밤을 줍다보니 동물들의 먹이가 극도로 고갈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더이상 배고픈 겨울을 이겨 낼 수가 없다.
이제는 인간들이 배려를 할 차례다. 산에서 귀여운 다람쥐를 만나고 싶다면 인간들이 이들에게 먹이를 양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단순히 양보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인천에서 다람쥐를 대량으로 방생해서 야산 어디에서나 다람쥐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만들어 보자. 일본의 원숭이공원처럼, 태국의 거북이마을처럼. 우리 시민 하나하나가 다람쥐먹이를 주며 다람쥐가 우리 곁에서 같이 재롱 피며 살게 해보자.
처음 시도는 인천대공원처럼 관리가 되는 공간에서 시작하면 될 것같다. 대공원숲에서 가을열매를 절대로 채취 못하게 하고 다람쥐를 대량으로 방생하고 그래도 부족한 먹이는 이용객들이 다람쥐먹이를 사서 공급하도록 한다면 다람쥐가 사람 가까이 살며 사람과 친구가 되는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전국에서 최초로 다람쥐공원을 만들어 내보자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체험하게 하자.
2012년 11월 0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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