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한옹(汗翁) 박사님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2.10.29)
조우성의 미추홀 - 한옹(汗翁) 박사님
( 936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한옹'은 지역사회 어르신이었던 고 신태범(愼兌範) 박사님의 아호다. 땀 '한(汗)', 늙은이 '옹(翁)' 자다. "생애에 무엇 하나 온전히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는 겸양에서 고희 무렵에 정하셨다. '땀 흘려 살며 생애를 장식하겠다'는 아호에서 삶에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한옹 박사님은 생전에 스스로를 '반토막 인생'이라 했다. 하지만 1925년 축현심상소학교 시절부터 경성제대 의예과를 다니던 청년기에 장극(유체 물리학자), 김동석(평론가, 영문학자) 선생과 함께 '인천의 3재(三才)'로서 이름을 날렸고, 훗날 이 나라 사회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의대를 다녔지만, 아이스하키 '조선' 대표로 도쿄대회 참가했고, 문학써클 '벽공(碧空)' 동인 등으로 활동했으며 1942년 지금의 중구 중앙동 4가 일본인 동네 한복판에서 '창씨개명'도 안 하고 '신외과 의원'을 개업해 명의로서 명성을 얻었다.
▶병원에는 늘 환자로 가득 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사님은 의업(醫業) 외에 '세상의 지식 탐구'와 그 '사회적 실천'에도 매력을 느껴 현실 참여와 책읽기, 글쓰기에 정진하셨는데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칼럼집 '반사경(1967년)'이다.
▶최근 지식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인문학'을 이미 60년대에 실천적으로 우리의 삶 속에서 투영한 노작이었다. 예리한 통찰력, 온후한 지혜, 유려한 필치가 곁들여져 단숨에 읽게 된다. '미국사 연의(1972년)'는 오늘날도 '스테디셀러'에 들어 있다.
▶'인천 한 세기(1983년)'는 '문사철(文史哲)'로 다듬어 오신 지성의 시각을 우리 고장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신 본격적인 지역사 연구서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먹는 재미, 사는 재미', '우리 맛 탐험(1988년)'은 미개척 분야인 식문화 탐구서로서 정평이 나 있다.
▶이밖에 인천일보가 연재했던 '인천 풍물 산책'과 '개항 후의 인천 풍경' 등을 읽으면, 푸짐한 '지성의 잔치상'을 내리받아든 행복감에 젖는다. 마침 오늘(29일)이 한옹 박사님의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동시에 올해가 탄생 100주기다. 몇몇 분들이 뜻을 같이해 박사님을 기리는 글모음집과 조촐한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우리 지역사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새 전통을 세워나가는 사업이란 점에서도 뜻 깊다고 생각한다.
/주필
2012년 10월 29일 (월)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