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유모차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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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12. 5)
조우성의 미추홀 -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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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적인 육아법 가운데 하나는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 가능한 한 '등온(等溫)'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던 것처럼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지혜이다. 어머니가 아기를 등에 업을 때 처네로 밀착시켜 '스킨십'을 유도하는 게 그 예다.
▶그런 육아법이었기에 우리나라에는 어머니와 아기 사이를 단절시키는 육아 도구가 없었다. 예외가 있다면 제주도의 '구덕'인데, 그곳 특유의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부녀자의 상당수가 물질을 하는 해녀(海女)인 관계로 아기를 격리시켜 놓을 도구가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반가정에서는 아기와 어머니는 항상 함께 지낸다. 젖을 먹이고, 어르고, '잼잼'을 시키며 체온을 나눈다. 잠잘 때도 아기를 부부 사이에 재우는 것이 통례다. 작은 침대나 요람에 가둬 기르는 것은 서양에서 수입된 단절 육아법으로 어머니를 느끼는 '등온'은 사라지게 된다.
▶그 같은 차가운 육아 도구 가운데 하나가 유모차(乳母車)다. 1848년 미국의 찰즈 바턴이 최초로 만들었는데, 유럽에까지 유행이 전파돼 신인상파 화가 조르주 피에르 쇠라가 '앉아있는 여인과 유모차'(오르세 미술관 소장)란 제목의 점묘화를 그린 게 1884년이다.
▶찰즈 바턴의 유모차는 좌석이 앞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만든 목제 이륜차였다고 한다. 그가 후에영국으로 이주해 왕실용 유모차를 만들었고, 그것이 점차 일반에게도 보급되었다는 이야기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일제강점기 무렵이 아닐까 추측한다.
▶하지만 유모차의 구조는 초기에 이미 정해졌다고 보인다. (1)아기와 어머니가 안전할 것 (2)사용이 쉽고, 간편할 것 (3)견고하고 내구성이 좋을 것 (4)잘 넘어지지 않을 것 (5)제동기가 아기 손에 닿지 않도록 할 것 (6)차를 밀 때 시야가 확보될 것 등이다.
▶그런데 최근 수입산 명품 '유모차' 대부분이 위와 같은 고전적 규격에 크게 미달했다고 소비자시민모임이 밝혀 눈길을 모았다. '벤츠 유모차'라 불렸던 169만원짜리 노르웨이 제 '스토케'가 실제로는 '수준 미달'이었다는 뉴스다. 유모차를 젊은 엄마들이 과시용 '패션'으로 여긴 건 아닌지 모르겠다. 모자가 자연스레 '체온'을 나었던 옛 육아법을 되돌아보게 된다.
/주필
2012년 12월 0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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